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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대진단 결과 올해부터 공개 … 불시점검도 강화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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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지난 8일 경기도 광명의 아파트 공사현장을 찾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정밀자로 타워크레인의 와이어로프를 측정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지난 8일 경기도 광명의 아파트 공사현장을 찾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정밀자로 타워크레인의 와이어로프를 측정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경남 밀양 세종병원에서 지난달 난 큰불로 48명이 숨지고, 145명이 다쳤다. 앞서 지난해 12월 21일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로 29명이 목숨을 잃었다. 타워크레인은 ‘하늘 위 흉기’가 됐다. 참사는 잊을만하면 터졌고, 현재도 여전히 우리 주변에서 ‘기회’만 엿보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안전수준과 의식은 바닥이다.

안전점검 현장서 만난 김부겸 장관 #5월부터 재난 대피 체험 훈련 확대 #위기 대응 우수 지자체엔 인센티브 #사후관리 안돼 대형 참사 계속 발생 #문제점 국민에 알리고 책임자 기록 #현장 위협요소 하나하나 고쳐갈 것

국가안전대진단 차원에서 지난 8일 경기도 광명의 아파트 공사장으로 안전 점검에 나선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을 현장에서 만났다. 김 장관은 “그동안 안전점검 사후 관리에 미흡한 측면이 있었는데 올해부터는 안전진단 결과를 국민에게 공개하고 사후관리를 철저히 할 것”이라며“ 예고없는 불시 점검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3년간 국가안전대진단을 통해 192만 곳을 점검했지만, 참사는 끊이지 않았다.
“형식적인 대증(對症)요법적 안전대책으로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내기에 분명한 한계가 있다. 이점을 분명하면서 명확하게 인식해야 한다. 원점에서 다시 시작이다.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현장의 위협요소를 정확히 집어내고, 바닥부터 하나하나 고쳐 나갈 것이다. 안전과 맞바꾼 관행에 엄격해질 때다.”

(※국가안전대진단은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사회 전반의 안전관리 실태를 점검하고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2015년부터 시작됐다. 교량·요양병원·여객선·아파트 등 지난 3년간 192만곳을 들여다봤다. 네 번째인 올해 대진단은 다음 달 30일까지다. 점검 대상은 29만곳이다.)

김부겸 장관이 안전점검자로 사인(붉은 원 안)한 아파트 건설 현장의 체크리스트. [김민욱 기자]

김부겸 장관이 안전점검자로 사인(붉은 원 안)한 아파트 건설 현장의 체크리스트. [김민욱 기자]

위험 현장의 사후 관리를 위해 대진단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그동안에는 점검대상이 된 시설의 소유자나 관리자 등 ‘당사자’에게만 통보하는 데 그쳤다. 앞으로는 점검결과를 일반 국민까지 알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문제점이 무엇이고, 개선은 어떻게 됐는지 등 이력관리도 포함된다. 우선 현행법상 가능한 시설물부터 확대해 나가겠다. 우선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과 액화석유가스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 승강기시설 안전관리법에 해당하는 대상부터 공개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시설물안전법에는 교량과 터널·항만·댐 등이 포함된다.”
제천 화재 참사 이후에도 상당수 다중이용시설의 비상구는 빨래건조대 등으로 막혀 있더라.
“(소방점검 등은 대부분 안전점검을 예고하는데) 앞으로는 불시 점검을 대폭 강화할 것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얼마나 많은 위험에 노출돼 있는지를 직시하기 위해서다. 저 역시 직접 불시에 현장에 나가겠다. 또 이번 대진단부터 점검 책임자의 이름을 남기도록 했다. 물론 그 결과도 국민이 알 수 있도록 조치해 나가겠다. 연이은 참사를 보며 국민이 안전 점검에 대해 바라는 것이 이런 것 아닐까 생각한다.”
제천 참사 등에서 보듯 저급한 자재로 인한 피해가 크다. 안전성이 뛰어난 자재는 가격이 비싸다. 사업자 입장에서는 경제적 이익이 우선이었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비용 절감’이라는 경제적 가치 아래 안전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한 측면이 분명 있다. 제천 화재가 발생한 건물 역시 가격은 저렴하지만, 화재엔 취 약한 드라이비트 공법을 적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만약 비용을 좀 더 들이더라도 화재 대비에 강한 불연성 자재를 사용했다면 인명 피해는 훨씬 적었을 것이다. 결국 돈을 적게 쓰려다 소중한 생명과 맞바꾸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반복됐다. 안전에 드는 비용은 낭비가 아니라 ‘투자’라는 인식이 보다 퍼질 수 있도록 안전문화 조성에 힘쓰겠다. 미국 연방재난관리청(FEMA) 건물과학연구소에 따르면 1달러의 투자가 3.65달러의 재해예방 효과가 있다.”
재난 안전 대응을 잘하는 지방자치단체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있나.
“지자체도 물론 재난 안전관리의 주체다. 지자체가 관련 분야의 예산 투자를 적극적으로 늘릴 수 있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우수한 시·군·구에는 재난안전관리특별교부세, 소방안전교부세 등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강구하겠다. 최근 세브란스병원 화재에서 보듯 스프링클러, 방화 셔터 등 안전설비에 대한 투자로 인명과 재산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안전강화가 자칫 지나친 규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물론 지나친 규제가 사회의 원활한 흐름을 발목 잡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최근에 발생한 제천이나 밀양 화재사고에서 보듯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오히려 당연히 있어야 할 규제(안전기준)가 없거나 현실에 맞지 않는 등 미흡하다. 예를 들어 바닥면적이 1000㎡ 이상인 경우 스프링클러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고 있는데, 밀양 세종병원의 경우 (스프링클러가 필요한 시설이지만) 바닥면적이 1000㎡ 이하여서 설치되지 않았다. 대규모 인명피해로 이어졌다.”
우리 사회에 여전히 ‘나 하나쯤이야’하는 안일한 인식이 퍼져 있다.
“정부의 각종 안전대책에도 유사한 사고가 반복되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안전 무시 관행이라고 생각한다. 올해 이같은 관행을 찾아내겠다. 필요하면 법과 제도를 뜯어고치고, 인프라를 확충하겠다. 신고, 점검, 단속을 강화하겠다. 특히 범국민적인 안전문화 운동을 벌여 뿌리 뽑으려 한다. 이러한 정부의 대책이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국민 여러분의 참여가 절실하다.”
재난 발생 시 평상시에 익힌 대비 훈련이 중요한데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이 있는지.
“반복 훈련을 통해 몸에 익숙하게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오는 5월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다. 일반 국민이 재난대피 요령을 정확히 알 수 있도록 체험훈련을 확대하는 데 초점을 뒀다. 또 민방위의 날 훈련과 연계한 지진 대피훈련도 전국적으로 실시한다. 지역별로는 병원·어린이집·노인복지시설 등 재난 취약계층의 생활(거주)시설과 사우나·체육관 등과 같은 다중이용시설을 대상으로 한 재난대피훈련도 맞춤형으로 이뤄지도록 할 것이다.” 

광명=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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