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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수의 삼지연 스케치]금성학원 시절 이설주 공연사진 어땠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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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성학원 전문반 3학년 시절인 2007년 이설주가 노래 '청춘'을 부르고 있다. [중앙포토]

금성학원 전문반 3학년 시절인 2007년 이설주가 노래 '청춘'을 부르고 있다. [중앙포토]

 북한에서 예술인, 특히 가수로 산다는 건 부러움의 대상이다. 모란봉 악단장을 맡은 현송월처럼 당 고위간부가 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지만 일단 부와 명예가 보장된다. 일반 병사들은 수년간 군 생활을 한 뒤 장교교육을 받고서야 소위 계급장을 달지만, 모란봉 악단원들은 입단과 동시에 소위 계급장이 주어진다. 여성가수들의 경우 북한의 특권층이라 할 수 있는 당원을 배우자로 만날 가능성도 크다.

모란봉 악단장인 현송월 노동당 중앙위 후보위원 [연합뉴스]

모란봉 악단장인 현송월 노동당 중앙위 후보위원 [연합뉴스]

평창 겨울올림픽 축하공연을 위해 방남한 삼지연관현악단(예술단)은 응원단과 별도의 숙소를 요구했다고 한다. 이들과 같은 대우를 받는 걸 싫어했다는 후문이다. 정부 당국자는 “평등을 강조하는 북한 사회에서 대놓고 격이 다르다는 말을 하기는 어렵겠지만, 예술단원들의 자존심이 대단한 것 같더라”고 귀띔했다.

그런만큼 북한 사회에서 가수, 대표적인 악단에 들어간다는 건 한국만큼이나 바늘구멍이다. 10세 이전부터 줄기차게 연습을 하면서 피라미드 구조를 뚫고 최정상까지 가야 하는 건 험난한 경로다. 최근 한국에도 많이 알려진 모란봉악단원들의 경우 대부분이 김원균 명칭 평양음악대학이나 예술인 전문양성소인 금성학원 출신이다. 정상급으로 가기 위한 엘리트 코스다.

금성학원 소학교반 학생들이 수업중이다. [중앙포토]

금성학원 소학교반 학생들이 수업중이다. [중앙포토]

인민배우로 북한 주민들의 사랑을 받는 최삼숙은 방직공장 노동자로 일하다 ‘경연’(노래대회)에서 눈에 띈 사례다. 하지만 상당수의 가수는 소학교(초등학교) 때부터 경쟁을 뚫어야 한다. 평양의 경우 소학교별로 소조를 운영하며 재능을 발굴한다. 여기서 눈에 띄면 학교수업을 마친 뒤 만경대 학생소년궁전이나 평양학생소년궁전으로 이동해 특별교육을 받는다. 유치원 때부터 소질을 보인 어린이들은 아예 금성학원 소학교에서 수업을 한다. 이후 성악(노래)로 유명한 보통강 중학교(한국의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합한 것)나 금성학원 중학 반으로 진학한다. 이후 평양음대나 금성학원 전문반으로 소수의 인원만 진출한다.

평양음대 1학년 시간표[중앙포토]

평양음대 1학년 시간표[중앙포토]

평양음대 2학년 시간표 [중앙포토]

평양음대 2학년 시간표 [중앙포토]

평양음대 학생의 오선지 노트. 혁명가극 꽃파는 처녀 주제곡 악보를 그려놨다. [중앙포토]

평양음대 학생의 오선지 노트. 혁명가극 꽃파는 처녀 주제곡 악보를 그려놨다. [중앙포토]

평양음악대학은 4년제 정규대학으로 클래식을 위주로 하고, 전문학교 형식인 금성학원은 대중음악을 추구한다. 모란봉 악단 악장인 선우향희의 경우 평양음대 출신임에도 대중음악을 하지만 평양음대 출신은 대부분 교향악단 등으로 진출한다. 평양음대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00년대 중반 악기 980대와 컴퓨터 300대를 직접 챙겨서 보내줄 만큼 관심을 보였던 곳이다.

평양음대 공연장, 평양음대 관현악단이 학교안의 공연장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평양음대 공연장, 평양음대 관현악단이 학교안의 공연장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대중음악인 양성을 위한 금성학원 공연무대. 음악홀을 연상케하는 평양음대 무대와 차이가 있다. [중앙포토]

대중음악인 양성을 위한 금성학원 공연무대. 음악홀을 연상케하는 평양음대 무대와 차이가 있다. [중앙포토]

반면 금성학원은 중학교를 마친 학생들이 3년간 전문반 교육을 받은 뒤 다른 대학에 진학하거나 악단으로 진출한다. 2000년 10대 초반의 나이로 한국에 와 공연을 하면서 드럼 신동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이진혁의 경우 금성학원을 졸업하고, 김일성종합대를 나온 뒤 은하수관현악단에 들어갔다.

금성학원 소학교반 학생들의 체육활동. [중앙포토]

금성학원 소학교반 학생들의 체육활동. [중앙포토]

금성학원 중학반 학생이 발성연습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금성학원 중학반 학생이 발성연습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금성학원 전문반 3학년 시절인 2007년 이설주가 공연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금성학원 전문반 3학년 시절인 2007년 이설주가 공연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금성학원 전문반 3학년 시절이던 지난 2007년 이설주(원 안) [중앙포토]

금성학원 전문반 3학년 시절이던 지난 2007년 이설주(원 안) [중앙포토]

만수대예술단이나 모란봉악단, 청봉악단 등 대표적인 예술단체로 가기 위해선 선전선동부와 문화성 등의 엄격한 심사에 따라 선발된다. 익명을 원한 탈북 노동당 간부는 “북한에서 음악은 선전선동의 기본이 되는 수단”이라며 “재능뿐만 아니라 충성심도 심사 대상이 된다”고 전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부인 이설주도 이런 과정을 거쳤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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