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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공모제 확대 논란 … “전교조 출신만 유리” vs “유능한 평교사 기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기존의 승진체계를 무시하는 ‘무자격 교장공모제’다.”(한국교총 성명서)

전국 1000여 곳 자율학교가 대상 #승진 가산점 안 쌓아도 교장 가능 #교원단체·정계·시민단체 의견 갈려

“유능한 평교사도 교장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전교조 논평)

정부가 추진중인 ‘교장공모제’ 확대를 놓고 교육계의 찬반 논쟁이 뜨겁다. 전교조와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등은 환영하고 있지만 국내 최대 교원단체인 한국교총은 반대 의견을 내며 대정부 투쟁에 나섰다. 여기에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야당도 반대 목소리에 가세해 정치권으로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평교사도 교장이 될 수 있는 교장공모제는 전국 1000여개 혁신학교 등 자율학교가 대상이다.

논란이 커진 것은 지난해 12월 교육부가 교육공무원 임용령 개정안을 입법예고 하면서부터다. 현행 법령은 ‘교장공모제’로 임용 가능한 평교사 비율을 15%까지로 제한하고 있는데, 개정안에선 이 제한이 없어졌다. 모든 자율학교가 교장 자격 없이도 교장이 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교장공모제를 둘러싼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첫번째는 공모 교장의 상당수가 전교조 출신이라는 점이다. 한국교총에 따르면 2012~2017년 공모제로 교장이 된 72명 중 53명(71%)이 전교조 출신이다. 김재철 한국교총 대변인은 “전교조가 전체 교원의 10% 미만임을 고려하면 매우 높은 수치”라며 “교장공모제는 사실상 전교조의 교장 진출 수단”이라고 말했다.

지난 26일 자유한국당 조훈현 의원이 주최한 교장공모제 토론회에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이창희 서울 상도중 교사는 “교장 임용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엔 공감하지만 특정 노조에 유리하도록 바꿔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희범 전국학부모교육시민단체연합 운영위원장도 “특정 정파에 의해 좌지우지될 가능성이 큰 무자격 교장공모제는 하루 빨리 중단돼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교조는 이 같은 반대 주장을 논리적 비약이라고 일축했다. 송재혁 전교조 대변인은 “전교조 출신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학교 구성원에게 인정받았다는 뜻”이라며 “공모제는 전교조 뿐 아니라 교총에게도 열려있는 제도기 때문에 특정 집단에 유리하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두 번째 쟁점은 교장공모제 시행으로 기존 승진 체계가 완전히 무너졌다는 점이다. 한국교총이 교사 1645명에게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교장공모제 반대 의견이 81.1%에 달했다. 가장 큰 반대 원인은 ‘특정 노조 조합원 코드인사’(38.4%)였고, 다음은 ‘오랜 기간 준비한 대다수 교원과 승진제 무력화’(32.1%)였다.

평교사가 교장이 되려면 승진에 필요한 점수를 쌓아 교감과 교장 자격을 따야 한다. 이 때 도서벽지 근무나 교무부장 등 보직을 담당하면 가산점을 받을 수 있다. 한국교총 김동석 정책본부장은 “무자격 공모제 확대는 남들이 기피하는 도서벽지 근무나 담임, 보직 등 궂은 일을 맡으면서 가산점을 쌓은 교사들의 신뢰를 저버리는 처사”라며 “승진 가산점 의미가 축소될수록 힘든 일을 기피하려는 풍토가 확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전교조 송 대변인은 “가산점에 목매는 교사가 아니어도 교육적 취지에서 궂은 일 하려는 교사는 얼마든지 많다. 공모제때문에 도서벽지 교사가 없어진다는 해석은 과도하다”고 반박했다.

남윤서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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