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집안일 보람찾기 안간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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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왜 주부들은 가족들의 편리와 행복을 위해 늘 바쁘게 가사에 쫓기면서도 스스로도『집에서 논다』고 대답하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주부들의 가사노동이『사회적으로인정받지 못하는 때문이다』『금전으로 환산되지 않는 때문이다』는 등의이유로 설명한다. 상당수의 주부들이 자신의 역할에 가치를 부여하지 못하고, 나아가 시간적인 여유가 생기는 중년에 이르면 심각한 자기정체감에 시달리게 된다는것이 이동원교수(이화여대·사회학)의 얘기다. 따라서, 그들은 공허감·불안감 때문에 자녀교육에 맹목으로 매달리고, 광신적으로 종교에 빠지거나 탈선하는등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한다.
대부분이 고등교육을 받은 이들 가정주부들은 이미 남편의출세와 자녀들의 우수한 학업성적이 곧 나의 보람이요, 행복인 세대는 아닌 때문이다. 그들에겐 내가 어떤가가 중요해진 것이다.
40대 후반의 가정주부 문미애씨(서울강남구 은마아파트)는 최근 대학때의 전공을살려 1주일에 2일씩 청소년상담소 자원봉사상담원일을하면서 생활의활기를 찾았다고한다. 이같이 주부스스로가 가사에 보람을 느끼고 사회의 인정을받도록하기위한 움직임이 최근 2, 3년전부터 한국사회에서도일고있다.
85년 개인회사 사원이었던 이경숙씨(26)의 교통사고 손해배상 청구소송은 당시의 재판부가 주부 일당을 파출부 일당도 안되는 하루 4천원으로 계산하여 여성계의 커다란 파문을 일으켰다. 또한 여성의 정년을 25세까지로 환산하여 여성계는「25세여성 조기정년 철폐를 위한 여성단체 연합회」를 결성, 주부의 가사노동가치를 따져보는 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당시 김애실교수(외국어대·경제학)가 계산해낸 집안일값은 설겆이·청소등 단순노동, 자녀교육돌보기·금전출납등 전문적인 노동등을 합해 월39만3천원이었다.
주부클럽은 88년을「주부가사노동 인정의 해」로 정하고 가사노동의 법률적인 인정등을 실현키 위한 지속적인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가정의실질적 주체이나 오늘날 불안한 주부의 자리, 달라진 현모양처상등으로 갈등을 겪고있는 오늘의 주부들 모습을 살피고그 해결책을 모색하는 시리즈를 마련한다.

<박금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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