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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연말정산]설 연휴 VOD로 볼 색다른 영화를 찾는다면

중앙일보

입력

설 연휴 벗이 되어 줄 영화는 극장에만 있는 게 아니다. 지난해 극장에 개봉했지만 완성도에 비해 아쉬운 흥행 성적에 그쳤던 영화 가운데 3편을 소개한다. 친구나 가족과 함께 봐도, 나홀로 방콕하며 봐도 좋을 영화들이다.

마음 정화하는 동화 같은 다큐 ‘다시 태어나도 우리’

영화 '다시 태어나도 우리'

영화 '다시 태어나도 우리'

전생을 기억하는 아홉 살 소년 앙뚜와 헌신적인 스승 우르갼. 새파란 하늘을 품은 인도 라다크의 고원 마을에서 두 사람의 8년을 기록한 다큐멘터리다. 앙뚜는 말문이 트인 여섯 살에 자신이 티베트 캄의 고승이었던 것을 기억해낸다. 의사이자 승려 우르갼은 자신의 모든 걸 바쳐 나이로는 손자뻘인 이 ‘린포체’(환생한 티베트 불교 고승)를 보살핀다.
두 사람이 천진하게 주고받는 일상의 대화가 선문답처럼 정갈한 여운을 남긴다. 우르갼이 까까머리 앙뚜와 눈싸움을 하고 난로에 언 손을 녹이며 가만히 눈을 맞추는 순간은 애틋하고 뭉클하다. 그 모습이 할아버지와 친손자 이상이다. 그러나, 앙뚜는 티베트로 떠나야 한다.
연출을 맡은 프리랜서 PD 문창용 감독은 2009년 동양 의학 취재차 라다크에 갔다가 우연히 알게 된 이들의 말간 눈빛에 빠져 8년간의 촬영에 나섰다. 영화를 보노라면 그 마음이 십분 이해간다. 95분의 상영 시간 내내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형태의 사랑에 흠뻑 세례 받는 기분이 든다. 세속은 잠시 잊고 곁에 함께한 이의 손을 꼭 잡고 싶어질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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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색한 부자관계, 이 집도 마찬가지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

M243_메리크리스마스 미스터 모

M243_메리크리스마스 미스터 모

설과 추석. 1년에 두 번이나 보면 다행인 가족이 수두룩하다. 이 영화 주인공 모금산(기주봉 분)과 스데반(오정환 분) 부자도 형편이 다르지 않다.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호출을 받고 여자친구 예원(고원희 분)에게 이끌려 투덜대며 고향에 온 스데반. 갑자기 “영화를 찍자”는 아버지의 말에 어안이 벙벙해진다.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는 충남 금산에 사는 이발사 모금산이 영화감독 지망생인 아들 스데반, 아들의 여자 친구 예원과 함께 ‘사제 폭탄을 삼킨 남자’라는 찰리 채플린풍 단편 무성영화를 찍는 이야기다. 시나리오는 젊을 적 배우를 꿈꿨던 금산씨가 채플린을 좋아했던 아내를 추억하며 직접 썼다. 제목처럼 사제 폭탄을 삼킨 주인공이 폭탄을 가장 안전하게 터뜨리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슬랩스틱 코미디다.
세 사람이 티격태격하며 영화를 찍는 여정은 그 자체로 킥킥대며 보게 되는 시트콤 같다. 그러나, 비밀이라곤 없어 보였던 금산씨의 과거가 하나둘씩 드러나며 영화는 뜻밖의 방향으로 전개된다. 어색하기만 했던 부자는 진심으로 서로를 이해하게 될까.
채플린 코미디의 신랄한 해학과 따뜻함을 모두 닮은 흑백영화다. 모처럼 모인 가족과 그간의 이야기를 나눌 첫 단추가 되기에 더없이 적절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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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밤이 짧게 만드는 스티븐 킹 원작 ‘그것’

M231-영화 그것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M231-영화 그것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지난해 미국에서 큰 흥행성공을 거뒀지만 국내에선 유독 외면당한 비운의 걸작이다. ‘그것’은 장르물의 제왕 스티븐 킹의 동명 밀리언셀러 소설을 토대로 한 호러 영화. 아이들이 자꾸만 실종되는 데리라는 마을에서 비 오는 날 종이배를 찾으러 간 어린 소년이 사라진다. 형 빌은 친구들과 함께 동생을 찾아 나서고, 27년마다 나타나는 ‘그것’의 정체를 알게 된다.
1986년 출간된 원작은 당시 미국 전역에 피에로 공포증을 일으키며 피에로 호러의 원형으로 각인됐다. 그러나 사실 극 중 그려지는 ‘그것’의 정체는 훨씬 폭넓다. ‘그것’은 자신을 목격한 사람이 가장 무서워하는 존재로 모습을 바꿀 수 있다. 결국 빌과 아이들이 ‘그것’에 맞서는 여정은 자기 내면의 공포를 극복하는 과정인 셈이다. 성장 영화에 더욱 걸맞은 이러한 설정은 이 호러에 독특한 결을 부여한다. 15세 관람가 등급.
영화에는 원작 소설의 일부만 담겨 있다. 흥미가 간다면, 킹의 원작 소설을 탐독하길 권한다. 웬만한 백과사전 두께다. 연휴 첫날 펼쳐서 마지막 날까지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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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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