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 암호화폐 거래소 인가제 논의 후끈…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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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를 중심으로 일정 요건을 충족한 암호화폐 거래소는 법 테두리 안에서 관리해야 한다는 '인가제' 논의가 불붙고 있다. 궁극적으로 과세를 하기 위해선 암호화폐 거래소 인가제가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많아 정부가 딜레마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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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암호화폐 거래소 인가와 관련한 법안은 3개다. 암호화폐를 지칭한 용어가 다 다르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전자금융거래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지난해 7월 대표 발의했다. 암호화폐취급업의 인가 요건 등을 정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달 정태옥 자유한국당 의원(가상화폐업에 관한 특별법안)과 정병국 바른정당 의원(암호통화 거래에 관한 법률안)도 암호화폐 인가제를 골자로 하는 내용을 담아 대표 발의했다. 정 의원은 "금융위원회가 암호화폐 거래업자를 인가하고 금융감독원이 감독해야 한다"며 "암호화폐에 대한 영업의 자유를 보장하고 투자자를 보호해 암호화폐업을 건전하게 육성해야 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지금까지 정부가 밝혀 온 입장과는 정반대 기류다. 금융당국은 거래소 인가제를 도입하는 순간 거래가 공식화하고 암호화폐를 자산으로 인정하는 꼴이 된다고 우려한다. 히미노료조 일본 금융청 차관은 지난해 12월 국내에서 열린 세미나에 참석해 "암호화폐 규제를 위해 거래소 인가제를 도입했지만, 투기를 조장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지난해 9월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11개 암호화폐 거래소를 공식 승인했다. 일본 암호화폐 거래소는 정부 인가를 내세워 더욱 적극적인 홍보에 나섰고, 일본 내 암호화폐 열풍을 불러왔다. 일본 내 암호화폐 거래량은 지난해 말 전 세계의 49%였지만, 이날 64%로 늘어났다.

정부의 고민도 일본과 유사하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6일 국회 경제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거래소를 인가하면 거래를 규율할 수는 있지만, 거래 자체에 공신력을 부여하게 되고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 "미국에선 뉴욕주만 인가제를 엄격히 하지만 (사실상 거래를) 안 해주기 위한 인가제"라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는 12일 "정부가 암호화폐 거래소 인가제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라는 일각의 관측에 대해 "전혀 결정된 것이 없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거래소를 직접 건드리지 않기 위해 정부가 지난달 꺼내 든 카드가 은행을 통한 간접 규제다. 거래소를 옥죄는 대신 은행을 옥죄면, 은행이 거래소를 옥죄게끔 하는 식이다.

한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최대한 정부 규제에 발맞추려고 하는데도 은행은 아무런 이유 없이 어떤 거래소는 실명 서비스를 연동해주고, 어떤 거래소는 해주지 않는다"며 "정확한 기준 없이 은행이 자율적으로 판단한다고 하니 매우 애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 역시 마냥 거래소 인가제 논의를 미룰 순 없다. 과세와 직결돼 있어서다. 과세하려면 과세 대상의 법적 정의가 뚜렷해야 한다. 기재부는 현재 국세청 등과 암호화폐 과세 방안을 논의 중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6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암호화폐 과세를 (거래) 제도화로 볼 수 있냐"는 박용진 의원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한편에선 암호화폐 실명제를 도입하기 전에 거래소 인가제가 먼저 도입됐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안창남 강남대 경제세무학과 교수는 "먼저 암호화폐 거래소를 인가해줘서 마당을 깔아준 뒤에 실명을 밝히고 거래에 참여하는 실명제를 도입했어야 과세 체계상 맞다"며 "그다음 토빈세처럼 아주 낮은 세율로 거래마다 세금을 물리는 거래세든, 이익이 난 데 세금을 물리는 양도소득세든 정부가 판단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새누리 기자 newworl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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