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공부만 17년…평창에서 신기록이 쏟아지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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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스케이팅 쇼트프로그램에서 올림픽 기록을 경신한 러시아의 메드베데바. [일간스포츠]

피겨 스케이팅 쇼트프로그램에서 올림픽 기록을 경신한 러시아의 메드베데바. [일간스포츠]

빙질이 끝내준다” – 네이선 천(피겨 스케이팅, 미국)

빙질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 스벤 크라머(스피드 스케이팅, 네덜란드)

2018 평창 겨울올림픽에 참가한 선수들이 경기장 빙질(氷質)에 찬사를 아끼지 않고 있다. 신기록도 쏟아지고 있다.

지난 10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치러진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에서 한국 대표팀은 4분6초387로 올림픽 신기록을 세웠다. 바톤 터치를 하는 과정에서 한 번 넘어졌지만 기록은 오히려 앞당겨졌다.

10일 오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준결승에서 한국 이유빈이 넘어지자 최민정이 따라와 터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오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준결승에서 한국 이유빈이 넘어지자 최민정이 따라와 터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예브게니아 메드베데바(19·OAR) 역시 지난 11일 강릉 열린 피겨스케이팅 팀이벤트 여자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81.06점을 받아 세계 신기록을 경신했다. 같은 날 네덜란드 스벤 크라머는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0m에서 올림픽 신기록(6분9초76)을 앞당겼다.

캐나다 매체 더스타의 스포츠 칼럼니스트 브루스 아서는 평창올림픽을 향해 "문제를 꼽자면 흠잡을 것 없는 게 문제다"라고 평하기도 했다.

"선수가 '지금까지 본 얼음 중 가장 좋았다'고 할 때 피곤이 싹 사라진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피겨스케이팅 경기장인 강릉아이스아레나의 얼음을 책임지는 배기태 아이스테크니션. [연합뉴스]

2018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피겨스케이팅 경기장인 강릉아이스아레나의 얼음을 책임지는 배기태 아이스테크니션. [연합뉴스]

세계 최고 수준의 빙질 뒤에는 얼음을 관리하는 ‘아이스 테크니션’들의 노력이 있다. 총괄은 배기태(54)씨가 맡고 있다.

과거 국가대표 스피드스케이팅 선수였던 배씨는 2000년 얼음과의 사랑에 빠졌다. 배씨는 직접 캐나다 등을 찾아 배우며 지난 17년간 ‘얼음공부’에만 매진했다.

빙상 경기장의 얼음은 안개처럼 물을 분무해 얼리면 생기는 0.2mm 두께의 얼음을 수백번 반복해 얼리는 과정을 거친다. 피겨 스케이팅 빙상장을 만드는데 이 과정을 250번가량 반복해야 하며 42시간 정도가 걸린다.

종목마다 얼음을 얼리는 방식과 필요한 물의 양, 온도가 각각 다르다. 강릉 아이스아레나에는 최고의 빙질관리시스템이 도입돼 있다.

"얼음은 절대 얼리는 데 무슨 편법을 써서 얼릴 수는 없다"

배씨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얼음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그는 "얼음은 내가 해주는 만큼 그대로 표현해준다. 편법이 없다. 있는 그대로 답을 해준다. 속이지 않아서 참 좋고 예쁘다"고 말했다.

그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아이스테크니션이라면 일등이든 꼴등이든 선수들이 '지금까지 본 얼음 중 가장 좋았다'는 말을 해줄 때 피곤이 싹 사라진다"며 "평창올림픽에서 '얼음 좋았다'는 이야기를 꼭 듣고 싶다"고 말했다.

백민경 기자 baek.mi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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