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이있는책읽기] 빠른 삶, 느린 삶 적당한 속도는 얼마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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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그림책 '헨리는 피치버그까지 걸어서 가요'(D B 존슨 글, 김서정 옮김, 달리)를 통해 이 문제를 더 깊이 생각해보자. 헨리와 그의 친구는 피치버그에 가기로 한다. 피치버그까지는 48㎞, 기차를 타면 우리 돈 900원 쯤이 된다. 헨리는 걸어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지만, 친구는 돈을 모아 더 빠른 기차를 타고 가겠다고 한다. 헨리는 열심히 걷고 친구는 열심히 일한다.

"친구는 소로우 부인네 닭장을 청소했어요. 100원/ 헨리는 늪을 지나다가 풀숲에서 새둥지를 발견했어요. 피치버그까지 20㎞." "친구는 재판소 앞 울타리를 칠했어요. 100원/ 헨리는 돌담 위를 걸었어요…. 피치버그까지 10㎞."

자, 그러면 누가 먼저 피치버그에 닿았을까? "기차로 오는 게 더 빨랐어." 조금 일찍 도착한 친구의 말이다. 헨리는 활짝 웃으며 답한다. "나는 딸기를 따느라 늦었어."

'월든'의 작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는 "나는 삶이 아닌 것은 살고 싶지 않았다"며 왜 우리가 남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나의 봄을 여름으로 바꾸어야 하느냐고 묻는다. 그는 돈을 벌고 여러 물건을 가지기 위해 들이는 노력과 시간을 줄이면 더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책을 읽고 빠름과 느림, 많이 가지는 것과 많이 누리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다음 헨리의 입장과 친구의 입장을 비교하며 글을 써보자. 정보 하나. 딸기를 따느라 조금 늦었던 헨리는 바로 소로우이며 책 속의 내기는 실제 그의 얘기를 담은 것이다.

김지은<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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