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사랑이 ‘고프다’고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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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강추위가 계속되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짝이 없는 청춘들은 더욱 옆구리가 시리게 마련. 이런 경우 자주 쓰이는 말이 “사랑이 고프다”는 표현이다.

이처럼 무언가 결핍을 느끼는 대상 뒤에 ‘고프다’는 말을 붙이곤 한다. 특히 젊은이들이 많이 사용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나 요즘 관심이 고파” “커피가 고프다” 등의 표현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고프다’는 원래 “배가 고프다”에서처럼 ‘배’를 주어로 해서만 쓸 수 있는 단어다. 그러나 앞의 경우는 부족하다는 의미를 비유적으로 나타내기 위해 ‘배’가 아닌 다른 낱말의 서술어로 ‘고프다’를 끌어다 쓴 것이다.

이와 같은 쓰임을 비유적 표현이라 보았을 때 무조건 틀린 것이라 할 수는 없다. 오히려 재미있는 표현이라고 볼 수도 있다. “사랑이 고프다”는 표현은 노래 제목 등으로도 종종 쓰인다.

언어는 생명력을 가지고 있어 널리 사용되다 보면 표준어로 인정받기도 한다. 하지만 아직은 ‘고프다’가 음식을 먹고 싶다는 뜻으로만 사전에 올라 있으므로 다른 의미로 쓰는 것은 절제할 필요가 있다.

참고로 “배가 고프다”에서의 ‘고프다’가 아닌 “엄마가 보고프다” 등에서의 ‘-고프다’는 표준어로 인정받고 있다. 2015년 11월 열린 국어심의회에서 ‘-고 싶다’가 줄어든 말로 인정함으로써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됐다.

김현정 기자 noma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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