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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스마일' 김아랑, 쇼트트랙 4위도 괜찮아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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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생글생글.

활짝 웃은 '스마일' 김아랑.

활짝 웃은 '스마일' 김아랑.

여자 쇼트트랙 '맏언니' 김아랑(24·고양시청)은 언제나 활짝 웃은 '스마일' 대표다. 김아랑은 17일 강원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여자 1500m에서 4위를 기록했다. 예선-준결승에선 폭풍 질주로 1위로 골인했지만, 결승에선 4위에 그치며 아쉽게 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아랑은 금메달을 딴 최민정(성남시청)에게 달려가 축하해줬다. 여자 500m에서 실격으로 2위를 기록하고도 메달을 받지 못한 최민정이 감격의 눈물을 흘리자 어깨를 토닥였다. 김아랑은 "4위지만 괜찮다. 계주에서 꼭 메달을 따겠다"며 생긋 웃었다. 언제나 그랬듯 지나간 승부에 연연해 하지 않고, 툭툭 털고 다음 경기에 집중하는 '긍정 마인드'를 보여줬다.

17일 강릉 아이스 아레나에서 열린 여자 1500m 쇼트트랙 경기에서 김아랑이 역주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17일 강릉 아이스 아레나에서 열린 여자 1500m 쇼트트랙 경기에서 김아랑이 역주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김아랑은 2014년 소치올림픽에 이어 두 번째 올림픽을 치르고 있다. 하지만 최민정, 심석희(한국체대)에 비해 크게 주목 받지는 못했다. 전주가 고향인 김아랑은 8세에 스케이트화를 신었다. 쇼트트랙 선수로서 재능을 인정받고 서울 목일중학교로 전학오면서 본격적으로 엘리트 선수의 길을 걸었다. 결승에는 자주 올라가지만 메달은 딴 적은 많이 없다. 2013년 처음으로 성인 대표팀에 이름을 올렸지만, 믿음직스러운 선수는 아니었다. 그럴 때마다 김아랑은 활짝 웃었다. '밝고 명랑하게 살라'고 부모님이 지어준 이름 '아랑'처럼 언제나 미소를 머금고 달렸다.  그렇게 열심히 훈련해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의 정신적 지주로 성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충북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을 방문해 쇼트트랙 훈련장에서 김아랑 선수가 선물한 헬멧을 쓰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충북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을 방문해 쇼트트랙 훈련장에서 김아랑 선수가 선물한 헬멧을 쓰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그런 그도 눈물 흘린 적이 있다. 소치올림픽 1500m 경기에서 실격을 당했을 때다. 당시 김아랑 위염에 시달려 제대로 실력 발휘를 못했다. 경기 당일 새벽에 배가 아파서 깬 후, 자지도 못하고 계속 토했다. 그 상태가 오후까지 내내 이어져 정신이 혼미했다. 당시 김아랑은 "첫 올림픽이어서 그런지 긴장해서 그랬던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 1500m에선 무사히 레이스를 마치고 활짝 웃었다.

김아랑은 이미 올림픽 메달리스트다. 소치올림픽 여자 계주 경기에서 금메달을 땄다. 그래서 개인전 메달에 대한 열망이 강렬했다. 홈에서 열리는 평창올림픽에선 꼭 개인 메달을 따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500m·1500m에서 메달을 따지 못했지만, 아직 1000m가 남아있다. 또 세계 최강인 3000m 계주가 남았다. 김아랑은 "계주는 다 함께 웃을 수 있는 경기니, 최선을 다해 금메달을 꼭 따겠다"고 다짐했다.

여자 쇼트트랙 김아랑은 세월호 참사를 기리는 노란색 리본을 지퍼 고리에 달아놨다.

여자 쇼트트랙 김아랑은 세월호 참사를 기리는 노란색 리본을 지퍼 고리에 달아놨다.

어느새 김아랑도 대표팀에서 가장 맏언니가 됐다. 김아랑은 엄마처럼 대표팀을 살뜰하게 챙기고 있다. 심석희가 지난달 코치 폭행으로 인해 선수촌을 이탈했다 돌아온 후, 표정이 어두웠다. 김아랑은 심석희의 생일을 축하해주며 심석희의 마음을 다잡아줬다.  1500m 예선에서 심석희가 탈락하자 "남은 경기에서 잘하자"고 위로해줬다.

사회 이슈도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김아랑은 2014년 4월 16일 일어난 세월호 참사를 기리며 훈련복 상의 지퍼 고리에 노란색 리본을 달고 출전하고 있다.

강릉=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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