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행자 "자리 연연안해…대통령과 상의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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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관(사진)행정자치부 장관은 3일 하루종일 자진 사퇴 여부를 놓고 고민해 오다 오후 5시 기자회견장에 나왔다. 그는 한나라당을 겨냥, "정책 실패에 대한 문책이 아니라 일선 경찰이 책임져야 할 일을 가지고 장관 해임을 건의하는 것은 대의민주주의의 남용이며 국민도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며 거칠게 비난했다.

金장관은 또 "사퇴하면 다수당 횡포에 굴복하는 것이고, 사퇴하지 않으면 자리에 연연하는 모습으로 비춰져 고민"이라며 "대통령과 상의한 뒤 결심하겠다"며 거취 표명을 유보했다.

그는 이날 해임건의안이 가결된 직후인 오후 3시45분쯤부터 집무실에 함께 있던 측근들을 내보내고 1시간여 동안 혼자서 시간을 보냈고, 이때 '사의 표명'쪽으로 기울었던 결심이 '유보'로 돌아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일부터 "청와대의 수용 여부와 상관없이 사표를 제출할 것"이라는 얘기가 측근들에게서 나왔고, 표결 직후인 오후 3시30분쯤에는 "공보관 등과 사의 표명 발표 문안을 점검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왔었다. 그러나 이로부터 15분쯤 뒤 장관 집무실을 나온 보좌관들은 "아직 최종 결심을 못한 것 같다"며 "오후 5시쯤 입장 표명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무렵 청와대에서 '대통령이 정치권과 여론의 향배를 살펴본 뒤 결정할 수 있도록 사의 표명을 유보하라'는 뜻을 전달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기원 기자, 사진=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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