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혼부들 "아빠 권리 찾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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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미혼부 (未婚父)의 권리냐, 입양 가정의 안정이냐'.

미국에서 미혼부의 자녀 양육권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동거녀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가 다른 가정에 입양된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미혼부들이 자녀를 되찾아 오려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혼 대신 동거를 택하는 커플이 늘면서 현재 미국에서는 아이 세 명 중 한 명이 미혼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다.

하지만 주(州) 정부들이 미혼모와는 달리 미혼부의 양육권 보호에는 소극적이어서 상당수가 자신도 모르게 권리를 박탈당하고 있다고 19일 뉴욕 타임스가 보도했다. 애리조나주에 사는 제레미아 존스(23)가 대표적이다. 그는 대학 시절 동거했던 여자친구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출산 직전에야 알게 됐다. 존스는 아이를 기르기로 결심했지만 결국 아이는 생모의 바람대로 입양되고 말았다. 양육권을 인정받기 위해선 주 정부에 미혼부로 등록해야 했지만 등록 기간이 지나서야 그 제도를 알게 됐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의 30개 주가 미혼부 등록제도를 두고 있다. 주별로 출생 후 5~30일 이내, 혹은 입양 신청 전에 미혼부로 등록하면 아버지로서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하지만 주 정부가 홍보에 소극적이어서 이 제도를 아는 남성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실제로 2004년 플로리다주에서는 8만9000여 명의 아이가 미혼 부모 사이에서 태어났지만 미혼부로 등록한 남성은 고작 47명뿐이었다. 입양 연구기관인 '에반 B 도널드슨'의 애덤 퍼트먼 사무국장은 "남자들이 파트너를 바꿀 때마다 미혼부로 등록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현 제도는 눈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라고 말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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