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대법원 시절, 원세훈 항소심 전후 청와대와 연락 정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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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전 대법원장. [연합뉴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연합뉴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박근혜 정권 청와대와 '원세훈 재판' 관련 동향 정보를 주고받았던 정황이 나타났다.

법원 추가조사위원회는(위원장 민중기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이같은 내용을 포함해 지난 60여일간의 조사 결과를 22일 발표했다.

문건에는 당시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2심 재판 결과에 큰 불만을 표시하면서 전원합의체에 회부되기를 '희망'했고, 이에 법원행정처가 '사법부의 진의'를 전달했다고 적혀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원 전 원장 사건은 상고심에서 전원합의체에 회부돼 파기환송됐다.

22일 '사법 블랙리스트' 추가조사위원회가 법원행정처 컴퓨터의 물적 조사를 통해 확인한 '원세훈 전 국정원장 판결 선고 관련 각계 동향' 문건에서 당시 법원행정처는 해당 사건과 관련해 특정 외부기관과 민감한 정보 및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문건은 원 전 원장 항소심 선고 다음날인 2015년 2월10일 작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문건은 이 사건에 대해 청와대의 '최대 관심 현안'으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선고 전 '항소기각'을 기대하면서 (청와대가) 법무비서관실을 통해 법원행정처에 전망을 문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법원행정처는 "매우 민감한 사안이므로 직접 확인하지는 못하고 있으나 우회적·간접적인 방법으로 재판부의 의중을 파악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청와대에 보고했다. 재판결과에 관해서는 "1심과 달리 결과 예측이 어려우며, 행정처도 불안해하고 있는 입장"이라고 보고했다. 이같은 보고는 청와대 민정라인을 통해 이뤄졌다.

원 전 원장의 공직선거법 및 국정원법위반 사건은 지난 2014년 9월 1심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 자격정지 3년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이후 사건은 우 전 수석의 바람대로 전원합의체에 회부됐으며, 대법원은 원 전 원장 사건의 핵심증거인 두 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각 혐의에 대한 유무죄 판단을 보류한 채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홍수민 기자 su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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