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 한복판 금·은·동 보디페인팅 퍼포먼스…"거위털, 따뜻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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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동물보호단체 페타 활동가들이 서울 명동 롯데백화점 앞에서 캐나다구스 다운점퍼 반대 나체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김정연 기자

국제동물보호단체 페타 활동가들이 서울 명동 롯데백화점 앞에서 캐나다구스 다운점퍼 반대 나체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김정연 기자

서울 명동 롯데백화점 앞에 8일 오후 세 명의 여성이 나체로 등장했다. 속옷만 입은 세 여성은 각각 금·은·동색으로 몸을 칠했다. 'CANADA GOOSE(캐나다 구스) 다운(거위털)을 버려요'라고 적힌 현수막이 이들의 몸을 감쌌다.

영하 4도의 추운 날씨로 세 사람의 입에서는 하얀 입김이 나왔다. 몸은 덜덜 떨려왔다. 그럼에도 셋은 연신 느긋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 상태로 명동지하쇼핑센터에서부터 을지로입구 앞 평창올림픽 시설물까지 행진했다.

이날 퍼포먼스는 '캐나다구스'와 같은 거위털 점퍼 생산 과정의 잔혹함을 알리고 판매 중단을 촉구하기 위해 국제 동물보호단체 '페타'(PETA)가 마련한 동물권리 보호 퍼포먼스였다. 제이슨 베이커 PETA 아시아 부회장은 "최근 사람들의 관심이 평창동계올림픽에 맞춰져 있어 일부러 활동가들의 몸을 금·은·동색으로 칠했다"고 설명했다.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진 '나체 퍼포먼스'는 추위로 종종걸음을 치던 사람들도 멈추게 했다. 김소하(63)씨는 "나도 지금 오리털을 입고 있는데, 이런 거 보면 웬만하면 안 입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퍼포먼스를 유심히 지켜봤다. 몇몇 사람들은 퍼포먼스 장면을 사진으로 담기도 했다.

국제동물보호단체 페타 활동가들이 서울 명동 롯데백화점 앞에서 캐나다구스 다운점퍼 반대 나체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김정연 기자

국제동물보호단체 페타 활동가들이 서울 명동 롯데백화점 앞에서 캐나다구스 다운점퍼 반대 나체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김정연 기자

퍼포먼스는 20여분 간 진행됐다. 추위로 활동가들의 온몸에는 소름이 돋아 있었다. '금메달' 색을 맡은 활동가 애슐리 프루노씨는 이틀 전 평창에서도 '모피 반대'를 외치며 비키니 퍼포먼스를 했다. 그는 "페인팅 하는 데 2시간이 걸렸고, 이 날씨에 야외에 서 있는 건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동물들이 겪고 있는 고통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페타는 다운점퍼에 사용되는 거위들의 사육 과정 중 한 장면을 영상으로 공개했다. 영상 속에서 거위들은 사육장 한 곳에 몰려 서로 밟고 밝히다 압사 당하거나 질식한 상태로 죽었다. 베이커 부회장은 "살아남은 거위들도 도살장에 끌려가 거꾸로 매달린 채 목이 잘린다. 지금은 2018년이다. 굳이 이렇게 만든 구스 다운을 입을 필요가 없는 시대다"고 주장했다.

페타의 최종 목표는 '캐나다구스 퇴출'이다. 이들은 "거위털 제품을 사는 사람 모두 거위들이 질식하고 도살 당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동물들은 우리가 입고 다닐 수 있는 소유물이 아니다"며 "15년 간 해온 모피 반대운동이 점차 소비자들 사이에서 확산된만큼 캐나다구스 반대 운동도 그렇게 전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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