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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검은 금요일 … 한때 40% ‘김치 프리미엄’ 사라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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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전 세계 암호화폐 가격이 내리막을 타는 건 각국의 전방위 규제 움직임 때문이다.

글로벌 규제 움직임이 직격탄 #국세청, 양도세 등 과세 방안 검토 #페북·웨이보선 광고 전면 금지 #“투기 거품 걷히면 재평가” 기대도

하락 폭을 따졌을 때 가장 타격을 받은 곳은 한국 시장이다. 국내 암호화폐 가격이 국제 시세보다 더 비싼 현상,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김프)’은 2일 없어졌다. 암호화폐 투자 열풍이 불던 지난해엔 김치 프리미엄이 40%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글로벌 투기 큰손까지 가세하면서다. 그러나 국제 시세보다 국내 시세가 더 가파르게 떨어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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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가격 정보 사이트인 ‘루카7’에 따르면 2일 오후 6시30분 기준 한국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870만2000원을 기록했다. 달러를 기준으로 한 국제 가격을 원화로 환산한 915만9000원보다 5% 낮다. 보통 외국에서 암호화폐를 거래하고 국내로 들여오는 비용 등을 고려하면 김치 프리미엄은 10% 정도가 정상이라고 본다. 그동안 김치 프리미엄이 높아 한국 시장이 지나치게 달궈졌다는 분석이 많았는데 이제는 급속히 냉각된다는 쪽으로 시장의 흐름이 변하고 있다. 프리미엄이 빠지는 것은 투자자에게 일종의 조정 신호로 읽힌다. 한 비트코인 투자자는 “김프가 커지면 상승장, 김프가 빠지면 하락장이라고 보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여기에 심리적 방어선으로 여겨졌던 1만 달러(약 1080만원)가 붕괴하면서 패닉에 빠져 매도에 나선 투자자도 생겨나고 있다.

김치 프리미엄이 터진 것은 지난달 30일 시작된 암호화폐 실명제 및 자금세탁 방지 의무 강화와 연관이 깊다. 기업은행 등 은행권이 당분간 “암호화폐 투자용 신규 계좌 개설은 없다”고 밝히면서 신규 자금 유입이 전보다 확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퍼졌다. 은행권이 몸을 사리면서 신규 거래가 끊기다시피 한 영세 암호화폐 거래소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가 됐다.

여기에 국세청은 과세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승희 국세청장은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 출석해 “양도소득세 등 여러 과세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암호화폐 거래소의 소득 누락 부분에 대해서는 철저히 검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규제 움직임은 국내에 한정되지 않는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지난해 12월 홍콩 암호화폐 거래소 비트피넥스와 스타트업 업체인 테더 관계자에게 소환장을 보내고 조사를 하는 중이다. 테더는 일종의 암호화폐 거래를 위한 상품권처럼 사용됐다. 이들이 테더를 불법적으로 대량 발행해 가격 조작을 했는지 등이 조사 대상이다. 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텍사스 소재 어라이즈뱅크가 암호화폐 공개(ICO·암호화폐를 이용한 자금 모집)로 모은 6억 달러를 동결하고 추가 ICO를 막았다. 이 회사 공동창업자는 사기 혐의로 기소됐다.

글로벌 주요 소셜미디어도 가세했다. 미국 페이스북과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 등은 암호화폐 광고를 전면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일부에선 투기 열풍이 사그라들면 암호화폐가 제대로 평가받을 것이란 기대도 있다. 박녹선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여러 악재가 층층이 쌓인 상황이라 확실한 호재가 아니라면 거래 부진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거품이 걷혔다는 점에서 반등 시기가 빨리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새누리·장원석 기자 newworl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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