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노·모네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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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돈만 있으면 귀신도 부릴 수 있다』는 속담이 있다. 돈의 위력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리라.
어느 날「윈스턴·처칠」이 중대한 방송을 하려고 웨스트엔드에서 택시를 불러 세우고 BBC까지 가자고 했다. 그러자 운전기사는 그렇게 멀리 갈 수 없다고 정중히 거절했다. 「처칠」이 그 이유를 물은즉 운전기사는『1시간 후면「처칠」경의 방송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꼭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처칠」은 그 말에 기분이 좋아서 1파운드를 집어 주었다. 그랬더니 운전기사는『아저씨, 타세요.「처칠」인지 개떡인지 돈부터 벌고 봐야겠소』하고는 시동을 걸었다.
영어의 돈(money)이란 말은 로마신화에서 유래한다.
「주피터」대신의 본처인「주노」여신은 원래「주피터」의 누이다. 그녀는 질투심이 많고 기가 드세어 부부사이가 원만하지 못했다.
그러나「주노」여신은 올림포스의 여왕으로 결혼의 신성함을 지키는 여신이기도 해서 「주노·모네타」(juno moneta·경고의 여신「주노」)로 더 알려졌다.
그녀의 신전은「주피터」와 함께 카피토리누스 언덕 북쪽 꼭대기에 있었는데 이 신전 한쪽에 화폐를 주조하는 건물이 있었다.
결혼을 수호하던「주노」는 화폐를 지키는 여신이 되었고, 『경고』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모네타는 결국 화폐의 의미로 쓰이게 되었다. 영어의 머니는 물론 머니터리(monetary화폐의, 금전상의), 민트(mint·화폐주조 소)의 어원이다. 그뿐 아니라 모네타는 모니터(monitor·감시장치), 모니션(monition·경고, 고시) 의 어원이기도 하다.
그러고 보면 돈이란 항상 감시를 받고 있기 때문에 잘못 쓰면 경고를 받는다는 뜻으로 해석해도 무방할 것이다.
최근 우리 주변에는 돈을 함부로 다루어 몸을 버린 사람들이 적지 않다. 오죽했으면「톨스토이」같은 문호도『아아, 돈돈, 이 돈 때문에 얼마나 많은 슬픈 일이 이 세상에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하고 한탄했겠는가.
선거 철을 앞두고 돈 때문에 몸을 버리고「경고」를 받을 사람들이 또 얼마나 나올지 걱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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