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획시론(1)

새만금 시행착오 다신 없게 하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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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새만금사업은 1991년 착공해 15년을 끌어 온 초대형 국책사업으로 총공사비 2조1933억원의 87%가 이미 투입됐다. 사업계획에 따르면 여의도의 140배에 달하는 2만8300ha의 토지와 10억t(㎥)의 수자원이 확보된다. 사업 초기부터 반대 목소리가 있었으나 96년 시화호의 수질 오염으로 인한 논쟁의 불씨가 새만금으로 옮겨 가면서 갯벌 보호와 토지 확보의 상반된 가치 판단에 따른 적극적인 찬반 논쟁이 시작됐다. 이에 따라 99년 국무총리실에서 경제.해양환경.수질 분야의 전문가들로 민.관 공동조사단을 발족시켜 타당성을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2년간 사업이 중단된 가운데 조사단의 엄정한 결론을 기대했다. 그러나 위원들의 조사결과는 추천단체의 당초 의견을 그대로 반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또 다른 갈등으로 이어졌다. 수많은 공청회와 토론회를 열었으나 전문가들 역시 찬성과 반대로 갈라져 결론 없이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이처럼 새만금은 거듭된 공사 중단과 재개, 입장에 따른 국론 분열 등 엄청난 사회적.경제적 손실을 끼쳤다. 갯벌과 환경의 중요성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국책사업에 대한 국민의 감시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높여준 성과는 있으나 너무나 비싼 대가를 치렀다.

자연과 환경은 미래 세대에 온전히 물려주는 것이 원칙이나 그대로 보존하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기상이변에 따라 빈번히 발생하는 가뭄과 홍수 피해를 예로 든다면 적극적인 대비를 위한 개발도 고려해야 한다. 세상은 서로의 입장이나 처지 및 이해관계 등이 상충되는 경우가 허다하므로 다양한 집단 간에 갈등과 분쟁이 생기게 마련이다. 특히 사회가 민주화.다원화하면서 갈등은 일상화된 하나의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갈등은 협의.협상.조정.화해 등을 통해 최소화하고 적절하게 관리, 만족스러운 합의점을 찾아가는 것이 순리다. 새만금 같은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고 국책사업을 계획.추진하기 위해 몇 가지 제언한다.

첫째, 국책사업의 계획은 국가경제 발전의 거시적 측면과 다른 계획과의 연계성, 환경 원칙과 평가, 그리고 지역특성과 사회적 영향 등을 고려해 지속 가능한 개발인지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도록 충분한 시간을 갖고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국가의 발전을 위한다는 공공사업이 국민을 분열시키고 반목과 질시를 초래한다면 안타까운 일이다. 갈등의 여지가 있다면 이를 조정할 수 있는 합리적 전략이 계획 초기부터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둘째, 일단 확정된 사업이 진행 중이라면 갈팡질팡해선 안 된다. 물론 환경변화와 사회적 여건에 따른 보완작업은 수시로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각종 이해관계와 반대에 부닥쳐 시행 중인 국책사업이 중단.재개를 반복한다면 결국 국가예산의 낭비를 초래하고 국민의 신뢰를 잃게 된다.

마지막으로, 국책사업의 시행 여부는 법적으로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 정부가 확정한 사업을 법원에서 해결한다면 자율성을 포기하는 셈이 된다. 어쨌든 이번 새만금사업은 대법원 판결을 통해 결정됐다. 이제는 논쟁을 중지하고 모두가 한마음으로 화해와 상생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심명필 인하대 교수·환경토목공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