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부주석 선출여부 관심|북한 최고인민회의 개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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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동경=최철주 특파원】정제부진 및 국체무대에서의 고립으로 위기감을 안고있는 북한이 5일부터 배한 권력구조 개편에 관한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보이는 최고인민회의 제8기 제3차 회의를 개최해 한반도문제 전문가들의 관심을 끌고있다.
이 회의는 형식상 예산을 승인하고 주석을 선출하는 것이 주요의제다.
그러나 지난 84년부터 실질적으로 제2인자 행세를 해왔던 김정일을 김일성 후계자로서의 지위를 굳혀주기 위한 발판으로 부주석으로 선출할 것인가가 더 중요한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또 하나는 경제의 침체다. 지난 2년 동안에 제3차7개년 계획(87∼93년)의 총책임자였던 정무원 국가계획위원장이 4번이나 바뀌어야할 만큼 경제파탄이심각한 지경에 이르렀으며 이번 회의에서 3차 계획의 첫해인 87년의 경제실적이 어느 정도 밝혀지느냐에 있다.
일본공안관계자나 북한전문가들은▲경제부진▲KAL기 테러사건이후 국제적 고립▲김일성 부자간의 권력세습에 대한 내부 불만이 강하게 부각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김정일을 국가부주석으로 선출하기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 김정일의 측근인 오극렬이 인민군 총 참모장에서 해임되고 전 수상인 강성산이 시골로 좌천된 것을 두고 김정일 영향력 후퇴설과 권력승계 확고 설이 엇갈리고 있는 것과 관련, 이번 최고인민회의가 양 세 중 어느 하나에 신빙성을 줄만한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보고있다.
김정일 영향력 후퇴설의 근거는 권력세습체제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는 가운데 서울올림픽이 성공적으로 치러지면 북한내부에서는 체제에 대한 불신이 더욱 증폭되어 원만한 정권이양이 불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더구나 김정일이「혁명운동」을 일으켰던 지난 73년부터 경제는 침체 일로를 걷고 있어 후계자로서의 기반이 허약하다. 오극렬의 후임으로 참모총장이 된 최광은 80세에 가까운 인물로 김정일에 대한 정권이양노선에 어긋나는 인사다.
그러나 노령인 최광의 복귀에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반면, 최근 오극렬의 거취에 새로운 변화가 관측됨으로써 김정일 세력이 오히려 강화된다는 견해가 부상하고 있다. 그것은 지난 2월 총 참모장 직에서의 오극렬의 해임이 단순한 실각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오가 당 서기국 군사담당비서(당 서열12위)로 승진한데 이어 머지 않은 장래에 오진우를 대체하여 인민무력부장으로 등장할 것으로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경제는 당 대회를 열 수 없을 만큼 심각하다. 지난 86년에 개최하기로 했던 7차 당 대회는 아직도 전망이 없다. 84년에 끝난 제2차 경제계획이 목표에 미달했고 제3차 계획은 2년이 지난 87년부터 개시되었으며 그것도 주요 선전목표였던 철강생산 및 공업생산이 모두 하향 조정되었던 것이다.
김일성은 이번 회의에서 올림픽불참·KAL기 테러사건에 따른 국제적 고립에서 빠져 나오기 위해 또 다른 형태의 남북대화를 제안하는 등 평화공세를 열 가능성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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