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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동호의 직격 인터뷰

“최저임금 정책이 실업자 양산…못 버티면 부부 둘이 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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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김동호 기자 중앙일보

청와대 실세 다녀간 신당동·신림동 자영업자들 

최저임금 후폭풍이 거세다. “현장을 점검하고 정책을 홍보하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정책 운영자들은 바빠졌다. 청와대 정책 실세와 장관들은 지난 18일부터  ‘정책 홍보 당번’을 정해 현장을 계속 돌고 있다. 이 가운데 청와대 장하성 정책실장과 홍장표 경제수석이 찾았던 서울 신당동과 신림동 식당가를 가봤다. “장사가 안돼 죽을 맛”이라거나 “탁상공론 정책”이라는 쓴소리가 나왔던 곳이다. 직접 상인들을 만나보니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메뉴 가격은 10년 전 그대로이고 재료비ㆍ임대료가 천정부지로 치솟는데 경기 침체로 매출은 줄고 있다는 것이다. 이 와중에 인건비를 급격히 올리니 버틸 수 없다고 했다. 이들은 “정부는 제발 경기부터 살려달라”고 했다. 체감온도가 영하 20도까지 뚝 떨어져 더욱 썰렁해진 신당동ㆍ신림동 상인들의 얘기를 직접 들어봤다.

경기 갈수록 나빠져 너무 힘들어 #재료비ㆍ임대료, 물가 무섭게 올라 #인건비까지 오르면 버티기 어려워 #종업원, “좋지만 장사 안 돼 불안” # #일자리 안정자금은 제살 깎아먹기 #공약이라도 현실에 맞게 보완해야 #현장 실태 살폈으니 정책 반영해야 #“정부, 할 일은 경기 살리는 정책”

종업원 두 명 내보낸 김복엽(64)씨

①손님이 많지 않아 힘들다는 서울 신당동 함흥냉면 김복엽씨. 김동호 기자

①손님이 많지 않아 힘들다는 서울 신당동 함흥냉면 김복엽씨. 김동호 기자

서울 신당동 식당가는 원래 길목이 좋은 곳 아닌가. 돌아봤는데 황량할 만큼 조용하다. 정책 책임자들이 왔을 때, 이런 분위기를 전달했나.
“홍장표 수석과 김영록 농림수산부 장관에게 말씀드렸다. ‘최저임금 취지는 좋고, 정책 책임자들이 현장 나온 것은 대환영한다’고 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는 걸 얘기했다. 경기가 안 좋은데 임금을 올리면 소상공인은 버틸 수 없다. 일자리안정기금을 풀어 1인당 13만원을 지원해주는 것은 좋을지 모르지만 현실적으로는 받기 어렵다.”
왜 어려운가.
“지금이 오후 1시다. 이 시간에는 손님이 있어야 할 시간이다. 오후 2시까지도 있어 줘야 한다. 하지만 썰렁하다. 경기가 워낙 안 좋다. 이 골목 다른 식당도 거의 다 그렇다. 샐러리맨들이나 12시~1시의 점심시간에 반짝 오지만 그 이상은 없다.”
언제부터 이렇게 됐나.
“작년부터 심해졌다. 저녁에는 더 하다. 우리는 서민식당이라 김영란법 직접 영향은 없는데도 그런 영향을 탄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많이 다르다. 전엔 저녁에도 모임을 했는데 지금은 적어졌다. 설렁탕, 냉면이 주종목인데 젊은층은 선호 안 한다. 그러니 매출이 자꾸 줄어든다.”
결국 직원을 줄였나.
“연말에 한 명, 올 초에 한 명씩 내보냈다.”
인건비 부담이 직접적 원인인가.
“첫째는 그거다. 그런데 매출 안 늘고, 카드 수수료 나가지, 세금까지 현실화 다 됐다. 고객에게 받을 수 있는 메뉴 가격은 10년째 그대로다. 재료비에 연료비까지 물가 다 오르지, 임대료는 2년에 10%씩 올려주고 있지, 인건비까지 올라가면 사람을 줄일 수밖에 없다.”
정부가 일자리 안정기금을 통해 1인당 13만원을 지원하고, 서비스업에 대해 월 소득 190만원을 초과해도 지원한다는 것 아닌가.
“지원책을 편다니 사업주로선 환영한다. 하지만 그래 봐야 제살깎아먹기다. 그걸 받는 건 좋지만 그것이 다 국민 세금으로 주는 거니까. 그럴 돈 있으면 차라리 진짜 어려운 소외계층을 돕는 게 낫다고 본다. 정작 우리 직원들은 매달 180만원 정도는 가져가니 큰 불평이 없다.”
올해는 시작에 불과하다. 3년 내 최저임금 1만원이 되면 2017년 6470원 대비 인상률이 54.5%라는 걸 알고 있나.
“그건 미처 몰랐다. 힘들어도 유지해왔는데…. 직원 5명 데리고 있다가 2명 내보냈는데 더 버티기 힘들면 집사람과 더 많이 하는 수밖에 없다. 결국 정부 정책이 실업자를 구제하는 게 아니라 실업자를 더 많이 양산하는 것 아닌가. 이 모든 게 선출직 정치인들이 이행도 못 하는 공약사업을 너무 많이 한 탓이다.”
직원이 줄어서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
“연말에 직원 내보내고 집사람이 나오고 있다. 집사람은 홀서빙을 하고, 나도 가게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났다. 남은 직원들에게도 이야길 했다. 앞으로 더 어려워지면 당신들도 잔류가 어렵다고 했다. 서로 어려울 때 허리띠를 졸라매고 공존공생하자고 했다.”
직원들 챙기는 것도 힘들겠다.
“제일 애로 사항은 구인난이다. 요즘은 며칠 일해 보고 적성에 안 맞으면 그만두는 사람이 많다. 정부는 근로계약서 체결하라고 하지만 안 쓰려는 사람도 있다. 얽매이는 걸 싫어하고 일당만 받겠다는 것이다. 그러면 어쩔 도리없이 그냥 쓰게 된다. 그 도중에 고용노동부에서 현장 답사를 나와 불법이라고 하면 참 곤란하다. 정부가 이런 실상을 잘 알고 정책을 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좋겠나.
“정부는 선거공약 사항만 그대로 이행하기 위해 일을 추진하는 것 같다. 공약했더라도 현실과 안 맞으면 보완하고 속도를 늦추든지 해야 한다. 정부는 탁상공론은 그만두고 경기를 살리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김씨가 잠깐 계산대로 간 사이 60대 초반 여성 종업원에게 물었다.

직원 입장에서는 어떤가.
“직원들은 (최저임금 올려주면) 좋아한다. 하지만 보다시피 손님이 없다. 물가와 임대료 다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현실에 맞게끔 해야 한다.”

백숙 반 마리 7000원에 파는 서정옥씨

 ②버티다 안 되면 부부가 운영하겠다는 서울 신당동 누룽지백숙 서정옥씨. 김동호 기자

②버티다 안 되면 부부가 운영하겠다는 서울 신당동 누룽지백숙 서정옥씨. 김동호 기자

신당동에서 23년째 백숙을 팔았다고 들었다. 경제수석과 장관은 어떻게 오게 됐나.
“아는 사람이 부탁하길래 오시라 했다. 장관님들에게 애로사항을 얘기했는데 지금은 ‘IMF(1997년 외환위기를 의미) 때보다 더 어렵다’고 했다. 3년 전과 비교하면 매상이 3분의 1도 안 된다. 5분의 1 정도 될 때도 있다. 조류인플루엔자(AI) 같은 거 겪으면 곤두박질한다. 올해도 서너 번 겪었다.”
매출이 많이 줄었겠다.
”하루 50만~60만원 팔던 걸 10만, 8만원 팔고 그런다. 너무 장사가 안돼 닭 반 마리에 7000원 받고 있는데 1000원도 남기기 어렵다. 그래도 직원들에게 임금을 맞춰주려니 인건비도 안 나온다.”
AI만 잘 관리돼도 좋겠다.
“이 동네 닭ㆍ오리 식당 네 곳이 결국 못 견디고 문 닫았다. 나는 원조고, 고집이 있는 사람이라 버틴다. 하지만 주방장도 내보낸 지 오래다. 월급 300만~350만원 주고 어떻게 하겠나. 못 하지. 홀서빙에다 설거지하는 아줌마도 두는데 인건비만 월 1000만원 돈 나간다. 그런데 바람만 불면 AI가 터진다. 나라에서 AI만 잘 관리해줘도 좋겠다.”
직원 운영은 어떻게 하나.
“낮에 알바 두 명 쓴다. 11시부터 해서 4시 넘어 까진데 일당 4만5000원 주고 보낸다. 그러면 다른 아줌마가 나온다.”
인건비도 안 나올 수 있겠다.
“재료값이 10년 전보다 3배, 4배 뛰었다. 한 달 월급도 1997년 70만원에서 지금은 270만원이다. 물건 값도 4배가 올랐다. 임대료도 올랐다. 보증금 2000만원에 월 240만원 내고 있다. 하루에 70만원 선이 돼야지 비용 치르고 가게가 돌아간다. 그런데 안 되는 날이 더 많아 힘들다.”
정부 지원이 있지 않나.
“13만원 더 받겠다고 고용보험 가입할 사람이 있겠나. 본인 부담도 있기 때문이다. 장관들은 이런 현실을 모른다.”

실제로 일자리 안정기금 신청률은 0.2%에 그치고 있다.

왜 이렇게 됐다고 보나.
“탁상공론해서 덜컥해놓고 현장 점검해서 뭐하겠나. 나도 도저히 안 되면 다 내보내고 남편이랑 둘이서 점심 딱 2시간, 저녁 3시간만 할 수밖에 없다.” 

사장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60대 여성 종업원에게 의견을 물어봤다.

최저임금 오르면 좋지 않나.
“인건비 올려주는 게 대수인 줄 아나. 하다하다 안 되면 부부 두 사람이 한다고 우리 그만두라고 할 거란다. 점심인데도 테이블이 비어 있다. 떳떳하게 돈 받아가고 싶지만, 음식값이 10년 전이나 똑같다. 사장은 우리가 그래도 어려울 때부터 있었으니 그만두라고 못한다. 나라는 경기 좀 살려줬으면 좋겠다. 아니면 우리 다 쫓겨나게 생겼다.”

마트 매출 30% 줄었다는 오광석(45)씨

③ 정부 정책은 현실성이 없다는 신림동 코끼리마트 운영자 오광석씨. 황병준 인턴기자

③ 정부 정책은 현실성이 없다는 신림동 코끼리마트 운영자 오광석씨. 황병준 인턴기자

청와대 정책실장이 신림동까지 찾아왔는데 무슨 얘기를 했나.
“골목에 편의점이 너무 많이 들어온다는 얘기며, 카드 수수료, 임대료 얘기를 드렸다. 임대료는 5% 한도로 제한해준다고 했다. 또 월 13만원 지원 제도를 여러 사람들에게 알려달라고 당부하면서 홍보 팸플릿을 주셨다.”  
최저임금 오른 영향이 있나.
“마트에서는 의미가 없다. 이미 최저임금을 넘어 섰다. 솔직히 안정자금 지원 한도인 190만원으로 가정을 꾸리고 생활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최저임금을 넘어섰다는 게 무슨 말인가.
“그 정도론 고용을 못 한다. 편의점들은 딱딱 시간이 정해져 있지만 마트들은 그렇지 않다. 시간 넘는 만큼 임금을 더 줘야 한다. 그러니까 초봉도 220만~230만원이 된다.”
안정기금은 어떤 영향 있나.
“4대 보험을 가입해야 받을 수 있는데 월급을 조금 받는 사람은 고용보험료를 내기 어렵다. 당장은 정부 지원금이 나온다지만, 1년 후에 안 나오면 어떻게 되나. 나오신 분들에게 여쭤봤는데 국회 승인을 받아야 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한다. 정책이 정교하지 못하는 얘기다.”  
종업원 줄거나 줄일 계획은 없나.
“이미 최소 인원으로 가는 거다. 경기가 안 좋지 않냐. 매출이 30% 정도 빠졌다. 심각하다. 인터넷 발달로 배송이 잘 되니 소비 패턴도 바뀌었다. 단골손님만 오는 거다.”
정부에 바라는 점 있다면.
“현실은 3차원인데 정부 정책은 2차원에 머물고 있다. 현실성이 없다는 거다. 폭을 넓히고 그릇을 크게 하고 세부적인 사항들도 고려해서 정책을 펴야 할 것 같다.” 

※이 취재에는 황병준 인턴기자가 참여했습니다. 동영상은 joins.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