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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해야 안전해진다] 오늘도 대로변 행인 위로 철근이 날아다니고 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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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대로변 행인 머리 위 '날아다니는 철근'…일상 속 위험 현장

30일 서울 마포구의 공사 현장에서 타워크레인이 철근을 나르고 있다. 크레인 밑 인도에서는 행인이 길을 걷고 있다. 송우영 기자

30일 서울 마포구의 공사 현장에서 타워크레인이 철근을 나르고 있다. 크레인 밑 인도에서는 행인이 길을 걷고 있다. 송우영 기자

지난 30일 오전 11시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근처 대로변에서는 공사용 철근들이 사람들 머리 위로 날아다녔다. 대형 공사 현장의 타워크레인이 철근 더미를 꼭대기 층으로 쉴 새 없이 올리는 중이었다. 시민들은 자신의 머리 위에 철근 더미가 있는 줄 모른 채 지나다녔다.
 인근 골목의 5층짜리 상가 건물 앞 인도는 ‘스카이차(스카이크레인)’가 점령하고 있었다. 4층의 내부 공사를 마친 뒤 창문을 통해 자재를 나르는 작업을 위해서다. 인도를 뺏긴 사람들은 차도로 걸어 다녔다. 통행을 안내하는 작업자나 표지는 전혀 없었다.

30일 서울 마포구의 한 도로에서 스카이차가 인도를 점령해 시민들이 차도로 걷고 있다. 송우영 기자

30일 서울 마포구의 한 도로에서 스카이차가 인도를 점령해 시민들이 차도로 걷고 있다. 송우영 기자

 이날 오후 박종국 시민안전감시센터 대표와 함께 찾은 서울 서초구의 공사 현장들에서도 위험한 모습들이 보였다. 공사 현장에서는 작업 중 벽돌 등이 떨어져 지나던 행인이 다치는 걸 막기 위해 낙하물 방지망을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접어놓은 공사장들도 많았다. 박 대표는 “낙하물 방지망을 펼쳐 놓으면 작업하는 도중 불편해서 저렇게 접어놓는 경우가 많다. 지금 저 위에서 공사하는 인부가 벽돌을 떨어뜨리면 도로의 행인이 크게 다칠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박종국 시민안전감시센터 대표가 30일 서울 서초구의 한 공사 현장에서 접혀 있는 낙하물 방지망을 가리키고 있다. 송우영 기자

박종국 시민안전감시센터 대표가 30일 서울 서초구의 한 공사 현장에서 접혀 있는 낙하물 방지망을 가리키고 있다. 송우영 기자

근처의 3층짜리 건물에선 스카이차가 인테리어 공사 후 남은 자재들을 나르고 있었다. 스카이차는 ‘아웃 트리거’라 불리는 부분을 땅에 단단히 고정한 뒤 작업을 해야 하지만, 왼쪽은 거의 펴지 않은 모습이었다. 박 대표는 “왼쪽까지 펴면 도로를 점거하게 되기 때문에 ‘도로 점용 허가’를 받은 뒤 공사를 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 허가 없이 공사를 하려다 보니 저렇게 한쪽만 편 채로 작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러다 균형을 잃고 한쪽으로 쓰러지는 경우도 많이 생긴다. 지난해 12월 서울 강서구의 공사 현장에서 시내버스를 덮친 타워크레인도 비슷한 이유로 한쪽으로 넘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30일 서울 서초구의 한 건물 앞에서 작업 중인 스카이차. 오른쪽 아웃트리거는 다 펼쳐져 있지만 왼쪽 아웃트리거는 절반 정도만 펼쳐져 있다. 송우영 기자

30일 서울 서초구의 한 건물 앞에서 작업 중인 스카이차. 오른쪽 아웃트리거는 다 펼쳐져 있지만 왼쪽 아웃트리거는 절반 정도만 펼쳐져 있다. 송우영 기자

교대역 근처 골목의 도로에선 포크레인이 3층짜리 단독 주택을 부수고 있었다. 부서진 벽돌에서 나온 먼지와 공사 소리에 놀란 시민이 “여기 지나가지 못하는 것이냐”고 묻자 한 작업자는 “지나가셔도 된다”고 말했다. 이 시민은 작업 중인 포크레인 뒤를 아슬아슬하게 지나갔다. 한 시공업체 관계자는 “포크레인을 빌리는 데 하루 40만원 정도가 든다. 인건비도 매일 발생하기 때문에 빨리 공사하는 게 중요하지, 행인을 위한 안전 통행로 안내 등의 조치에 신경 쓰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30일 서울 서초동의 한 도로에서 한 행인이 건물 철거 작업을 하는 포크레인을 보고 있다. 송우영 기자

30일 서울 서초동의 한 도로에서 한 행인이 건물 철거 작업을 하는 포크레인을 보고 있다. 송우영 기자

공사를 위해 도로를 점거해서 작업해야 하는 경우 시공사는 담당 구청에 ‘도로 점용 허가 신청’을 해야 한다. 구청이 해당 구역의 차량 흐름 등을 판단해 허가증을 발급하면, 시공사는 자체적인 교통 관련 대책을 마련해 관할 경찰서에 신고해야 한다. 행인들을 위한 우회 통행로 안내 시설 설치, 야간 조명등 설치 등에 관한 내용이다. 시공사는 일반인이 보기 쉬운 장소에 도로 점용 허가 사항을 기재한 표지판도 배치해야 한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사실상 이런 규정을 따르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한다. 빠른 공사를 위해서다. 서울 마포구청 관계자는 “도로 점용 허가 신청을 하지 않고 공사하는 경우도 많다. 현장에서 목격하지 않는 이상 지자체가 이를 단속하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 교대역 환풍구를 둘러싼 돌이 부서져 있다. 송우영 기자

서울 교대역 환풍구를 둘러싼 돌이 부서져 있다. 송우영 기자

교대역 근처 환풍구에서도 위험 요인이 감지됐다. 환풍구를 둘러싼 돌이 부서진 곳들이 보였고, 이음새가 벌어진 곳도 있었다. 발로 살짝 밟아도 크게 흔들거리는 곳도 많았다. 환풍구를 밟지 않으려고 일부러 돌아가는 시민들이 많았지만, 일부는 무심코 밟고 지나가기도 했다.

송우영 기자 song.woo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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