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원 이전·분리놓고 진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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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과학기술원·과학기술대학은 어디로 가는가. 2일 이정오원장의 갑작스런 교체, 학사부의 대덕이전 반대, 학사부와 연구부의 분리에 따른 방향설정 진통등 국내 최대의 연구및 고급인력 양성기관인 과학기술원의 제자리 찾기 몸부림으로 이공계 석·박사양성과 연구에 차질이 예상되고 있다.

<학사부의 이전진통>
과기원 학사부는 81년 전과학원과 과학기술연구소(연구부)의 통페합으로 하나가 됐다. 동시에 대덕단지의 활성화를 위하고 기관이 커지는 것에 대비, 이전 계획이 수립됐다.
그러나 5공화국 초기의 무리한 합병의 앙금은 7년이 지나도록 없어지지 않았다. 통페합된 후에도 서로 겉돌던 두 기관은 연구원들의 끈질긴 요구로 6공화국이 들어서자 분리 독립키로 확정됐다.
이에 따라 90년까지 끝내려던 대덕이전 계획중 연구부쪽은 백지화되고 학사부만 옮기는 것으로 결론지어졌다.
그러나 학사부 교수들의 대부분도 이전에 반대, 서명운동을 펴는등 반발하고 있다.
과기원 교수로 구성된 학사발전위원회는 무리한 이전은 상당수 교수진의 이탈과 연구활동의 위축을 가져온다고 주장, 강제이전 보다 대덕에 있는 과기대에 대학원을 신설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건의하고 있다.
학사부의 이전문제가 잘 마무리되지 않으면 국내 고급인력양성에 구멍이 뚫릴 우려가 크다. 87년 학사부는 석사1천1백56명, 박사1천99명이 등록해 매년 1백50명 내외의 박사를 배출하고 있으나 「과기원의 대덕이전을 전제」로 박사급 인력을 87∼91년 사이에 1천50명, 92∼96년사이에 1천5백명을 양성키로 장기인력 수급계획을 수립했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96년에는 과기원의 박사과정 학생을 1천8백60명으로 확대, 과기원을 박사중심 대학원으로 개편한다는 계획으로 이미 1천여억원의 예산을 투입, 대덕에 연구동·도서관·기숙사등을 짓고있다.
현재 교육기관만으로는 공급능력상 96년까지 1천50명의 박사급 인력이 부족한 것으로 판단돼 왔다.
과기원의 이전이 흔들림에 따라 학사부와의 연계 운영을 예정했던 과학기술대학도 심각한 위기에 처하게됐다.
과학영재교육의 일환으로 설립된 과기대는 지난 3년간 대학원과정이 없어 조교도 제대로 채용하지 못하는등 전문대와 다름없는 운영을 해왔다. 아직은 3학년까지 밖에 없어 큰 문제는 아니었으나 과기원과의 연계운영이나 별도 대학원 설립이 빨리 마무리되지 않으면 절름발이 대학이 될 수밖에 없다.

<과기원의 진로>
최근 연구원들은 새로운 진로를 모색하면서 「한국과학기술연구원법」을 구상, 과기처에 보고했다.
이에 따르면 연구원은 종합연구체제를 갖추고 창조적 원천기술을 개발한다는 것이다.
중점 연구분야는 재료과학·기초공학등으로 기업과 전문연구소를 이끌 수 있는 수준을 목표로 하고있다.
그러나 이 구상은 막대한 연구비의 확보와 연구원의 대폭 교체가 뒤따라야 한다. 21세기를 대비해야 하는 연구·인력양성기관의 이같은 진통은 의외로 큰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 <장재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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