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호남 「코트의 우정」 10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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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국내여고배구의 명문 광주여상과 마산제일여고의 우정이 배구코트를 훈훈하게 해주고있다.
지난 12일 중앙배 중고배구에서 마산제일여고 김구철(김구철)감독은 광주여상 벤치를 찾아 최경(최경)감독의 손을 맞잡고 선전을 당부, 눈길을 끌었다.
두 감독은 서로의 손을 꼭 잡고 『우리 모두 선전해 결승에서 만나 멋진 한판을 벌여봅시다』고 다짐.
다른 배구인들의 눈에는 서로 라이벌 관계에 있는 이들 감독들이 손을 맞잡는 것이 이상했겠지만 사실상 양교간의 배구교류는 이미 10년이 넘는다.
양교팀간의 교류가 시작된 것은 78년. 광주여상은 국가대표인 심순옥(심순옥· 한일합섬)을 핵으로 국내여고배구를 휩쓸었고 마산제일도 전 국가대표 황경자(황경자· 효성)를 주축으로 정상권에서 맴돌아 선의의 라이벌관계였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양팀은 서로의 전력향상을 위해 매년 겨울방학이면 교대로 상대학교를 방문, 전지훈련을 하며 우정을 다졌고 한때 정상권에서 밀려나자 더욱 동지의식으로 똘똘 뭉쳐 재기를 다짐했다.
마산제일여고는 중앙배대회가 열리기 이틀전인 지난9일에도 광주에 들러 광주여상과 친선경기를 가지며 함께 연습하기도 했다.
『이제 양교의 교류는 떼려야 뗄 수가 없습니다. 서로를 너무 잘 알아 코트에서 만나면 서로가 거북한 상대지만 전력향상에는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저희들과 같은 팀들이 많이 생긴다면 여고배구발전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양팀 감독이 주고받는 다정한 오누이같은 눈길에서 영· 호남의 지역감정 같은 것은 찾아볼 수도 없다.
한편 선수들은 선수들대로 한달에 두세차례 편지를 교환, 서로를 확인하고있고 양교의 이사장과 교장들은 번갈아 상대팀을 초청, 「코트의 우정」이 학교간의 교류로까지 확대됐다. <방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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