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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노래 '반갑습니다'로 시작한 삼지연관현악단 공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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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송월 단장이 이끄는 북측 삼지연관현악단(예술단)의 첫 공연은 북측 노래 ‘반갑습니다’로 시작했다.북측이 설명절 음악회에서 즐겨 부르는 '흰눈아 내려라'와 '비둘기야 높이 날아라'도 연주됐다. 8일 강릉 아트센터에서 오후 8시에 시작한 공연은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됐다.

 권혁봉 문화성 국장과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이 이끄는 북측 예술단이 8일 오후 리허설을 마치고 강릉아트센터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권혁봉 문화성 국장과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이 이끄는 북측 예술단이 8일 오후 리허설을 마치고 강릉아트센터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예술단은 오페라의 유령(북한에서는 ‘가극극장의 유령’)을 비롯한 메들리와 관현악곡, 가수 심수봉의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최진희의 ‘사랑의 미로’ 등 한국 가요도 준비했다. 최진희씨는 2003년 평양에서 노래한 적이 있어서 북측에도 낯설지 않은 곡이다. 또 ‘당신은 모르실거야’(혜은희),‘ 다함께 차차차’(설운도), ‘홀로아리랑’(서유석)도 연주됐다.

 남측에서 우려했던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찬양하거나 북측 체제를 직접 선전하는 노래는 없었다. 정부 당국자는 “지난달 15일 실무 접촉 이후 지속해서 예술단 공연이 논란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북측에 전달했다”며 “북측에서도 ‘걱정하지 말라. 보면 알 것’이라고 답했다”고 말했다.   북측은 공연에 앞서 지난 2일 밤 전화통지문을 통해 “남측 노래를 많이 준비했다”고 알리기도 했다고 한다.

 남북은 예술단이 묵호항에 도착한 직후부터 공연 내용을 놓고 협의를 했다. 공연 시작 직전까지 북측이 준비한 ‘모란봉’과 ‘백두와 한나는 내 조국’이라는 두 곡의 공연 여부를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금수산 제일봉에 아침 햇발이”로 시작하는 민요풍의 ‘모란봉’은 노래 중간에 “우리네 평양 좋을시구, 사회주의 건설이 좋을시구”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또 북측이 통일노래의 하나로 즐겨 부르는 ‘백두와 한나(한라)는 내 조국’은 3절에 “태양조선 하나되는 통일이여라”는 부분이 나온다.

 평양과 사회주의가 좋다는 내용과 김일성(태양)의 북한을 상징하는 ‘태양 조선’에 대해 남측이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남측 주민들이 평양을 방문했을 경우 흔히 들었던 곡들이긴 하지만 남측에서 공연하는 이상 논란이 될 수 있는 부분을 삭제하거나 다른 노래로 대체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공연이 약 10여분 늦게 시작됐다.

 예술단원은 이틀 간 묵호항에 정박하는 만경봉호로 이동해 점심을 먹었다. 버스를 타고 왕복 2시간가량을 이동했다. 이날은 오후 3시 50분쯤 공연장에 도착해 마지막 점검을 했다.

 지난달 21일 공연장 점검차 방문한 이후 17일만인 7일 강릉아트센터를 찾은 현 단장은 남측 관계자와 재회했다. 그간의 안부를 물으며 공연준비에 대한 수고에 감사를 표했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강릉이 커피 도시라고 하던데, (강릉)커피를 다시 마시고 싶었다”며 커피를 주문했다.

 공연 시간이 다가오자 현 단장은 웃음기 없이 다소 긴장한 모습이었다. 음량이나 조명 등 공연과 관련한 대화 외에는 말을 아꼈다고 한다. 또 단원들의 구겨진 공연복을 펴기 위해 다리미를 부탁하기도 했다. 정부 당국자는 “현 단장의 남측 공연은 처음으로 안다. 기대와 관심이 집중되는 만큼 현 단장도 긴장한 것 같았다”고 전했다.

 반면, 4차례의 리허설과 개별연습을 진행한 단원들은 전날보다 활기찬 모습이었다. 최근 북측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북한판 소녀시대’ 모란봉악단과 청봉악단 소속 예술단원은 지방공연과 언론이 익숙한 듯 남측 언론을 보고 손을 흔드는 등 여유를 보였다.

 예술단 공연에 대한 관심이 커지며 추첨을 통해 무료로 배포한 입장권이 암거래되고 있다는 얘기가 돌자 정부는 관람객의 신원을 일일이 확인하고 입장시켰다. 또 공연장 주변에 공연을 지지하는 단체와 보수단체가 각각 시위를 하자 경찰 3개 중대(약 270명)가 강릉아트센터 주변에 투입됐다.

◇조총련 응원단도 평창으로=이날 평창 겨울올림픽을 응원하기 위한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소속 재일동포로 구성된 응원단 89명이 도쿄 하네다 공항을 출발했다. 1차 응원단은 도쿄 외에도 오사카, 홋카이도, 후쿠오카 등에서 총 106명이 출국했다.
조총련은 3차례에 걸쳐 약 170명의 응원단을 보낸다. 이들은 4박 5일 일정으로 속초에 있는 숙소에서 머물면서 9일 개막식에 참석한다. 이른 아침 하네다 공항에 모인 이들은 붉은색으로 ‘총련’이라고 적힌 이름표를 목에 걸었다. 응원에 사용할 한반도기도 인원수만큼 준비했다.

 인솔자는 “거리에서 통일기(한반도기)는 흔들어도 되지만, 공화국기는 흔들면 안 된다. 우리 선수들이 경기할 때만 흔들어야 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또 “김포공항에 도착하면 ‘반갑습니다. 통일하러 왔습니다’라고 잘 대응해주시기 바란다”라며 인사말을 미리 공유했다.

 응원단은 주로 50대, 60대의 중·장년층으로 구성됐다. 22만엔(약 218만원)에 달하는 비용도 모두 자비 부담했다고 조총련 측은 설명했다. 조총련 관계자는 “더 많은 사람이 가고 싶어했지만, 경기장 입장권 등을 구하는 데 한계가 있어 많이 참가하지 못했다. 비행기 티켓, 입장권 등 모두 총련에서 마련했다. 한국 정부가 지원해준 것은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히로시마에서 온 김영화(72)씨는 대학생인 손녀딸 2명을 데리고 한국을 찾는다. 그는 “현재 조선반도를 둘러싼 정세를 손녀딸들이 직접 눈으로 보고 확인했으면 좋겠다. 지금 일본에서는 북에 대해 부정적으로만 보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릉=박진호ㆍ송승환 기자, 도쿄=윤설영 특파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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