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주에 있다가 일제강점기 반출된 뒤 청와대 경내로 옮겨진 신라 석불좌상(石佛坐像ㆍ서울시 유형문화재 제24호)이 보물로 지정된다.
문화재청은 문화재위원회가 8일 열린 회의에서 청와대 석불좌상의 보물 승격 안건을 심의해 ‘경주 방형대좌 석조여래좌상’이라는 명칭으로 지정 예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9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청와대 불상은 높이 108㎝, 어깨 너비 54.5㎝, 무릎 너비 86㎝로, 경주 석굴암 본존불과 양식이 매우 유사하다. 풍만한 얼굴과 약간 치켜 올라간 듯한 눈이 특징으로 ‘미남불’로도 불린다. 당당하고 균형 잡힌 모습과 통일신라시대에 유행한 팔각형 대신 사각형 대좌가 있다는 점이 독특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청와대 불상은 민족의 아픔을 간직한 문화재다. 청와대 불상은 1912년 경주에 시찰 온 데라우치 마사타케 총독의 눈에 띄어 이듬해 당시 서울 남산 왜성대(倭城臺)에 있던 총독 관저로 옮겨졌다. 이후 1939년 경복궁에 새로운 총독관저(현 청와대)가 지어지면서 현재의 위치로 이전됐다.
이번에 청와대 불상이 보물로 지정 예고되면서 논란이 됐던 경주 이전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문화재청은 지정조사 과정에서 청와대 불상의 재질을 분석해 경주 지역 암질과 유사하다는 사실은 확인했지만 불상이 있던 자리로 추정되는 경주 남산과 도지동 이거사(移車寺) 중 한 곳을 특정할 만큼 유의미한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경주 지역 문화계에서는 하루빨리 불상을 고향으로 돌려 보내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원위치가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서 섣불리 불상을 옮겨서는 안 된다고 맞서고 있다.
문화재청은 30일간의 예고 기간에 각계 의견을 수렴해 청와대 불상의 보물 지정 여부를 확정할 방침이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