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참석 펜스 “미국 인내 끝났다 알리러 가는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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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식 참석을 위해 방한하는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8일)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9일)와 잇따라 회동한다. 특히 아베 총리는 한·일 정상회담에서 올림픽 직후 한·미 연합훈련이 실시되도록 요청할 것이라고 일본 언론들이 전했다. 펜스 부통령은 방한에 앞서 일본에 들러 대북 전략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대북 강경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미·일과 평창올림픽을 ‘북·미 대화’의 단초로 만드는 데 전력투구 중인 한국 정부가 엇갈린 ‘대북 셈법’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북·미 대화 원하는 한국과 온도차 #“올림픽 이후에도 한·미 훈련 축소” #북한의 시간끌기 사전 차단 목적 #펜스 “모든 옵션 테이블에” 또 강조 #미·일 제재 공조로 한국 압박할 듯

펜스 미 부통령은 2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의 한 행사 연설에서 “(북한에 대한) 전략적 인내의 시대는 끝났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러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 가서 미 올림픽 선수들을 응원할 것이지만 그와 동시에 이 간단 명료한 메시지를 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탄도미사일 실험을 계속하고 미국을 위협하고 있는 만큼 미국은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할 것”이라며 “북한이 완전하고 영원히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할 때까지 미국은 모든 경제적·외교적 압박을 계속할 것이란 점을 여러분이 확신해도 된다”고 덧붙였다. 펜스 부통령은 이 같은 메시지를 문재인 대통령과의 8일 회담에서 강조할 가능성이 크다.

평창 오는 아베, 3월 한·미 훈련 재개 요구할 가능성

아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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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더불어 이날 펜스 부통령이 ‘모든 옵션’을 새삼 강조한 것은 ‘평창 이후’를 겨냥한 측면이 강하다. 최대한의 압박과 제재라는 큰 흐름을 유지하는 한편 올림픽 이후 북한의 도발이나 혹은 시간끌기 작전을 결코 용인하지 않겠다는 경고 메시지다.

반면 문 대통령은 지난 2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한 남북대화 개선의 모멘텀이 향후 지속돼 한반도 평화 정착에 기여하기를 희망한다”며 “펜스 부통령의 방한이 이를 위한 중요한 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북·미 대화’라는 직접적인 표현은 없었지만 펜스 부통령과 평창올림픽에 파견되는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만남이 성사되면 한반도 긴장 완화의 모멘텀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내비친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북·미 대화의 문을 여는, 그런 가능성을 타진해 보는 내용을 전달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거기에 대해 가타부타 (입장을) 밝힌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아베 일본 총리의 대북 전략도 청와대와는 온도차가 있다. 방한을 앞두고 대북 압박을 위한 미·일 공조 강화에 몰두하고 있다. ‘북한에 대한 최대한 압력 유지’라는 메시지를 한국과 북한 모두에 보내는 동시에 겨울올림픽 이후를 고려한 전략짜기에 고심 중이다.

산케이신문은 4일 “아베 총리가 9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평창 겨울올림픽이 끝난 직후인 3월 중순에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실시할 것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겨울올림픽이 끝난 뒤 북한이 재차 연합훈련을 연기하거나 축소해 실시할 것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이를 미리 차단하겠다는 의도”라고 풀이했다.

아베 총리는 6~8일 일본을 방문하는 펜스 부통령과의 회담에서도 한·미 연합 군사훈련 재개와 관련한 의견을 나눌 계획이다.

교도통신은 정부 관계자를 인용, 아베 총리가 펜스 부통령에게 “한·미 군사훈련을 과거와 동일한 규모로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할 가능성이 크다”며 “아베 총리와 펜스 부통령은 방한 후 문 대통령에게 한·미 훈련을 확실하게 실시할 것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 2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도 “북한과 관련해 ‘미소 외교’에 시선을 빼앗기지 않고, 압력을 가해 나가야 한다”고 말하는 등 대북 압박에 대한 미·일 공조를 강조했다.

한편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도 2일 기자들과 만나 “어떤 축구팀도 수비 플레이만 하지는 않는다”며 대북 군사해법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매티스 장관은 “본토와 우리나라의 이익, 그리고 동맹들을 방어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모든 힘을 방어에만 쏟아붓진 않는다”며 “북한에는 ‘그러지 마라. 우리를 공격하지 말라’며 환기시키며 그들이 소중하게 여기고 있는 걸 위험에 처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 핵 공격 시 정권 종말”=미 국방부가 지난 2일 펴낸 ‘핵 태세 검토 보고서(NPR)’의 핵심 내용이다. 이 보고서에는 북한·중국·러시아·이란의 핵 사용에 대한 경고가 포함됐다. 특히 북한에 대해선 “미국과 동맹을 공격한다면 정권의 종말을 초래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 “북한은 미국과 그 동맹에 명백하고 심각한 위협을 제기한다”며 “김정은 정권이 핵무기를 사용하고도 생존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러시아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런궈창(任國强)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4일 “미국은 중국의 핵 역량을 위협으로 과장했다”고 비난했고, 러시아 외무부는 “미국의 핵 보고서는 대결적이고 반(反)러시아적인 성격이 명백하다”고 밝혔다.

워싱턴·도쿄=김현기·윤설영 특파원 서울=조진형·위문희 기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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