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비행기

중앙일보

입력


항공기 회사가 만든 스포츠 세단

260마력의 최고출력, 35.7kg.m의 풍부한 토크

달리기 성능 뛰어나…서스펜션은 아쉬워

스웨덴 브랜드 사브가 중형급 세단 9-5시리즈를 새롭게 다듬었다. 오랫동안 변화가 없어 고전적인 느낌을 선사하던 기존 이미지를 탈피해 디자인부터 인테리어까지 모든 부분에 변화를 가했다. 새롭게 등장한 뉴 9-5시리즈는 모두 3가지 모델이 라인업을 이룬다. 2.0리터 터보엔진(150마력)의 리니어(Linear), 2.3리터 엔진의 아크(ARC, 185마력)와 에어로(Aero, 260마력)가 주인공들.

신선해진 외관 분위기는 공격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사브가 얘기하는 북극에서 온 맹수를 연상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다. 특히 크롬 몰딩으로 감싼 헤드램프는 변화의 중심점. 바디라인과 후면 디자인은 기존 모델과 맥을 같이하지만 후면 램프의 디자인이 바뀐 것이 특징이다.

인테리어의 변화도 크다. 심플하긴 하지만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현대적인 이미지로 바꿨기 때문이다. 계기판을 다듬고 센터페시아 부근의 버튼과 다이얼을 최근 추세에 맞도록 새롭게 디자인해 컴팩트 세단 뉴 9-3와 같은 멋진 분위기를 연출시켰다. 새롭게 장착된 스포츠 핸들도 새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많은 부분에 변화를 가했지만 시동키 삽입구는 기존처럼 기어변속 레버 뒤쪽에 위치한다.

이제부터 사브의 달리기 성능을 느껴볼 차례다. 시승차는 고성능 모델 에어로(Aero). 260마력의 엔진과 수동 변속이 가능한 5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하고 있어 높은 성능을 예감시킨다.

고속도로를 내달리는 뉴 9-5 에어로는 거칠 것이 없다. 가속페달을 밟기가 무섭게 튀어나가는 능력은 고성능 터보엔진 특유의 감각을 유감없이 표출시킨다. 터보차져가 원활히 작동하기 전에 느껴지는 터보 지연 현상은 다소 느껴진다. 하지만 이후부터 폭발하는 터보엔진의 힘이 짧은 아쉬움을 잠재운다. 엔진 출력은 기존모델 대비 10마력 상승에 불과하지만 적절히 조율된 변속기의 성능을 기본으로 힘있는 달리기 성능을 보여준다.

속도를 높여 고속도로를 달릴 때 뉴 9-5가 주는 만족감은 특별하다. 스트레스 없이 치고 나가는 능력도 좋지만 안정감도 뛰어나다. 브레이크 성능도 수준급. 넘치는 파워를 쉽게 잠재울 수 있다.

단, 급한 코너링에서 롤이 커지는 경향이 있다. 성능보다는 승차감 쪽으로 비중을 두었기 때문이다. 고속 주행시에서의 만족감에 비해 빠른 코너링에 대응하는 능력은 다소 아쉽다. 승차감은 뛰어나지만 넘치는 엔진 성능을 감안하면 엔진이 섀시를 앞서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동차 경주장 및 급격한 코너가 많은 도로 환경보다는 여유롭게 때로는 강하게 고속 주행을 펼치는 것이 더 어울린다.

사브 뉴 9-5시리즈는 모델에 따라 5,440~7,460만원의 가격을 가진다. 탄탄한 주행 성능을 생각하면 합리적인 가격이다. 하지만 매니아가 아닌 일반 소비자들이 다른 유럽차들과의 비교에서 사브의 손을 쉽사리 들어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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