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전자 KTF 인수 … 단말기 제조 2위자리 굳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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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가 KTF의 휴대전화 제조 자회사인 KTF테크놀로지(KTFT)를 인수하기 위해 실사작업을 벌이고 있다. LG전자는 15일 KTF와 KTFT 인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두 회사는 이르면 5월께 본계약을 할 예정이다.

LG전자 관계자는 "매매 금액 등 구체적인 인수조건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협상 분위기는 좋은 편"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내수시장에서 LG전자의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KTF와의 우호적인 관계를 맺기 위해 KTFT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계열사인 LG텔레콤으로 인해 KTF와 SK텔레콤에 휴대전화기를 원활하게 공급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KTFT를 인수하면 LG전자는 국내 휴대전화기 제조 시장에서 2위 자리를 확고하게 지키게 된다.

지난해 팬택 계열이 SK텔레콤의 단말기 자회사인 SK텔레텍을 인수하면서 LG전자는 내수시장에서 팬택 계열의 추격을 받았다. '에버'라는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KTFT는 지난해 80만 대의 휴대전화기를 판매했다. LG전자에 따르면 지난해 LG와 KTFT의 내수시장 점유율을 합치면 25.4%로 19%를 차지한 팬택 계열과의 격차를 크게 벌릴 수 있다.

이번 인수합병(M&A)이 성사되면 국내 휴대전화 시장은 삼성전자와 LG전자, 팬택 계열 등 기존의 3강 체제가 더 굳건하게 된다. 한때 15개에 달했던 국내 휴대전화 제조업체는 2003년 이후 급속히 줄었다. 텔슨전자.스탠다드텔레콤.맥슨텔레콤.세원텔레콤 등 중견.중소 휴대전화 업체는 2003년 이후 대부분 부도나면서 시장에서 영향력을 잃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국내외 휴대전화 시장이 중소.중견 업체가 살아남기 힘든 상황으로 변했다"며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기 위해선 막대한 연구개발 비용과 마케팅 비용이 들어가야 하는데, 중소 업체들이 이를 감당하기가 버겁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중소.중견 업체들이 종전에는 중국 업체에 기술을 파는 방식으로 매출을 올릴 수 있었으나, 이나마도 2003년 이후 어려워졌다.

세계적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에서 통신시장을 담당하고 있는 송석헌 부장은 "2003년 이후 중국 업체들이 자체적으로 기술을 확보하면서 한국 업체의 기술에 대한 의존도가 크게 줄었다"며 "중국 업체들이 기술을 사지 않자 중소.중견 업체들이 중국 시장에 직접 진출했지만 대부분 실패했다"고 설명했다.

이희성.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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