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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조사에 '외압' 행사하면 처벌

중앙일보

입력

앞으로 국세청 이외 기관의 고위 공무원이 세무조사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경우 처벌받을 수 있다. ‘외압’을 받은 세무조사 담당 공무원은 국세청 감사관에 의무적으로 신고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국세행정 개혁 TF, 개혁 권고안 발표 #비정기 세무조사 남용 방지..국세행정개혁위원회에 주기적으로 보고 #세무조사 외압 금지시 처벌 '법제화' #'압력'받은 세무공무원, 내부 감사관에 신고해야 #국세청장 임기제 도입 등 중장기 검토해야

국세행정개혁 태스크포스(TF)는 이런 내용을 담은 국세행정 개혁 권고안을 29일 내놨다. 민관 합동으로 구성된 국세행정개혁 TF는 지난 8월 31일 발족한 이후 지난해 11월 20일 ‘과거 세무조사 점검결과’를 발표했다. 태광실업에 대한 세무조사 등에서 중대한 조사권 남용 혐의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TF는 이 결과를 토대로 국세 행정의 중립성ㆍ공정성을 제고하는 방안을 마련해 국세청에 이날 권고하게 됐다.

국세행정개혁TF가 세무조사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 한승희 국세청장이 지난해 11월 서울지방국세청에서 열린 국세행정개혁위원회에 참석해 과거 세무조사의 위법성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국세청]

국세행정개혁TF가 세무조사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 한승희 국세청장이 지난해 11월 서울지방국세청에서 열린 국세행정개혁위원회에 참석해 과거 세무조사의 위법성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국세청]

핵심은 세무조사 개선 방안이다. 우선 비정기 세무조사에 대한 투명성을 높이기로 했다. TF는 “명백한 탈루혐의 등 국세기본법상 사유가 있는 경우 비정기 조사대상으로 선정할 수 있으나, 이와 관련해 객관성과 공정성이 부족하다는 일부 지적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에 TF는 조사 대상 선정이 부당하다는 납세자의 이의제기가 있는 경우 지방국세청ㆍ세무서 납세자보호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본청 납세자보호위원회에서 재심의하는 절차를 실효성 있게 운영하라고 국세청에 권했다. 또 비정기 세무조사 현황 등을 국세행정개혁위원회에 주기적으로 보고하는 등 세무조사에 대한 감독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조사 대상 선정의 적정성 여부를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도록 법령에 명시된 선정 사유 등을 조사통지서에 구체적으로 기재하도록 했다.

‘정치적 세무조사 ’오명을 벗기 위한 방안도 마련됐다. TF다는 세무조사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 행사를 금지하는 방안의 법제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현재 국세기본법도 세무조사에 대한 영향력 행사를 금지하는 규정이 있다. 하지만 내용이 지나치게 포괄적인 데다, 위반 시 제재조항이 없어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TF는 국세청 이외의 타 기관 고위 공무원 등이 세무조사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 제재하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또 위법ㆍ부당한 조사의 실시 또는 적법ㆍ타당한 조사의 중지 요청을 받은 국세 공무원에게 자체 감사기구(감사관실)에 의무적으로 신고하도록 하는 규정을 법령에 명시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태광실업 세무조사 등에서 드러난 교차 세무조사에 대한 개선 방안도 마련됐다. 교차 세무조사는 일정 지역에서 주로 사업을 하는 납세자에게 공정한 세무조사가 필요한 경우 실시한다. TF는 교차조사 사유, 대상 및 절차, 배정 기준, 문서관리 방법 등을 조사사무처리규정(훈령)에 명확하게 규정하여 공개하도록 권고했다. 강병구 TF 단장(인하대 경제학과 교수)은 “감사원에 향후 국세청(서울지방국세청)에 대한 감사 시, 과거 교차 세무조사 운영실태 및 개선방안을 검증해 줄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TF는 또 조세정의 차원에서 대주주 등의 경영권 편법승계 차단을 위해 차명주식ㆍ차명계좌 및 위장계열사에 대한 검증범위 확대 필요성을 밝혔다. 차명계좌에 대한 과세는 관련 법령과 기획재정부ㆍ금융위원회 등의 유권해석에 따라 적법하게 처리하고, 차명계좌의 개설ㆍ유지가 조세포탈에 해당하는 경우 관련 수사에 적극 협조할 것을 권고했다. 경영권 편법승계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대기업집단 소유 공익재단에 대해선 공익법인의 특성을 반영한 별도의 정기 세무조사 선정기준을 마련해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세 공무원의 청렴도도 끌어올려야 한다고 TF는 강조했다. TF는 “과거에 비해 국세 공무원의 청렴성과 전문성이 향상된 것이 사실이지만 여전히 국민의 기대와 요구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TF는 국세청 내부의 자율적 청렴 문화 확산과 함께 시민참여 확대 등 외부 견제ㆍ감시 강화가 필요하다고 국세청에 권했다.

중장기적으로는 국세청의 정치적 중립성 강화를 위해 국세청장 임기제ㆍ복수 차장제ㆍ국세공무원의 특정직 전환 규정 등을 담은 국세청법 제정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세청은 이번 권고안을 적극 수용한다는 방침이다. 국세청은 “단기ㆍ자체 개선이 가능한 과제는 금년 중에 추진할 것”이라며 “중장기 검토나 법령 개정이 필요한 과제는 내부 연구검토 및 관계부처와 협의를 통해 개선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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