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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에만? 파스타·디저트 무엇을 담아도 멋스러운 '놋그릇'

중앙일보

입력

스페인에서 네 배우가 한식당을 운영한다는 내용의 tvN ‘윤식당2’에서 비빔밥·갈비 등의 한식과 함께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게 있다. 바로 놋(유기)그릇이다. 비빔밥·김치전·잡채 어떤 음식을 담아내도 먹음직스러워 보이는데다 한식 고유의 정갈함까지 잘 표현해 보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tvN '윤식당2'에선 놋그릇에 비빔밥을 담아낸다. 덕분에 방송 이후 놋그릇을 찾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 [방송 캡처]

tvN '윤식당2'에선 놋그릇에 비빔밥을 담아낸다. 덕분에 방송 이후 놋그릇을 찾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 [방송 캡처]

방송 직후 놋그릇을 사려는 사람도 크게 늘었다. 놋그릇 매장마다 문의 전화가 이어졌다. 방송에 나온 놋그릇 브랜드 '놋담'의 백화점 매출은 방송 이후 3배 이상 늘었다.
물론 방송 때문만은 아니다. 방송 이전인 2017년부터 놋그릇을 찾는 사람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사진을 기반으로 한 SNS 인스타그램에는 유기그릇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이 5200여 건, 놋그릇이 4500여 건이 넘는다. 흥미로운 건 사진 대부분 고급 한식당의 음식이 아니라 직접 집밥을 차리고 플레이팅한 게시물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2017년 놋그릇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배 정도 증가했다. 예단이나 명절에만 사용하는 것으로 여겨졌던 놋그릇은 어떻게 우리 식탁에 다시 오르게 됐을까.

tvN '윤식당2'에 나온 비빔밥 그릇이라는 게 소문이 나면서 놋담의 면온기는 매출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사진 놋담]

tvN '윤식당2'에 나온 비빔밥 그릇이라는 게 소문이 나면서 놋담의 면온기는 매출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사진 놋담]


놋그릇, 멋을 담다 

요즘 놋그릇의 디자인은 반상기를 넘어 파스타나 디저트 등 어떤 음식이라도 멋스럽게 담아낼 수 있을 만큼 다양해졌다. [사진 놋이]

요즘 놋그릇의 디자인은 반상기를 넘어 파스타나 디저트 등 어떤 음식이라도 멋스럽게 담아낼 수 있을 만큼 다양해졌다. [사진 놋이]

놋그릇 매장에 진열된 그릇들을 보면 이유를 알 수 있다. 은은한 광채가 도는 금빛은 다른 그릇에선 볼 수 없는 특유의 매력이 있다. 이탈리아 여성복 브랜드 ‘막스마라’는 2017년 서울 동대문 DDP에서 대규모의 코트 아카이브 전시를 열면서 서울을 주제로 한 ‘코트 서울’을 선보였다. 이를 디자인한 이안 그리피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한국의 유기에서 영감을 받아 코트 안감에 유기의 빛깔과 광택을 녹였다”고 했다. 유기 특유의 빛깔이 한국인뿐 아니라 외국인 디렉터의 마음까지 사로잡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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놋그릇은 디저트를 담아도 멋스럽다. '놋이'에서 운영하는 카페 '놋그릇 가지런히'에서 판매하는 '홍시&단팥'. [사진 놋이]

놋그릇은 디저트를 담아도 멋스럽다. '놋이'에서 운영하는 카페 '놋그릇 가지런히'에서 판매하는 '홍시&단팥'. [사진 놋이]

무엇보다 과거엔 예단용 반상기 정도로 종류가 단조롭고 디자인도 비슷했지만 요즘은 파스타·샐러드·케이크 등 서양 음식도 멋스럽게 담기 좋을 만큼 종류가 다양하다. 2012년 서촌 통인동에 모던 유기 브랜드 '놋이' 매장을 연 김순영 대표는 2층은 갤러리 겸 숍을, 1층은 카페 '놋그릇 가지런히'로 꾸몄다. 카페에선 차와 디저트를 놋그릇에 담아내는데 “놋그릇을 제기나 반상기로만 생각하던 사람들에게 직접 다양한 쓰임새를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2층 쇼룸엔 커다란 샹들리에 아래 서양식 파티 테이블과 현대식 주방을 꾸몄다. 서울 논현동 '놋담' 매장에도 커다란 원목 테이블과 진열장에 한식·서양 음식을 담기 좋은 다양한 그릇을 전시해 놓았다.

놋그릇 브랜드 '놋담'의 그릇과 커트러리 제품. [사진 놋담]

놋그릇 브랜드 '놋담'의 그릇과 커트러리 제품. [사진 놋담]

전통적인 놋그릇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변화를 이끈 건 젊은 디자이너들이다. 가구 디자이너 송승용씨는 이종오 유기명장과 유기 수저·포크·나이프 등 '유기 커트러리 라륀'을 선보였다. 송 디자이너와 이 명장의 협업을 이끌어낸 리빙편집숍 ‘서울번드’의 박찬호 대표는 “유기나 옻칠 제품은 한국에서만 일상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그 가치가 높아 더 소개하고 싶어도 기존 국내 유기·옻칠 그릇들이 디자인적인 면에서 차별성이 떨어져 아쉬웠다"고 설명했다. 송 디자이너는 스푼은 둥근 달에서, 나이프는 반달 모양에서 모티프를 얻어 디자인했다.

리빙편집숍 '서울번드'에서 판매하는 유기 커트러리 '라륀' 제품. [사진 서울번드]

리빙편집숍 '서울번드'에서 판매하는 유기 커트러리 '라륀' 제품. [사진 서울번드]

디자인그룹 ‘페노메노’의 조기상 대표는 유광·무광·옻칠 등 다양한 라인의 모던 유기 반상을 선보였다. 그는 “옛날에 비해 요즘 사람들은 밥을 훨씬 적게 먹는 만큼 밥·국그릇의 크기는 줄이면서 최대한 얇게 깍아 ‘유기그릇은 무겁다’는 단점을 보완했다”고 설명했다. 공예 작가 문채훈씨는 유기에 옻칠을 접목한 그릇 브랜드 '다문'을 내놓으며 단조로운 유기에 색을 입혔다.

문채훈 작가가 유기와 옻칠을 접목해 론칭한 '다문'의 유기 제품. [사진 서울번드]

문채훈 작가가 유기와 옻칠을 접목해 론칭한 '다문'의 유기 제품. [사진 서울번드]


젊은층 마음까지 사로잡다 
놋그릇이 변화하자 이를 찾는 사람들의 연령도 낮아졌다. 온라인 집들이가 유행할 만큼 SNS에 자신의 집을 공개하는 것이 일반화됐고, 특히 식탁을 예쁘고 세련되게 연출하려는 사람이 늘었다. 현대백화점 리빙팀 김자영 그릇바이어는 “SNS에서 자신의 식탁을 지칭하는 해시태크인 ‘온더테이블’이 인기를 끌 정도로 내 밥상을 보여주고 싶은 문화가 확산됐다”며 “특히 모던한 디자인의 놋그릇은 한식뿐 아니라 과일이나 디저트를 담아내도 예쁘고 다른 그릇과 차별화돼 요즘은 상차림을 공유하고자 하는 30~40대가 많이 찾는다”고 설명했다. SNS에서 놋그릇을 활용해 차려낸 멋진 상차림 게시물은 다른 사람의 구매를 부추긴다. ‘놋담’의 지희정 주임은 “인스타그램에서 예쁘게 세팅한 놋그릇 게시물을 꾸준히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놋그릇이 고지식한 스타일의 그릇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모던한 테이블 연출이 가능한 수단으로 여기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엔 반상기 등의 세트가 아닌 단품과 커트러리를 찾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 [사진 놋담]

최근엔 반상기 등의 세트가 아닌 단품과 커트러리를 찾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 [사진 놋담]

구매 방식도 바뀌었다. 반상기 세트로 구매하던 과거와 달리 최근엔 단품 위주의 구매가 대부분이다. 구성이 많은 반상기 세트는 가격이 높은 데다 처음부터 전체를 유기그릇으로 사용하기엔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김자영 바이어는 “판매량을 살펴보면 반상기가 아닌 모던한 디자인의 그릇이나 커트러리 판매율이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다행히 놋그릇은 어떤 소재와도 궁합이 잘 맞는다. 푸드스타일리스트 문인영 101레시피 대표는 “놋그릇은 도자기·유리 등 어떤 소재와도 잘 어울린다”며 “모든 그릇을 유기로 하는 대신 다른 그릇과 함께 사용하면 훨씬 멋스럽게 상차림이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가장 인기가 많은 건 커트러리다. ‘놋이’의 정재미 실장은 “수저나 디저트용 작은 스푼·포크 같은 커트러리 제품은 그릇에 비해 가볍고 그릇이나 반상기와 비교하면 가격도 저렴해 처음 입문하거나 선물하려는 사람들에게 인기”라고 말했다.

'윤식당2' 방송 후 놋그릇 매출 3배↑ #도자기·유리 어떤 소재도 잘 어울려 #반상기 세트보다 단품·커트러리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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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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