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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소파에 숨겨놓은 돈 1억8000만원 훔친 아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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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아버지가 소파 밑에 감춰둔 현금 1억 8000만원을 훔쳤다가 발각됐다. [중앙포토]

아들이 아버지가 소파 밑에 감춰둔 현금 1억 8000만원을 훔쳤다가 발각됐다. [중앙포토]

아버지가 소파 밑에 숨겨둔 현금 1억 8000만원을 훔친 30대 아들이 경찰에 잡혔으나 ‘친족간 재산죄는 처벌하지 않는다’라는 법 때문에 풀려났다.

7일 광주 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60대 A씨가 “소파 밑에 있던 돈 2억5000만원 중 7000만원만 남아 있고 1억8000만원이 없어졌다”며 “제발 돈을 훔쳐간 도둑을 잡아달라”고 경찰에 신고했다. 그 돈은 A씨가 지난해 6월 운영하던 숙박업소를 판 돈을 집을 구할 때 쓰려고 자택 소파 밑에 5만원권 현금으로 숨겨놓은 것이었다.

A씨는 이 사실을 아들 3명 등 가족들에게만 지나가는 말로 했을 뿐 다른 사람에겐 알리지 않았다.

경찰은 사정을 잘 아는 이의 소행으로 판단한데다 A씨가 “평소 둘째 아들이 집에서 몰래 돈을 가져다 쓰는 등 사고뭉치다”는 진술에 따라 수사 끝에 둘째 아들 B씨(35)가 범인임을 밝혀냈다.

경찰 조사 결과 B씨는 지난해 11월 15일 오후 8시께 아버지가 집 소파 밑에 숨겨둔 현금 2억5000만원 중 1억8000만원을 몰래 빼내 갔다. 도박으로 빚이 많고, 민사소송에 휘말려 급전이 필요했던 B씨는 아버지의 은퇴자금과 다름없는 현금을 훔쳐 빚 청산과 소송비용 등으로 써버렸다. 이후 B씨는 해외도박장 개장 혐의로 구속돼 구치소에 갇히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변호사에게 “아버지 돈을 가져다 쓰면 죄가 되느냐”고 자문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A씨는 처벌을 받지 않는다. 형법 제328조와 제344조에는 친족간의 일은 국가권력이 간섭하지 않고 친족끼리 처리하는 것이 가족의 화평을 지키는 데 좋을 것이라는 취지로 강도죄 등을 제외한 재산죄는 형을 면제하거나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특례(친족상도례)를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이에 따라 A씨가 아버지의 돈을 훔쳐간 것은 명백하나 죄가 안 된다고 판단해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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