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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남현의 통계 엿보기] 60조원에 육박한 법인세수…잘 걷히는데 굳이 세율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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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세수 풍년의 1등 공신은 법인세였다. 정부가 9일 발표한 ‘2017 회계연도 세입ㆍ세출 마감 결과’에 따르면 법인세는 59조2000억원 걷혔다. 1년 전(52조1000억원)보다 7조1000억원 더 걷혔다. 세목 중에 증가 폭이 가장 크다.

자료 기획재정부

자료 기획재정부

지난해 총 국세 수입은 265조4000억원으로 1년 전(242조6000억원)보다 22조8000억원 늘었다. 지난해 세수 증가분의 31%를 법인세가 도맡았다. 법인세 수 증가율은 13.5%로 2016년(15.8%)에 이어 2년 연속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2017년 세입 세출 마감 결과] #지난해 법인세수 59조2000억 #2016년보다 7조1000억원 늘어 #3대 세목중 유일 두자릿수 증가 #글로벌 법인세율 인하 경쟁하는데 #한국만 법인세 최고세율 22→25% #

전체 세수의 4분의 3을 차지하는 3대 세목(소득세ㆍ법인세ㆍ부가가치세) 중 지난해 세수 증가율이 10%를 넘은 건 법인세뿐이다. 소득세는 전년 대비 9.6%, 부가가치세는 8.5% 늘었다.

정부는 법인세수 증가의 요인으로 2016년도의 법인 실적 개선을 꼽았다. 향후 법인세수도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내년 세수와 직결되는 올해 법인의 실적이 양호하기 때문이다.

유가증권시장의 12월 말 결산법인의 영업이익은 2016년 63조8000억원에서 지난해 68조4000억원으로 늘었다. 전년 대비 7.2% 개선됐다.

법인세는 기업이 내는 세금이다. 법인세가 많이 걷히고 있다는 건 그만큼 기업의 세 부담이 늘었다는 의미도 된다. 이런 상황에서 법인세율 인상이 과연 적절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법인세수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굳이 기업 활동 등 민간에서 돌아야 할 돈을 세금으로 거둬들이는 게 맞느냐는 얘기다.

올해부터 과세표준(세금을 매기는 기준) 3000억원 이상인 기업에 대해선 법인세율이 기존 22%에서 25%로 오르게 된다. 정부는 법인세 인상에 해당하는 기업이 77개이고, 추가 세 부담은 2조3000억원이 될 거로 보고 있다.

법인세 역주행

법인세 역주행

이미 주요 통계를 보면 한국의 법인세 비중은 주요국에 비해 높은 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17년 재정통계에 따르면 2015년으로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법인세 비율을 뜻하는 법인세 부담률이 한국은 3.2%다. 29개국 중 8위다.

OECD 평균 법인세 부담률은 2.8%다. 총 조세수입에 대한 법인세 비율은 한국이 12.8%로 29개국 중 4위로 높다. OECD 평균 법인세 비율은 8.1%다. 한국의 법인세수가 GDP 대비로 보나 전체 세수로 보나 과다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게다가 한국만 법인세율을 올리고 있어 국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미국의 법인세율을 기존 15~35%에서 21% 단일세율로 바꿨다. 최고세율 기준으로 한ㆍ미간 세율이 역전됐다.

뿐만 아니라 주요국 역시 법인세율 인하 방향으로 가고 있다. 글로벌 회계ㆍ컨설팅회사인 KPMG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16년까지 전 세계 평균 법인세율은 27.5%에서 24.63%로 하락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의 평균 법인세율도 같은 기간 27.67%에서 24.85%로 내려갔다.

이미 국내 기업의 법인세 부담이 미국보다 크다는 주장도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이미 삼성전자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미국의 경쟁사에 비해 높은 법인세 부담을 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2012∼2016년 삼성전자 유효법인세율은 20.1%로 미국의 애플(17.2%) 퀄컴(16.6%) TSMC(9.8%)에 비해 높다.

[중앙포토]

[중앙포토]

LG화학은 업계 선두인 다우케미칼(24.7%)과 독일 바스프(21.5%), 일본 도레이(22.9%)보다도 높은 유효법인세율 25.1%를 부담하고 있다는 게 한국경제연구원의 계산이다.

기재부는 이런 주장에 대해 “미국과 한국 기업의 유효법인세율은 다른 기준으로 계산됐기 때문에 비교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반박했다.

홍성일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팀장은 “미국 등 주요국은 자국 기업 경쟁력 강화를 법인세율을 낮추고 있다”며 “최근 들어 기업에 대한 각종 비과세 감면 혜택이 없어지거나 축소돼 기업의 세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명목세율 인상이 더해지며 기업의 경영 활동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법인세율 인상에 따른 세수 효과도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히려 기업의 경영 활동을 위축시켜 장기적으로 세금이 덜 걷힐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법인세수는 결국 기업이 이익을 내야 늘어나게 된다”라며 “상위 대기업 중심의 법인세 인상으로 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또 법인세 회피를 위해 국내 투자를 줄이면 오히려 세수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윤 교수는 “해외 주요국이 왜 법인세율을 경쟁적으로 낮추는지 생각해봐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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