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회 해임 결의는 존중되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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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어제 국회에서 가결됐다. 우리는 야당의 金장관 해임건의안 제출 사유가 적실한가에 의문을 제기한 바 있다. 그러나 국회가 헌법에 규정된 권한에 따라 해임안을 가결한 이상 그 결정은 존중되어야 한다.

청와대와 여당은 한총련의 미군부대 장갑차 점거 시위사건 등을 예방하지 못한 책임을 金장관에게 묻는 것은 부적절하므로 국회 결의를 무시할 의사를 비치고 있다. 또 헌법상 장관 해임건의안이 법적 강제력이 없다는 해석을 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도 표결이 있기 전부터 통과돼도 거부하겠다는 뜻을 내비쳐 왔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헌법정신에 어긋난다. 법적 구속력이 없다면 헌법에 왜 그런 조항을 두어 정치적 시빗거리를 남겼겠는가.

그 조항은 행정부에 대한 입법부의 견제 기능을 명시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설령 일부 학자들의 주장대로 그 조항이 법적 강제력은 없다 하더라도 정치적인 구속력은 갖고 있다는 것이 헌법학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그럼에도 대통령이 국회의 결정을 거부한다면 이는 의회정치에 대한 부정이며, 국정을 책임진 헌법수호자로서 온당한 태도가 아니다. 역대 대통령들이 한번도 장관 해임안을 거부한 적이 없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2년 전 국회의 결의에 따라 햇볕정책의 구현자였던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을 경질할 수밖에 없었다.

국회 결의 후 거취결정을 바로 예고했던 金장관이 청와대의 권고에 따라 거취 결정을 미룬 것은 온당한 태도가 아니다. 이미 국회로부터 불신임을 당한 장관이 그 자리를 유지한다 하더라도 권위와 영(令)이 서겠는가. 또 그로 말미암아 야기될 정국 경색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대통령은 국회 결의를 존중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야당도 이번처럼 시비에 휘말릴 사유로 해임건의안을 발동하는 오만함을 되풀이해선 안 된다. 청와대와 야당이 모두 대승적 자세에서 이 정치적 난국을 헤쳐가는 슬기로움을 발휘해주기를 간곡히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