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만 석 펫코 파크에 동포 2만 모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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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서는 2002년 한.일 월드컵 거리응원전을 방불케 하는 힘찬 함성과 응원 물결이 넘쳤고, 해외동포들도 한국 선수들을 응원하느라 목이 쉬었다. 서울에서는 시청 앞 서울광장과 청계광장, 잠실야구장을 중심으로 대규모 응원전이 펼쳐졌다. 부산과 대구.광주.대전.인천 등 대도시의 야구장과 축구장에도 수많은 시민이 몰려 한국 선수들을 한마음으로 응원했다.

시민들은 대부분 집에서 TV로 경기를 지켜봤으며 이 때문에 거리에는 차량통행이 뜸했으며 극장가도 썰렁했다. '2002년 월드컵의 성지'인 서울광장에는 쌀쌀한 날씨에도 2만5000여 명의 시민이 모여 파란색 막대풍선을 두드리며 한국팀을 열렬히 응원했다. 7회에 홈런을 맞은 뒤에도 시민들은 역전을 기대하면서 목청을 높였으나 실점이 이어지자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노승화(31.회사원)씨는 "6연승을 달리다 막판에 한 번 진 것 때문에 결승에 못 올라간다는 게 억울하긴 하지만 선수들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잠실야구장에도 2만여 명의 야구팬이 오전부터 몰려들었다. 'KOREA'라는 문구가 적힌 하늘색 T셔츠는 경기 시작 전부터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경기 초반 팽팽한 경기가 계속되자 대형 전광판으로 이를 지켜보던 시민들은 "대~한민국"을 연호하고 막대풍선을 두드리며 한국대표팀을 응원했다. 시민들은 4회 초 일본 공격 때 1사 1, 2루에서 호수비로 병살 플레이를 성공시키자 환호성을 지르며 서로 얼싸안고 춤을 추기도 했다. 하지만 7, 8회 초 연속 실점과 우천으로 경기가 중단되자 많은 사람이 아쉬움을 뒤로한 채 운동장을 빠져나왔다.

태극기를 꼭 잡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대한민국을 외쳤습니다. 외국인도 투혼의 한국 야구에 박수를 보냅니다. 비가 내리는 펫코 파크에서 우리 동포들도 한마음으로 승리를 기원 했습니다. 졌지만 더 큰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우리 선수들이 자랑스럽습니다. 김태성 기자, [로이터=연합뉴스]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응원한 신동섭(53.인천시 남동구)씨는 "우리 선수들이 비록 결승 진출엔 실패했지만 한국 야구의 저력을 전 세계에 알렸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경기 패배에 못내 아쉬워하면서도 "우리 선수들이 자랑스럽다"며 첫 야구월드컵인 WBC에서 축구에 이어 또 한번 4강의 기적을 이룬 우리 선수단을 격려했다.

?해외서도 뜨거운 응원=해외동포들의 응원 열기도 자못 뜨거웠다. 경기가 열린 샌디에이고 펫코 파크는 마치 국내 잠실구장 같은 분위기였다. 4만2000여 명의 관중이 입장한 경기장에는 2만 명 이상의 동포가 모였다. 이들이 흔든 태극기와 'KOREA'라고 쓰인 푸른색 막대풍선은 관중석 한쪽을 덮다시피 했다. 1루 더그아웃 쪽 스탠드에 자리 잡은 한국 응원단은 샌디에이고 교민은 물론 로스앤젤레스.애너하임 등 남부 캘리포니아 지역에 사는 동포들이 대부분이었다. LA에서 왔다는 한 교민은 "일본전을 보기 위해 55달러짜리 암표 4장을 500달러 주고 구입했다"고 말했다. 이날 한.일전 입장권 값은 55달러짜리 내야석이 160달러까지 치솟았다.

동포들의 응원은 7회초 일본이 대량 득점을 할 때에도 멈추지 않고 계속돼 "대~한민국"을 외치는 함성으로 그라운드는 쩌렁쩌렁 울렸다. 특히 8회초 비로 경기가 중단되자 많은 미국 관중은 경기장을 떠났지만 한국 응원단은 자리를 지키고 앉아 꽹과리를 두드리면서 끝까지 열렬한 응원을 펼쳤다.

애너하임=성백유 기자, 한애란 기자,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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