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또 깼다… 펜스 걷어찬 '사무라이 이치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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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오사다하루 일본 감독이 경기가 잘 풀리지 않자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애너하임=연합뉴스]

경기가 끝나자 일본 선수들이 더그아웃에서 넋을 잃고 서있다. [애너하임 AP=연합뉴스]

호언장담으로 시작해 욕설로 끝났다.

일본 최고 타자이자 일본 대표팀 중 아키노리 오쓰카(투수.텍사스 레인저스)와 함께 이번 대회에서 뛰고 있는 메이저리거인 스즈키 이치로(시애틀 매리너스)가 고개를 숙였다.

이치로는 타석에 들어서면 마치 일본 무사가 칼을 휘두르듯 방망이를 가다듬는 동작을 취한다. 그래서 일본 혼을 가진 일본 야구의 상징으로 불린다. 2001년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이치로는 2004년 262안타를 쳐, 메이저리그 한 시즌 최다 안타 신기록을 세웠다. 그해 타율은 0.372였다. 올해 연봉 1250만 달러(약 122억 원)의 수퍼스타다.

이치로는 국가대표 등의 행사에 가장 소극적인 선수로 꼽혔으나 이번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에는 흔쾌히 참가했다. 애국심을 강조하면서 한국에 대해 "30년 동안 넘볼 생각을 못하게 해주겠다"라고 호언장담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 성적은 말을 따라가지 못했다. 타율은 0.292. 메이저리그 통산 타율이 0.332인 점을 감안하면 자기 몫을 못했다고 볼 수 있다. 16일 한국전에서도 1회 안타를 때린 것을 제외하면 큰 활약은 없었다. 파울볼을 놓치자 펜스를 발로 차며 투덜대 관중의 야유를 받았고, 패배가 결정되는 순간 큰 소리로 욕을 하는 모습도 카메라에 잡혔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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