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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숙선 명창이 한소리 뽑았다 “평창 대박 나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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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안숙선 명창(가운데 한복)과 첼리스트 정명화(왼쪽)의 2일 ‘흥보가’ 공연.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이 8일 공연하는 강릉아트센터에서 열렸다. [사진 평창겨울음악제]

안숙선 명창(가운데 한복)과 첼리스트 정명화(왼쪽)의 2일 ‘흥보가’ 공연.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이 8일 공연하는 강릉아트센터에서 열렸다. [사진 평창겨울음악제]

“평창 동계올림픽 대박 나소!” 2일 저녁 강원도 강릉시의 강릉아트센터에서 구성진 소리가 울렸다. 소리꾼 안숙선, 첼리스트 정명화, 피아니스트 김태형, 고수 조용수가 한 무대에 섰다. 생소한 조합의 악기와 소리로 다룬 내용은 ‘흥보가’다. 작곡가 임준희(59)는 흥보가 제비 다리를 고쳐주는 장면에서 시작해 놀보가 후회하고 서로 화해하는 내용까지 포함하는 새로운 작품을 내놨다.

강릉아트센터서 ‘흥보가’ 선보여 #8일 북 삼지연관현악단 무대 올라 #200명 규모 공연단 충분히 소화 #11일 국립극장도 기존 시설 이용

안숙선은 평창 겨울올림픽의 흥겨움을 표현하듯 재미있게 소리를 풀었다. 그에 맞춰 피아노와 첼로는 음악이 해학을 어떻게 소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익살스러운 피치카토(현을 뜯는 기법), 다양한 색채를 담은 글리산도(펼친 화음), 재즈를 연상시키는 당김음이 희극적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작곡가 임준희는 “우리의 전통문화에서 흥을 강조하고 싶었다”며 흥보와 놀보가 기쁘게 화해하는 내용에 중점을 뒀다. ‘평창 흥보가’라는 제목에 맞게 형제는 올림픽의 대박을 기원하며 작품을 끝낸다.

2018평창겨울음악제의 공연 중 하나였던 이날 무대는 강릉아트센터의 대극장인 사임당홀에서 열렸다. 북한의 삼지연관현악단이 8일 오후 8시 공연을 예고한 무대다. 기존에 체육관으로 쓰고 있던 곳에 새로 지어 지난해 12월 15일 문을 열었고 평창 겨울올림픽에 맞춰 다양한 공연이 열리고 있다. 극장은 클래식 음악뿐 아니라 연극·무용 등 복합 공연을 위해 설계됐으며 객석이 980석인 중극장 규모다. 지난달 북한 예술단 공연의 실무협의에 참가했던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은 “좀 더 큰 홀은 없느냐. 더 확실히 보여줄 무대가 필요하다”고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강릉아트센터 사임당홀은 객석 규모에 비해 무대가 큰 편이었다. 주 무대는 폭 16m, 길이 16m였고, 그 뒤로도 확장할 수 있는 무대가 더 있었다. 강릉아트센터 김진무 명예관장은 “무대를 최대한 확장하면 500명도 설 수 있는 무대”라고 설명했다. 삼지연관현악단이 전한 연주단 규모는 200여 명이다.

소리의 울림도 풍성한 편이었다. 현악4중주가 연주한 모차르트의 작품, 첼로 4중주로 연주한 라벨의 ‘볼레로’에서 연주자들의 소리는 객석 끝까지 무리 없이 전달됐다. 마이크 같은 확성 장치를 쓰지 않았지만 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

삼지연관현악단은 마이크와 스피커를 이용해서 공연할 예정이다. 김진무 명예관장은 “북한 측에서 쓰는 마이크와 스피커 같은 장비가 우리 쪽과 맞지 않아 따로 준비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민요와 가요라는 것 말고는 어떤 곡을 연주할지 전혀 모르긴 하지만, 아마도 소리 증폭 장치를 이용하는 개량 국악기와 서양 악기의 배합 형식이 아닐까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현송월 단장이 공연장을 점검하러 왔을 땐 객석에 꼼짝하지 않고 앉아서 설명을 듣기만 했다”며 “이탈리아제 조명과 음향 시설도 요구했지만 이는 정부 측에서 준비하기로 한 것으로 알고 있고 같은 시설을 국립극장에서도 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삼지연관현악단은 여기에서 90분 동안 중간휴식 없이 공연할 예정이다. 삼지연관혁악단은 11일 공연하는 서울 국립극장 측에도 음향·조명장비 관련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문체부 정상원 공연전통예술과장은 “북측이 요청한 음향·조명 등 장비를 준비했다. 대부분 국립극장이 보유한 장비이고 아니면 렌탈이 가능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장비를 요청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2일 공연은 ‘흥보가’ 외에도 올림픽의 화합 정신을 읽을 수 있는 작품들로 구성됐다. 이날 무대에는 총 19명의 국내외 연주자와 댄서가 피아노 3중주, 현악 6중주, 피아노 4중주, 캐스터네츠와 첼로 4중주 등의 여러 조합으로 무대에 올라 호흡을 맞췄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비올라 연주자 가레스 루브(42)는 ‘자유를 향한 기나긴 걸음’이라는 작품에서 아프리카의 노래를 소개해 다른 문화의 이해에 대한 메시지를 던졌다.

스페인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1876 ~1973)가 고향 카탈루냐의 평화를 그린 연주곡 ‘새의 노래’, 입양아 출신인 한국계 네덜란드 하피스트 라비니아 마이어의 ‘아리랑 변주곡’도 연주됐다. 발레리나 김유미가 이번 공연을 위해 새로 안무한 ‘쉴 사이 없는 사랑’은 마스네의 ‘타이스’ 중 명상곡을 배경으로 두 사람 사이의 사랑을 밀도 있게 그렸다.

평창대관령음악제의 겨울 음악제인 평창겨울음악제는 3일 강릉아트센터에서의 오페라 갈라 공연에 이어 16일 협주곡 콘서트를 끝으로 막을 내린다.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피아니스트 손열음, 지휘자 성시연이 브람스·베토벤을 들려주는 무료 공연이다. 2004년 겨울올림픽 유치를 위해 시작된 평창대관령음악제의 예술감독 정명화·경화 자매는 이번 겨울 음악제를 마지막으로 예술감독직에서 7년 만에 물러난다.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의 8일 강릉아트센터 공연과 11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공연은 일반인에게 티켓 총 1060장이 추첨으로 배정된다. 집계 결과 2~3일 이틀 동안 15만여 명이 응모하는 높은 관심을 보였다.

강릉=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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