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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법적 연명의료 중단 오늘 시작

중앙일보

입력

서울의 한 대학병원 중환자실.[중앙포토]

서울의 한 대학병원 중환자실.[중앙포토]

오늘부터 연명의료를 합법적으로 중단할 수 있게 됐다.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이하 연명의료결정법)이 4일 시행됐다. 2년 전 이 법률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준비를 위해 시행을 2년 유예했었고 유예 기간이 끝나면서 이날 공식 시행됐다. 연명의료 중단, 즉 존엄사는 1997년 서울 보라매병원 사건 이후 약 20여년 논쟁을 거쳐 시행되는 것이다.

연명의료결정법 2년 유예기간 끝나 오늘 시행 #인공호흡기 달지 않고 존엄사할 길 열려

연명의료결정법의 핵심은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가 연명의료를 중단하거나 시행하지 않아도 가족이나 의사가 처벌받지 않는 것이다. 연명의료란 심폐소생술·인공호흡기·혈액투석·항암제투여 등의 네 가지 행위를 말한다. 임종환자는 회생의 가능성이 없고, 치료에도 불구하고 회복되지 않으며 급속도로 증상이 악화되어사망에 임박한 상태에 있는 사람을 말한다. 임종환자인지아닌지는담당의사와 전문의 1명이 판단한다.

임종환자라 하더라도 본인의 연명의료 중단 의사를 확인해야 한다. 본인 의사 확인 방법은 세 가지다.

첫째, 말기가 됐을 때 연명의료계획서에 서명하는 것이다. 의사의 설명을 충분히 듣고 연명의료를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담은 연명의료계획서에 서명하고 의사가 함께 서명하면 된다.

둘째, 건강할 때 연명으료를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담은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면 된다. 이 문서는 국립연명의료관기기관에 등록돼 유사시에 실시간으로 조회해서 활용할 수 있다.

셋째, 가족의 대리 확인이다. 환자가 의식이 없거나 의사를 표현하기 곤란할 때 가족 2명이 '부모님이 연명의료를 원하지 않았다'고 일관되게 진술하면 된다. 환자의 존엄사 의사를 추정하는 것이다. 환자의 뜻을 모를 때 가족 전원이 연명의료 중단에 합의하면 된다. 가족은 배우자·자녀·부모를 말한다. 환자가 미성년자이면 친권자가 결정한다.

연명의료 결정과 관련한 의문점을 문답으로 풀어본다.

사망하는 모든 환자가 이 법의 적용을 받나요?
모든 사망 환자가 연명의료결정법의 적용을 받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따른 응급상황에서의 응급환자, 집에서 사망하는 환자 등은 연명의료결정법의 적용을 받지 않습니다. 따라서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라는 판단을 받고, 연명의료중단 결정을 이행하고자 하는 환자가 아닌 경우라면 의료법·응급의료법 등 관련법에 의한 일반적인 원칙을 따르시면 됩니다.
연명의료결정법 제정으로 정말 안락사와 존엄사가 합법화된 것인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이 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연명의료중단등결정”이란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 대하여 치료 효과 없이 임종기간만을 연장하는 의학적 시술을 시행하지 아니하거나 중단하기로 하는 결정을 의미하며, 환자의 생명을 단축하는 시술을 시행하거나 물·영양·산소의 단순 공급을 중단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연명의료를 유보 또는 중단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환자가 임종과정에 있다는 의사 2인의 의학적 판단이 선행되어야 하며, 단순히 환자 스스로 임종을 선택하는 것만으로는 연명의료의 유보 또는 중단을 할 수 없습니다.
연명의료중단등결정의 이행(연명의료 중단 또는 유보)과 안락사·존엄사·웰다잉이 혼동됩니다. 용어 간 어떤 차이점이 있나요?
안락사(安樂死, euthanasia)는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생명을 인위적으로 종결시키는 모든 행위를 의미하는 용어로서, 사망을 위한 방법과 시기를 제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연명 의료중단 등 결정의 이행과 다릅니다. 존엄사(尊嚴死, death with dignity)는 사망하는 사람의 존엄성 확보를 목적으로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강조하는 용어입니다. 법적 용어는 아닙니다. 엄밀히 말하면 ‘임종과정’에 있다는 의학적 판단이 전제된 환자에 대하여 제한적으로 환자의 자기 결정을 인정하는 연명의료중단등결정의 이행과는 구별되지만, 국내에서는 같은 의미로 통용됩니다. 행복한 죽음이라는 뜻을 지닌 웰다잉(well
dying)은 유언작성, 장례절차 준비, 유산의 상속 및 기부 등을 포함하여 임종 문화에 관한 포괄적 용어로 정확한 정의 없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이전 민간 기관을 통해 작성된 유사서식(사전의료지시서 등)은 법적 효력이 있나요?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이전에 작성된 사전의료지시서나 시범사업 기간(2017년 10월 22일~2018년 1월 15일)에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시범사업 기관이 아닌 곳에서 작성된 사전의료지시서는 법적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다만 환자가 의사를 표현할 수 없는 의학적 상태에 있는 경우 환자 가족 2인 이상이 환자의 의사를 진술할 때 그 증거자료로 쓰일 수는 있습니다.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되는 2018년 2월 4일 이후에는 모든 의료기관에서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할 수 있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의료기관 윤리위원회가 등록된 의료기관에서만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할 수 있습니다. 연명의료결정법 제14조에 따라 연명의료중단 결정 및 그 이행에 관한 업무를 수행하려는 의료기관은 의료기관 윤리위원회를 설치하고 보건복지부에 등록하여야 합니다. 이때 다른 의료기관 윤리위원회와 업무수행 위탁에 관한 협약을 체결하거나,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공용윤리위원회에 해당 업무를 위탁하고 이를 등록하면 윤리위원회를 설치한 것과 동일한 효력이 발생합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보관에 돈이 드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꼭 본인만 작성해야 하나요?
그렇습니다. 이 문서는 작성자가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가 되기 전이라도 미리 연명의료중단결정을 할 수 있도록 마련된 제도입니다. 적법하게 작성된 문서는 향후 특정 요건 하에서 본인의 의사로 간주되어 실제 연명의료 중단 및 유보의 근거가 될 수 있으므로 반드시 본인이 충분한 설명을 듣고 작성해야 합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을 위해 전화로 상담한 후 작성자가 집에서 작성하여 우편으로 등록기관에 보내도 되나요?
상담은 유선으로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본인 여부를 확인하고 설명을 잘 이해하는지를 확인하려면 상담원과 대면해서 작성해야 합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하면 변경하거나 철회할 수 없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작성자 또는 환자 본인의 의사에 따라 언제든지 변경하거나 철회할 수 있으며, 이런 요청을 받으면 등록기관 및 담당의사는 관리기관의 정보처리시스템에 변경 또는 철회 여부가 반영되도록 조치하여야 합니다. 
연명의료계획서 작성 후 퇴원한 환자가 수개월 후 다시 입원하면 기존에 작성한 연명의료계획서의 효력이 유지 되나요?
그렇습니다. 연명의료계획서는 국립 정보처리시스템에 등록되어 있는 경우 환자의 입원 및 퇴원 여부와 관계없이 효력이 발생합니다.
지속적 식물인간 상태나 뇌사상태 환자도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나요?
두 환자는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는 충분한 요건이 아닙니다. 어떠한 상태의 환자라 하더라도 연명의료결정법제 16조에 따라 오직 담당의사와해당분야 전문의 1인이 해당 환자가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라고 판단하는 경우에만 환자의사 확인을 거쳐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습니다. 
환자가족 2인 이상의 진술, 환자가족 전원의 합의에 의한 결정에서 환자가족의 범위는 어떻게 되나요?
배우자와 부모, 조부무, 자녀와 손자녀이며, 이에 해당하는 사람이 모두 없는 경우 형제·자매가 포함됩니다.   
환자가 의식이 있는데 가족이 환자에게 질병이나 임종과정 여부를 알리지 않고 연명의료를 중단 또는 유보할 수 있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연명의료결정법의 입법 취지는 환자가 자신의 질병을 파악하고, 임종과정이 예측되는 시점에 미리 환자 스스로 연명의료중단을 결정하여 존엄성을 유지하게 돕고 환자의 최선의 이익을 보장하는 데 있습니다.따라서 환자가 의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환자에게 알리지 않고 가족이 대신 연명의료중단 의사결정을 하여서는 안됩니다. 담당의사도 환자가 임종과정에 있다는 의학적 판단 및 환자의사의 확인 없이 무조건적으로 가족의 의사결정을 수용하여서는 안됩니다. 
환자가족이 없는 환자도 연명의료를 중단하거나 유보할 수 있나요?
무연고자나 독거노인 등 환자가족이 없는 경우라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나 연명의료계획서로 스스로 의사표시를 한 경우에만 중단 또는 유보할 수 있습니다. 만일 환자가족이 없는 환자가 의사표현을 할 수 없는 의학적 상태라면 연명의료를 유보하거나 중단할 수 없습니다.
환자가족 일부가 해외에 있거나 몸이 불편하여 나머지 환자가족과 한 공간에 모일 수 없는 경우에도 환자가족 전원의 합의에 의한연명의료중단 결정이 가능한가요?
현행 법률에는 환자의 의사를 확인할 수 없고 환자가 의사표현을 할 수 없는 의학적 상태인 경우 ‘환자가족 전원의 합의’를 통해서 환자를 위한 연명의료중단 결정을 할 수 있다고 하고 있으나, 합의의 방법은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환자가족의 범위 내 본인임을 확인할 수 있고 그에 해당하는 사람들의 합의가 확인된다면 모든 구성원이 한 날 한 시에한 자리에 모일 필요는 없으며, 녹음 또는 녹취 등에 의한 확인도 인정할 수 있습니다.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라 연명의료를 유보 또는 중단한 환자의 경우, 보험금 청구 시 불이익을 받게 되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연명의료중단 결정 및 그 이행으로 사망한 사람과 보험금 수령인 또는 연금 수급자에 대하여 보험금 또는 연금급여 지급 시 불리하게 대우하여서는 안됩니다.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이후 심폐소생술 금지요청서(DNR)의 효력은 어떻게 되나요?
 DNR(Do Not Resuscitate·심폐소생술 금지)은 의료 현장에서 많이 활용하고 있는 문서이기는 합니다. 그러나 의료기관에서 자체적으로 활용하여 오던 임의 서식이며 작성 주체 및 작성 방법 등도 통일되어 있지 않습니다. 또한 DNR은 ‘임종과정’이라는 의학적 판단을 전제하기보다 ‘심정지’라는 특수 상황에 대하여 활용되는 서식입니다. 특히 환자의 의사능력에 대한 확인 없이 가족 또는 불특정 대리인에 의해 환자에 대한 연명의료 유보 또는 중단을 결정하는 경우는 환자의 자기결정을 존중하고 대리결정을 허용하지 않은 연명의료결정법의입법취지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연명의료결정법과 관계없이 응급상황 등 의료기관 판단 하에DNR 사용의 가능성은 있겠으나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라 보호받을 수 있는 결정은 아니라는 게 정부 입장입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이에스더 기자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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