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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입으면 행복해지는 옷, 윤리적 패션 아시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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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유(왼쪽), 이현서 소중 학생기자가 윤리적 패션 브랜드를 한 데 모은 서울에티컬패션(SEF) 매장을 찾아 각 패션 아이템에 담긴 이야기를 들었다.

박지유(왼쪽), 이현서 소중 학생기자가 윤리적 패션 브랜드를 한 데 모은 서울에티컬패션(SEF) 매장을 찾아 각 패션 아이템에 담긴 이야기를 들었다.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이라고 들어봤나요? 주문하면 바로 먹을 수 있는 패스트 푸드처럼, 최신 유행에 맞는 패션 아이템을 빠르게 생산하고 판매하는 것을 말해요. 유행에 뒤처지고 싶지 않은 '패션 피플'에게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끊임없이 신상품을 내놓는 패스트 패션이 반가울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잠깐. 옷 한 벌을 만드는 데 어떤 과정이 필요한지 잘 살펴본다면 생각이 달라질 걸요. 겉모습뿐만 아니라 마음도 멋진 패셔니스타가 되기 위해 패스트 패션 대신 '윤리적 패션'에 관심을 기울여 보면 어떨까요. 이현서·박지유 소중 학생모델이 여러분에게 착한 패션을 제안합니다.

[커버스토리]그 옷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옷 한 벌에 담긴 사회·경제학

글=최은혜 기자 choi.eunhye1@joongang.co.kr, 동행취재=이현서(경기도 용인심곡초 6)·박지유(고양시 백양초 5) 학생모델,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 취재협조=서울디자인재단·지속가능윤리적패션허브, 참고도서=『에콜로지스트 가이드 패션』(루스 스타일스 글, 가지)

서울디자인재단 신미선(오른쪽) 책임이 박지유(왼쪽)·이현서 학생모델에게 업사이클링 니트 목도리를 보여주고 있다.

서울디자인재단 신미선(오른쪽) 책임이 박지유(왼쪽)·이현서 학생모델에게 업사이클링 니트 목도리를 보여주고 있다.

패션이 윤리적이라니, 무슨 말일까요. 윤리라는 건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 바람직한 행동기준'이라는 사전적 의미가 있어요. '도덕'과 같은 말이죠. 윤리적인 패션이라고 하면 도덕을 준수한 패션, 바람직한 기준에 따라 만들어진 패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의 패션은 빠르게 변하는 유행을 따라가느라 다른 것은 신경을 쓰지 않았어요. 그러다보니 자원을 낭비하거나 환경을 오염시키고, 때로는 노동자들이 어려운 환경에서 일하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았죠. 패션 산업은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분야라고 해요. 이산화탄소는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 중 하나죠. 가장 대중적인 패션 소재인 폴리에스터는 땅에 묻힌 후 자연분해되기까지 약 500년이 걸려요. 기름으로 만드는 폴리에스터를 생산하는 데 매년 약 110억 리터의 원유가 사용되고요.

또 다른 대중적인 섬유 면(綿)은 어떨까요. 면은 티셔츠·잠옷 등 의류는 물론, 이불·베갯잇 등 침구에도 쓰여요. 흔히 '100% 면' 하면 자연친화적 소재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정말 그럴까요. 면의 원료인 목화는 병충해에 약해서 기르기가 쉽지 않아요. 목화를 지키려 농약과 살충제를 사용하다 보니 전 세계 농약의 10%가 목화 재배에 쓰이고 있죠. 목화밭에서 일하는 농부들이 해로운 화학 성분으로 인해 목숨을 잃기도 하고, 유해 물질이 흘러들어 환경을 오염시키기도 합니다. 유기농으로 재배하는 면은 일반 면보다 낫지만, 표백·염색 등 옷으로 가공하는 과정에서 사용되는 화학물질은 피하기 어렵죠. 또 목화 재배에는 엄청난 양의 물이 필요합니다. 세계자연기금(WWF)에 따르면 목화 1㎏을 얻는 데 물 2만 리터가 쓰여요. 물 부족은 세계적인 문제죠. 환경단체 워터프로젝트는 깨끗하고 안전한 물을 마실 수 없는 인구가 10억 명에 달한다고 밝혔습니다.

코르크를 사용하는 친환경 신발 브랜드 'LAR'의 제품.

코르크를 사용하는 친환경 신발 브랜드 'LAR'의 제품.

그래서 최근에는 콩·대마·대나무 등 비교적 자원낭비와 환경오염이 덜한 식물로 섬유를 만들기도 해요. 목재를 이용해 자연분해가 가능하게 만든 텐셀 소재가 대안이라는 주장도 있죠. 동물에게 고통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생산하는 양모와 캐시미어, 자연사·사고사 한 동물로부터 얻은 가죽, 누에가 고치를 떠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명주실을 뽑아 만든 실크 등 좀 더 나은 방법을 연구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어요.

하지만 아무리 친환경 소재로 만든 옷이라도 몇 번 입지 않고 버리면 소용이 없죠. 미국에서는 매년 1310만 톤의 옷이 폐기된다고 해요. 오래 입고, 안 입는 옷은 잘 재활용하는 것도 자연을 보호하는 좋은 방법입니다. 옷을 만들 때 재료를 낭비하지 않고 쓰레기를 줄이는 것, 오래 입을 수 있는 옷을 디자인하는 것도 필요하겠죠. '빈티지 패션'으로 멋을 내보는 건 어떨까요. 빈티지 패션은 일부러 색이 바래고 구겨져 낡은 느낌이 나는 중고 의상을 입는 걸 말해요. 시중에서 구할 수 없는 독특한 아이템으로 개성을 표현할 수 있죠.

폐커피포대 업사이클링 브랜드 '다듬:이'의 가방.

폐커피포대 업사이클링 브랜드 '다듬:이'의 가방.

윤리적 패션에서는 '공정무역'도 중요합니다. 대부분 큰 의류기업들은 생산비를 낮추기 위해 임금이 저렴한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공장을 짓죠. 많은 노동자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힘들게 일하지만 돈은 조금밖에 벌지 못해요. 학교에 가야 할 어린이들도 돈을 벌기 위해 공장에서 일하기도 합니다. 우리가 값싼 옷을 손쉽게 살 수 있는 이유죠. 다행히 최근에는 의류 기업들이 안전한 노동 환경을 만들고 적정 수준의 임금을 지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어요.

폐우유포장지 업사이클링 브랜드 '밀키프로젝트'의 카드 지갑.

폐우유포장지 업사이클링 브랜드 '밀키프로젝트'의 카드 지갑.

서울디자인재단 의류산업팀 신미선 책임은 "윤리적 패션 제품들은 저렴한 방법으로 공장에서 대량생산하는 패스트 패션과 비교했을 때 가격이 조금 비쌀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어요. 하지만 "사람들이 윤리적 패션의 가치를 알고 이런 제품을 더 많이 소비하는 문화가 자리잡았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어요. 내가 입는 옷이 어디에서 왔고 누가 어떻게 만들었는지 관심을 갖는 일, 윤리적 패션의 첫걸음이겠죠.

그렇다면 우리 주위에서도 윤리적 패션을 찾아볼 수 있을까요? 사실 우리나라의 윤리적 패션 산업은 아직 걸음마 단계예요. 더 많은 사람들이 착한 패션에 관심을 갖고 제품을 구매한다면 앞으로 더 발전할 수 있겠죠. 이현서·박지유 소중 학생모델이 윤리적 패션 제품들을 살펴보고 독자 여러분에게 소개하기 위해 '서울에티컬패션(SEF)' 판매장을 찾았습니다. 설명을 듣지 않고 보면 그저 멋진 패션 아이템이지만, "우유팩으로 지갑을 만들고 버려진 청바지로 가방을 만들었다"는 얘기에 현서는 깜짝 놀랐어요. 지유는 "평소에 입는 옷처럼 실용성 있고 거부감도 들지 않는다"고 반색했죠. 현서와 지유가 SEF 매장에서 찾은 윤리적 패션 '잇(it) 아이템' 한번 보실래요?

<현서의 패션 제안>
① 페이크퍼 아우터
핫핑크와 그레이 컬러의 조화가 참 예쁘죠? '원더스타일'의 페이크퍼(fake fur) 제품이에요. 인조모피라는 말이죠. 대다수의 천연모피는 털을 얻는 과정에서 동물을 잔인하게 죽이거나 엄청난 고통을 준다는 걸 알고 있나요. 그래서 요즘은 인조모피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요. 인조모피는 생명 친화적이라는 의미에서 에코퍼(eco fur)라고 부르기도 해요. 부드럽고 포근한 느낌이 진짜 모피 못지 않아요.

② 파란색 포인트가 들어간 원피스
원피스로 입거나 바지 위에 맨투맨 티셔츠로 입을 수 있는 이 옷은 '미소나비'가 만들었어요. 옷을 만들 땐 디자이너뿐 아니라 재봉틀을 다루는 봉제사의 기술도 중요한데, 미소나비는 봉제사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노력하죠. 기업들이 일감을 주기만 기다려야 했던 봉제사들이 디자인 기부를 받아 직접 제품을 만들 수 있게 도왔답니다. 봉제 기술자들의 성장은 우리나라 패션산업의 발전에도 보탬이 되겠죠.

③ 재밌는 캐릭터 양말
검정색 캐릭터 무늬가 들어간 흰색 양말은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지만 실은 옥수수 섬유로 만들었어요. 옥수수로 천을 만들다니, 신기하지 않나요. 옥수수에서 추출한 친환경 섬유로 만든 '콘삭스' 양말은 버려진 뒤 땅에서 분해가 빨리 되기 때문에 환경오염이 적어요. 이 회사는 아프리카 말라위 구물리라 마을 주민들이 일주일 동안 먹을 수 있는 옥수수 4㎏ 생산에 필요한 옥수수 종자를 보급합니다.

④ 데님 소재 클러치백
여러분 모두 청바지 한 벌쯤은 가지고 있을 텐데요. 청바지 한 벌을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양의 물이 소비될뿐 아니라 염색 과정에서 물이 오염되기도 해요. 그렇게 만들어진 청바지는 흔해서인지 쉽게 버려지기도 하죠. '이스트인디고'는 버려진 청바지와 자투리 데님 원단을 이용해 가방·모자 등 패션 아이템을 만들어요. 또 천연 인디고 염료로 제품을 염색해 오염을 최소화합니다.


<지유의 패션 제안>
① 검정색 데님 자켓
티셔츠나 스웨터에 툭 걸치기만 해도 멋스러운 느낌이 나는 검정색 자켓은 '비건타이거'라는 회사의 제품이에요. '채식주의자 호랑이'라니 이름이 참 재밌죠? 호랑이처럼 멋있는 패션이지만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모피·가죽·양모·오리털·앙고라 등 생명을 착취해 생산하는 소재는 사용하지 않아요. 또 수익금 일부는 동물과 환경을 위해 기부하죠.

② 투 컬러 머플러
산뜻한 빨간색과 갈색 원단이 매치된 니트 머플러는 옷을 만들면서 남는 실과 니트 천이 재료랍니다. 버려질 뻔했던 재료로 예쁜 머플러가 탄생한 거죠. '니들앤코'는 버려지는 소재를 활용해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들면서 침체된 도시를 살리고 니트 산업에도 도움을 주고자 하는 회사예요. 해방촌 지역 주민들에게 수작업을 통한 직조 교육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③ 연두색 양말
패션 피플은 양말도 아무거나 신지 않죠. 발이 편하면서도 예쁜 이 양말은 환경에 최대한 해를 끼치지 않도록 노력한 '그린블리스' 제품이에요. 3년 이상 농약과 화학비료를 쓰지 않은 땅에서 재배된 유기농 면으로 만들었어요. 제품 포장도 신경 썼죠. 재생지에 콩기름 잉크로 인쇄한 자연친화적 포장지를 사용하거든요. 10개의 제품이 판매될 때마다 1개를 국제구호단체 '함께하는 사랑밭'을 통해 기부하고 수익의 3%는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에 기부해요.

④ 분홍색 코듀로이 가방
인디핑크 컬러의 코듀로이 소재로 부드럽고 따뜻해 보이는 백팩은 '에이드런' 제품이에요. 보육원 아이들에게 정기적으로 미술교육 봉사를 하면서 그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영감을 받아 디자인한 가방이죠. 에이드런은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상품을 판매하고 수익의 일부를 다시 보육원 미술교육비로 사용하는 선순환 구조를 이루려고 노력해요.

*지속가능 윤리적 패션허브 
윤리적 패션을 추구하는 작은 회사들을 돕기 위해 서울디자인재단이 하는 사업이에요. 공공성·경제성·친환경성 기준에 맞는 패션 회사들을 모아 지원해주죠. 작은 회사들이 개별적으로 활동하는 것보다 힘을 합쳐서 하나의 시장을 만들고 유행을 선도하는 것이 '착한 소비'를 이끌어내기 쉬우니까요. 서울 동대문 두타몰 4층에 공동 매장 '서울에티컬패션(SEF)'을 열고 윤리적 패션 브랜드 제품들을 판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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