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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의 CEO] 알리바바 영업아카데미는 왜 '군사학교'인가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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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화권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 이곳에 '군사학교'가 있다면 믿겠는가? 물론 실제 군인들을 육성하는 곳은 아니다. 이곳은 알리바바 기업 문화를 비롯해 제품/서비스 지식, 영업 기술 등을 가르치는 우수 사원 양성소다. 알리바바 신입사원이라면 모두 군사학교의 '백년대계(百年大计)'라고 불리는 혹독한 트레이닝 과정을 거쳐야 한다.

알리바바 영업왕,리리헝 초대 교장 #'무적군대'로 불린 B2B 영업 이끌어 #영업 교육기관도 군사학교로 명명 #'중국판 우버' CEO 등 숱한 인재배출

군사학교도 어쨌든 '학교'이기 때문에 당연히 교장 선생님이 있다. 이번 대륙의 CEO 주인공은 바로 알리바바 군사학교의 초대 교장 리리헝(李立恒)이다.

리리헝 알리바바 군사학교 교장. [사진 창업방잡지]

리리헝 알리바바 군사학교 교장. [사진 창업방잡지]

알리바바는 2014년 미국 상장에 성공했다. 하룻밤 사이에 1만 명이 넘는 임직원들이 천만장자가 됐다. 이 신화에 가까운 이야기는 마윈, 회사 전략, 그리고 인재 양성 시스템 3박자가 골고루 맞아 떨어진 결과다.

알리바바의 발전 초기에는 주요 매출이 공급업체에서 발생했다. 공급업체들을 플랫폼으로 끌어들이는 B2B 사업은 일일이 고객을 만나 설득해야만 하는 아주아주 고된 일이었다. 하지만 힘든 일인만큼 그 결실은 무척 달았으며 지금까지도 알리바바의 전체 기업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알리바바 내부에선 이 초기 B2B 영업팀을 '알리바바 무적군대(阿里铁军)'라고 부른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이 "알리바바 무적군대는 가장 용맹하고 최강의 전투력을 자랑하는 영업팀"이라고 치켜세울 정도였다.

리리헝은 알리바바 창업 초기 마윈(马云)과 함께 싸구려 티셔츠를 입고 트랙터를 몰며 집집마다 영업을 다닌 '영업의 왕'으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B2B 무적군대 초기의 모습. 맨 왼쪽이 리리헝. 마윈은 오른쪽에서 세 번째. [사진 창업방잡지]

B2B 무적군대 초기의 모습. 맨 왼쪽이 리리헝. 마윈은 오른쪽에서 세 번째. [사진 창업방잡지]

리리헝은 알리바바 무적군대의 핵심 멤버다. 그가 알리바바에 입사한 시기는 무적군대가 막 형성되기 시작한 2002년. 입사 전 학교 기계실 관리자였던 그에게 고객사 확보라는 막중한 임무가 주어졌다.

리리헝은 먼저 저장성 타이저우(台州)를 공략했다. 당시에는 알리바바는 커녕 인터넷에 대한 개념마저 없던 시기였다. 대부분의 회사에 컴퓨터조차 없었다. 젊은 리리헝은 튼튼한 다리와 쉬지 않는 입으로 사장님들을 공략해나갔다. 타이저우에 있는 모든 회사를 방문해 1개월 만에 첫 계약을 따냈다.

이 첫 계약도 참 독하게(?) 성사시켰다. 그날 리리헝은 아침 9시부터 밤 9시까지 장장 12시간 동안 같은 사무실에 진을 쳤다. 중간에 이 회사 사장님이 몇 번이나 가라고 암시를 줬는데도 그는 요지부동이었다.

직원들도 다 퇴근하고 리리헝과 사장만 남은 시간. "대체 뭐하자는 거요?"라는 사장의 말에 리리헝은 "오늘 꼭 사장님의 사인을 받아내야 겠습니다. 전 자신이 있습니다. 우리 알리바바는 사장님의 사업에 반드시 도움이 될겁니다"라고 말했다. 그렇게 첫 계약을 따냈다. 수표를 받은 순간 리리헝은 엉엉 울었다고 한다.

군사학교에서 강의 중인 리리헝. [사진 창업방잡지]

군사학교에서 강의 중인 리리헝. [사진 창업방잡지]

리리헝은 저장성, 푸젠성 일대의 고객사를 빠르게 확보해나갔고 후에 B2B 국제사업부 푸젠성 총경리(사장급)로 승진했다. 이후에는 본사로 돌아가 알리바바 전반의 영업 관리를 맡으며 자연스레 '군사학교'를 이끌었다. 군사학교의 초대 교장이 된 그는 실전 영업에 관련한 모든 방법론을 연구하고 커리큘럼을 짰다. 물론 직접 강의에도 나섰다.

그는 'ASK 영업 성장 시스템'을 역설했는데, ASK는 Attitude(태도), Skill(기술), Knowledge(지식)을 가리킨다. 모든 영업직 신입사원은 리리헝의 ASK 수업을 받았다. 태도를 배우고, 업계 지식을 익힌 다음 마지막으로 영업 스킬을 익히는 과정이다.

군사학교는 알리바바의 무수한 영업왕들과 우수한 관리자들을 배출했다. 루자오시(陆兆禧) 전 타오바오 책임자를 비롯해 청웨이(程维) 디디추싱 CEO, 간자웨이(干嘉伟) 전 메이퇀 COO, 뤼광위(吕广渝) 전 다중뎬핑 COO, 천궈환(陈国环) 전 간지왕 COO 등 알리바바 출신의 인터넷 창업자들이 군사학교 '졸업생'이다.

군사학교 출신 청웨이가 CEO로 있는 '중국판 우버' 디디추싱. 2016년 우버차이나를 흡수했다. [사진 pcedu.pconline.com.cn]

군사학교 출신 청웨이가 CEO로 있는 '중국판 우버' 디디추싱. 2016년 우버차이나를 흡수했다. [사진 pcedu.pconline.com.cn]

리리헝은 2010년 알리바바를 나와 창업의 길에 들어섰다. 그해 말 중소형 전자상거래 업체들을 위한 홍보/마케팅/교류/교육 플랫폼 바이퉁왕(百通网)을 설립했다. 2012년에는 자동차 O2O2O 플랫폼 처마이(车蚂蚁)를 창립했다. 차량 유지보수 서비스에 주력하고 있으며 비교적 초기부터 이익을 내고 있다고 한다.

차이나랩 이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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