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의 전설'을 쓰는 한국의 사나이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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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박찬호가 1회 말 1사 2루의 위기를 넘기고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면서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애너하임 AP=연합뉴스]

선봉장 박찬호(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승리투수 김병현(콜로라도 로키스), 특급 마무리 오승환(삼성), 일본만 만나면 수비에서 펄펄 나는 우익수 이진영(SK), 2타점 결승 2루타 이종범(기아). 16일 한.일전 MVP는 이들 모두가 공동 수상해야 한다. 결정적일 때 마무리 투수로 나와 3세이브를 기록한 박찬호는 이날은 본업인 선발로 등판했다. 박찬호는 5회까지 일본의 강타선을 산발 4안타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스코어가 0-0이었기에 승리 투수가 되지 못했지만 자신의 역할을 120% 해줬다. 6회 2사 1루에서 등판한 김병현은 타자 앞에서 치솟는 특유의 변화구로 1과3분의2이닝 동안 무안타.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9회 말 1사 1루에서 등판한 오승환은 두둑한 배짱으로 두 타자를 연속 삼진으로 잡아 승리를 지켰다.

도쿄에서 벌어진 1라운드 한.일전 때 멋진 다이빙 캐치로 역전승의 돌파구를 마련했던 이진영은 이번엔 강한 어깨로 일본을 울렸다. 0-0이던 2회 말 2사 2루에서 일본 8번 사토자키가 우전 안타를 쳤다. 공을 잡은 이진영은 홈까지 정확하게 원바운드로 송구, 2루 주자 이와무라를 홈에서 아웃시켰다. 선취점을 뽑는 데 실패한 일본은 이후 공격의 실마리를 풀지 못했다.

타격에서 히어로는 주장 이종범이었다. 이번 대회 6게임에서 21타수 9안타(0.429)를 기록, 한국 타자들 중 가장 빼어난 타격감각을 과시한 이종범은 8회 초 1사 2, 3루에서 일본의 세 번째 투수 후지카와 규지의 4구째를 그대로 잡아당겨 좌중간을 꿰뚫는 2타점 2루타를 뽑아냈다. 대표팀 소집 때부터 '군기 반장'을 자임하며 정신적인 리더로 활약한 이종범은 고비 때마다 후배 선수들을 다독여 극적인 결과를 엮어냈다.

성백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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