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붓자식에게 바퀴벌레 먹인 계부 집행유예로 풀려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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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자료 사진. 최승식 기자

아동학대 자료 사진. 최승식 기자

청소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의붓자식에게 바퀴벌레까지 먹인 계부가 집행유예를 받고 풀려났다. 친모가 강력한 처벌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울서부지법 형사3단독 신영희 판사는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A(44)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11일 밝혔다. 법원은 또 보호관찰과 함께 12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수강을 명령했다.

A씨는 2012년 자신과 결혼한 B씨의 자녀 2명을 수년 동안 학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의붓자식들에게 친자식의 육아를 맡기고 ‘제대로 돌보지 않는다’며 멍이 들도록 때리는 등 학대한 혐의를 받는다. 특히 지난 2014년 겨울에는 당시 9살과 10살이었던 의붓자식들이 자신의 친아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는 이유로 반소매·반바지 차림으로 건물 밖에서 30분 동안 눈을 맞으며 서 있도록 했다. 또 지난 4월에는 집 청소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당시 12살이던 의붓자식의 입안에 바퀴벌레를 넣고 강제로 삼키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 판사는 “부모의 세심하고 정성 어린 보살핌을 받아야 할 피해자들이 정신적·육체적으로 큰 고통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피고인이 구속될 경우 아내가 홀로 자식들을 돌봐야 하는 어려움에 처할 수 있어 강력한 처벌을 바라지 않는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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