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자총액제한 당장 폐지 어렵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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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공정거래위원장으로 내정된 권오승(56) 서울대 법대 교수는 교수 연구실에서 본지 기자를 만나 "출총제가 재벌의 순환출자를 막는 적합한 제도인지는 의문이지만 순환출자를 막는 대안이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권 내정자는 "시장개혁 3개년 로드맵이 올해 말 끝나면 성과를 분석해 출총제를 폐지할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재계뿐 아니라 여당 안에서도 출총제를 연말까지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박승 한국은행 총재도 이날 "출총제가 외국 자본에 비해 국내 기업을 역차별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며 완화 또는 폐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권 내정자는 공정거래 관련법의 권위자로 한국경쟁법학회장과 공정위 경쟁정책자문위원회 위원장을 맡아왔다. 때문에 공정위 내부에선 공정위의 기존 정책에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는 이날 공정위의 정책 방향에 대해 "지금까지의 틀을 유지했으면 좋겠다"며 "하나하나 면밀히 분석해 앞으로 어떤 정책을 펼칠지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또 "선진국이 되려면 시장경제질서가 바로잡혀야 한다"며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질서를 확립하는 역할을 맡은 공정위 위원장으로 내정돼 영광스럽고 어깨가 무겁다"고 말했다.

권 내정자에 대해 전경련의 한 관계자는 "전임 강철규 위원장보다는 '재벌 개혁'에 대해 온건한 입장인 것으로 보이지만 그렇다고 친기업적인 인사로 보기는 어렵다"고 평했다.

권 내정자는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인 2003년 2월 딸 정연씨의 결혼식 주례를 맡았다. 노 대통령의 사위 곽상언 변호사가 서울대 법대 대학원 시절 권 교수의 제자였다. 권 내정자는 또 이날 사퇴한 이해찬 전 국무총리의 용산고 3년 선배다.

◆ 출자총액제한제도=자산 6조원 이상인 그룹의 계열사는 순자산의 25%를 초과해 다른 기업에 투자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 지난해 4월 기준으로 현대자동차.LG 등 11개 그룹에 적용되고 있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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