불편한「동거2년」청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파리=홍성호특파원】8일 선거에서 재선된「미테랑」프랑스대통령은 과거2년여에 걸친 좌·우파간의 코아비타시옹(동거정부)을 청산하기 위한 새 수상임명과 우파지배의 의회해산등정국개편작업에 곧 착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미테랑」의 낙승은 지난달 24일의 1차투표에서 이미 밝혀졌듯이「미테랑」의 사회주의정책보다는▲그자신이 갖고 있는 개인적인 인기▲우파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 「시라크」수상으로 대표되어온 드골이즘의 분열등 요인으로 이미 예견됐었다.
「미테랑」은 프랑스의 제5공화정 출범이래 4차례나 대통령선거에 출마, 초기 2차례의좌절을 딛고 81년「지스카르·데스탱」에게 2차투표에서 역전, 신승한 것에 비해 이번선거에서는 압도적이라고 할만한 대승을 거둠으로써 미국의「레이건」대통령에 견줄만한마지막 임기를 장식하게 됐다.「미테랑」은 이에따라 우파정부위에 고립된 좌파대통령이라는 과거 2년간의 불평한 위치에서 명실상부한 사회당집권을 구축하기위한 과감한 정치스케줄을 밟아나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프랑스의 정치분석가들은「미테랑」의 재선을 놓고 결코 사회주의정책의 승리가 아닌 우파의 흐트러진 결속쪽에 더 큰비중을 두고 있다. 이번 프랑스대통령선거는 좌·우파간의 정책대결이라기보다는 개인적인 영도력·퍼스낼리티의 문제로 각후보가 다투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이번 선거에서는 각파벌이 엇비슷한 쟁점을 들고나와 7년전의 경우와는 판이했다.
전통적인 사회주의와 드골이즘간의 다툼으로 집약됐던 81년 대통령선거에서 당선된「미테랑」은 즉각 보수적인 사회주의 틀속에 프랑스를 가두는작업에 나섰었다.
산업국유화·고임금·공공고용증대·근로시간 단축과 조기은퇴·부유세정책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정책은 프랑스경제의 침체와 함께 얼마 못가시행착오였다는 비판에 직면했고 86년 의회선거에서는 우파에 주도권을 넘기는 댓가를 치렀다. 이같은 뼈저린 경험으로이번 선거에서는「미테랑」자신도중도파쪽으로 기울어 우파와의견해차이를 좁혔고 이는 쟁점부재현상을 일으켰다.
이 와중에서 부각된 것은 뚜렷한 국수주의 정책을 표방한「프롱나시오날」(국민전선)의 극파지도자「장·마리·르펭」.
그는 1차투표에서「시라크」「바르」등 양대 우익정당후보를위협하는 14·4%의 득표를 함으로써 전체 우파세력을 3등분하는 위치까지 올라서게 되었다.
「미테랑」의 사회당,「시라크」의 보수우파,「바르」의 중도우파등 3대정당들이 한결같이프랑스의 국제경쟁력강화, 92년EC통합에 대비한 주도권쟁취, 고용증대를 위한 개발·투자확대등을 목표로 내세운 것과는 달리「르펭」은 프랑스의 새로운주체성확립, 외국인 이민정책등강한 호소력을 지닌 정책으로기존 정당들에 실망한 유권자들을 규합할수 있었다.
파리시장에서 수상을 거쳐 대통령자리까지 넘보다가 좌절을맛본「시라크」는 곧 있게 될 의회선거에서 사회당의 롤백에 대비, 4분오열된 우파세력들을 드골이즘의 기치아래 다시 결속시켜야할 중대한 시점에 서게됐다.
81년선거에서「미테랑」이 공산당과의 연합으로 집권한뒤 사회당정책을 추종하도록 강요하는 방법으로 당시의 딜레마를해소한 지혜를 지금은「시라크」가필요로 하게된 것이다. 그가우파궤멸의 난국을 수습하지 못한다면 프랑스의 영광을 유지해온 드골이즘 또한 완전한 퇴색을 면치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