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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예술단 올 공연장에서 울린 "올림픽 대박나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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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강릉아트센터에서 공연한 작곡가 임준희의 '평창 흥보가'. 흥보와 놀보의 화해를 강조했다. [사진 평창겨울음악제]

2일 강릉아트센터에서 공연한 작곡가 임준희의 '평창 흥보가'. 흥보와 놀보의 화해를 강조했다. [사진 평창겨울음악제]

 “평창 동계 올림픽 대박나소!” 2일 저녁 강원도 강릉시의 강릉아트센터에서 구성진 소리가 울렸다. 소리꾼 안숙선, 첼리스트 정명화, 피아니스트 김태형, 고수 조용수가 한 무대에 섰다. 생소한 조합의 악기와 소리로 다룬 내용은 흥보가다. 작곡가 임준희(59)는 흥보가 제비 다리를 고쳐주는 장면에서 시작해 놀보가 후회하고 서로 화해하는 내용까지 포함하는 새로운 작품을 내놨다.

2일 강릉아트센터에서 열린 평창겨울음악제 #8일엔 삼지연 관현악단 공연 #흥보와 놀보 화해 그린 '평창흥보가' 무대에 올라

안숙선은 평창 동계 올림픽의 흥겨움을 표현하듯 재미있게 소리를 풀었다. 그에 맞춰 피아노와 첼로는 음악이 해학을 어떻게 소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익살스러운 피치카토(현을 뜯는 기법), 다양한 색채를 담은 글리산도(펼친 화음), 재즈를 연상시키는 당김음이 희극적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작곡가 임준희는 “우리의 전통 문화에서 흥을 강조하고 싶었다”며 흥보와 놀보가 기쁘게 화해하는 내용에 중점을 뒀다. ‘평창 흥보가’라는 제목에 맞게 형제는 올림픽의 대박을 기원하며 작품을 끝낸다.

2018평창겨울음악제의 공연 중 하나였던 이날 무대는 강릉아트센터의 대극장인 사임당홀에서 열렸다. 북한의 삼지연 관현악단이 8일 오후 8시 공연을 예고한 무대다. 기존에 체육관으로 쓰고 있던 곳에 새로 지어 지난해 12월 15일 문을 열었고 평창 동계 올림픽에 맞춰 다양한 공연이 열리고 있다. 극장은 클래식 음악 뿐 아니라 연극ㆍ무용 등 복합 공연을 위해 설계됐으며  객석은 980석인 중극장 규모다. 지난달 북한 예술단 공연의 실무협의에 참가했던 현송월 모란봉 악단 단장은 “좀 더 큰 홀은 없느냐. 더 확실히 보여줄 무대가 필요하다”고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2일 평창겨울음악제가 열린 강릉아트센터. 8일엔 현송월이 이끄는 삼지연 관현악단이 공연한다. [사진 평창겨울음악제]

2일 평창겨울음악제가 열린 강릉아트센터. 8일엔 현송월이 이끄는 삼지연 관현악단이 공연한다. [사진 평창겨울음악제]

하지만 2일 공연이 열린 무대는 객석 규모에 비해서 큰 편이었다. 주 무대는 폭 16m, 길이 16m였고 그 뒤로도 확장할 수 있는 무대가 더 있었다. 강릉아트센터의 김진무 명예관장은 “무대를 최대한 확장하면 500명도 설 수 있는 무대”라고 설명했다. 삼지연 관현악단이 전한 연주단 규모는 200여명이다.
소리의 울림도 풍성한 편이었다. 현악4중주가 연주한 모차르트의 작품, 첼로 4중주로 연주한 라벨의 ‘볼레로’에서 연주자들의 소리는 객석 끝까지 무리없이 전달됐다. 마이크 같은 확성 장치를 쓰지 않았지만 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

평창겨울음악제에서 선보인 발레 무대 '쉴 사이 없는 사랑'. [사진 평창겨울음악제]

평창겨울음악제에서 선보인 발레 무대 '쉴 사이 없는 사랑'. [사진 평창겨울음악제]

삼지연 관현악단은 마이크와 스피커를 이용해서 공연할 예정이다. 김진무 명예관장은 “북한 측에서 쓰는 마이크와 스피커 같은 장비가 우리 쪽과 맞지 않아 따로 준비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민요와 가요라는 것 말고는 어떤 곡을 연주할지 전혀 모르긴 하지만, 아마도 소리 증폭 장치를 이용하는 개량 국악기와 서양 악기의 배합 형식이 아닐까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현송월 단장이 공연장을 점검하러 왔을 땐 객석에 꼼짝않고 앉아서 설명을 듣기만 했다. 어떤 공연을 할지는 정보가 전혀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삼지연 관현악단은 여기에서 90분동안 중간휴식 없이 공연할 예정이다.

2일 공연은 ‘흥보가’ 외에도 올림픽의 화합 정신을 읽을 수 있는 작품들로 구성됐다. 이날 무대에는 총 19명의 국내외 연주자와 댄서가 피아노 3중주, 현악 6중주, 피아노 4중주, 캐스터네츠와 첼로 4중주 등의 여러 조합으로 무대에 올라 호흡을 맞췄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비올라 연주자 가레스 루브(42)는 ‘자유를 향한 기나긴 걸음’이라는 자신의 작품 안에서 아프리카의 노래를 소개해 다른 문화의 이해에 대한 메시지를 던졌다. 파블로 카잘스가 고향 카탈루냐의 평화를 그린 ‘새의 노래’와 입양된 한국계 네덜란드인 하피스트 라비니아 마이어의 ‘아리랑 변주곡’도 연주됐다. 발레리나 김유미가 이번 공연을 위해 새로 안무한 ‘쉴 사이 없는 사랑’은 마스네의 ‘타이스’ 중 명상곡을 배경으로 두 사람 사이의 사랑을 밀도있게 그렸다.

평창대관령음악제의 겨울 음악제인 평창겨울음악제는 16일 강릉아트센터 협주곡 콘서트를 끝으로 막을 내린다.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피아니스트 손열음, 지휘자 성시연이 브람스ㆍ베토벤을 들려주는 무료 공연이다. 2004년 동계 올림픽 유치를 위해 시작된 평창대관령음악제의 예술감독 정명화ㆍ경화는 이번 겨울 음악제를 끝으로 예술감독직에서 7년 만에 물러난다.
북한의 삼지연 관현악단은 8일 강릉아트센터에 이어 11일 서울 장충동의 국립극장에서도 공연할 계획이다. 일반인에게 제공하는 티켓 1060장에는 2일 하루 10만여명이 응모했다.

강릉=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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