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길 보행자 숨지게 한 버스기사 '무죄'…법원 "사고 피할 방법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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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가 없습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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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저녁 시간 국도 가장자리를 역주행해 걷던 보행자를 치어 숨지게 한 버스 기사가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버스기사가 사고를 예상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수원지법 형사2단독 이수환 판사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버스 기사 A씨(56)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17일 밝혔다.

A씨는 2016년 10월 31일 오후 10시쯤 경기 화성시의 편도 2차로 도로에서 버스를 몰던 중 역주행 방향으로 걸어오던 B씨(75·여)를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사고 현장인 도로에는 인도가 없었다. 당시 A씨의 버스는 제한 속도를 넘어서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 판사는 "도로변엔 가로등이 없어 사고가 난 시간 운전자에 따라선 어두움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이었다"며 "피해자는 어두운색 계열의 옷을 입고 도로를 걷고 있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 판사는 "버스 전조등에 의해 사람을 희미하게 감지할 수 있는 거리가 19.3m라는 점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피해자를 발견하고 브레이크를 밟았더라도 사고를 피할 수는 없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봤다.

도로교통공단 경기도지부에 따르면 당시 A씨의 평균 주행속도는 시속 65.9㎞였다. 사고지점에서 완전 정지에 필요한 제동거리는 약 21.8m, 정지거리는 36.6~40.1m로 분석됐다.

이 판사는 "사고의 발생 경위와 도로 환경 등을 종합할 때 피고인은 피해자가 걸어올 것을 예상하거나 발견하긴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피고인이 주의의무를 위반해 사고를 낸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무죄 선고의 이유를 밝혔다.

백민경 기자 baek.mi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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