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리 하늘길 '복선화' 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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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21일부터 이틀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한국.프랑스 정부 간 항공회담을 앞두고 다시금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서울~파리 황금 노선의 복수 항공사 취항 건이 협상 테이블에 올라 있기 때문이다. 복수 취항이 허용되면 아시아나도 대한항공처럼 서울~파리 노선을 뛸 수 있게 된다.

아시아나는 복수 취항을 못하는 현 체제를 불평등 외교로 규정한다. 1973년에 체결된 양국 간 항공협정이 33년이 지나도록 1국1사 운항만 허용하는 건 문제라는 것이다. 아시아나 측은 우선 서울~파리 노선이 한국과 유럽을 잇는 중심노선으로 지난 한해 33만명이 이용해 80%에 가까운 탑승률을 보인 고밀도 포화 노선임을 강조했다. 회사 관계자는"대한항공이 75년 이 노선에 첫 취항한 이래 31년이 지나도록 에어프랑스와 함께 독점 운항하고 있다"고 불평했다.

프랑스 정부는 일본.중국.대만.인도.필리핀.말레이지아.태국.베트남 등 주요 아시아 국가들과 복수 항공사 체제를 갖췄다. 같은 유럽국인 독일은 한국 국적 항공사가 취항한 지 13년만인 97년에, 영국은 14년 만인 2002년 복수 취항을 허용했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도 이런 점을 감안해 97년부터 여러 차례 회담을 열어 프랑스 정부에 복수 취항을 요구해 왔다. 하지만 프랑스 정부는 해당 노선의 수요가 연간 40만명을 넘어야 복수 취항을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이에 대해 아시아나는 "한마디로 실현 불가능한 조건"이라는 입장이다. "연간 이용객수 40만명은 대한항공과 에어프랑스의 좌석 공급량 기준으로 모든 운항편이 95% 이상의 탑승률을 올려야 되는 규모"라는 것이다.

대한항공은 원칙적으론 파리 노선 복수화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건이 성숙되길 기다려야지 무작정 요구한다고 될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우리 정부는 프랑스와 네 차례, 터키와 두 차례 항공회담을 열어 결렬된 경험이 있다는 것이다. 상대국 분위기를 도외시한 항공회담 추진으로 우리 쪽 요구사항이 잘 먹혀들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아시아나는 후발 약자임을 들어 역대 정부로부터 혜택을 적잖이 받아냈다"며 "이미 단거리 시장에선 대한항공보다 많은 노선권을 확보했는데 장거리 시장까지 성급하게 넘본다"고 주장했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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