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호 받은 두 나라의 스포츠맨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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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이번 대회는 8강 리그에서 같은 조의 1, 2위 팀끼리 결승 진출을 다투도록 돼 있다. 먼저 2승을 거둔 한국은 일본과의 경기에서 지더라도 실점을 많이 하지만 않으면 4강 진출이 가능했다. 6점 이하로만 패해도 조 2위를 차지하고, 그럴 경우 미국이 탈락하고 일본이 4강에 오르게 돼 있었다.

따라서 한국이 준결승 상대를 고를 생각이 있었다면 강팀인 미국을 떨어뜨리는 것이 유리했다.

그러나 한국의 김인식 감독은 정정당당한 승부를 했다. 8강 리그에 대비해 짜놓았던 순서대로 박찬호(샌디에이고 파드리스)를 선발로 투입했다. 전병두.김병현.구대성.오승환 등 동원 가능한 선수를 모두 투입하는 총력전을 펼친 끝에 일본을 2-1로 꺾었다.

멕시코도 17일 미국과의 경기에서 스포츠맨십을 발휘했다. 멕시코는 일찌감치 4강 진출이 좌절됐다. 한국과 일본에 패한 멕시코는 미국을 이겨 1승2패로 공동 2위가 되더라도 실점이 많아 조 2위가 될 수 없었다. 그렇지만 멕시코는 미국을 상대로 최선을 다했다. '이겨봐야 별볼일없는' 멕시코가 미국과의 경기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면 가뜩이나 오심 등으로 얼룩진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의 의미가 퇴색해버렸을 것이다.

영국에서는 야구가 성행하지 않는다.'야구가 베이스를 훔치고, 상대 사인을 훔쳐보는 등 경기 내용이 비신사적'이라는 점을 이유로 지적하기도 한다. 하지만 한국과 멕시코는 이번 대회를 통해 '야구가 신사의 운동'이며 '정정당당히 실력을 겨루는 스포츠'임을 입증했다.

성백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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