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 오지마을에 희망의 망치 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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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1968년 5월. 에티오피아의 하일레 셀라시에 황제가 국빈 자격으로 우리나라를 방문했다. 당시 20여만 명의 시민과 학생이 서울 시내에 나와 대대적인 환영행사를 벌였다. 당시 에티오피아는 1인당 국민소득(50~60달러)에서 우리나라(198달러)와 차이가 없는 나라였다.

2006년 2월 28일 오후.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680㎞ 떨어진 오지마을 카마시. 300여 명의 동네 주민과 아이가 참석한 가운데 '카마시 제2초등학교' 건물 완공 기념식이 열렸다. 30여 명의 아이는 "위 웰컴 유, 위 생큐(We welcome you, we thank you)"라는 가사의 노래를 부르며 한국에서 온 기아대책기구 관계자 4명을 반겼다. 지금 한국은 1인당 국민소득 1만4000달러로 발돋움했지만 에티오피아는 제자리(110달러)다.

마을 중심의 공터에 자리 잡은 단층짜리 새 학교는 인구 2000여 명의 카마시에서 가장 번듯한 건물이다. 기아대책기구 한국지부가 5만 달러를 지원했다. 카마시 인근의 초등학생 500여 명은 지난해 11월 강풍이 불어 기존 학교의 지붕이 날아가 버리는 바람에 마땅히 공부할 곳이 없던 처지였다. 이 학교 6학년인 다리후(11)는 "오지까지 직접 찾아와 공부할 수 있는 건물을 지어줘 고맙다"고 감사를 표했다. 이곳 주민들에게 한국은 먼 나라가 아니었다. 해진 축구 유니폼을 입은 아시프(15)는 "'제이 에스 팍'(박지성)을 알고 있다"며 "2002년 월드컵 16강에서 한국이 이탈리아를 이기는 모습을 보곤 통쾌했다"고 했다. 에티오피아는 이탈리아에 36년부터 5년간 식민 지배를 당한 경험이 있다.

기아대책기구 등은 지난해부터 3년간 매년 5만 달러를 지원, 학교와 보건소를 짓고 지역 주민들에게 직업훈련을 해주고 있다. 현지에 파견된 정경희(37).조한선(24)씨 등 두 미혼 여성이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현지 아이들의 해외 결연사업을 도와주고 있다. 이들은 "한국을 알린다는 자부심에 힘든 일도 견뎌낸다"고 말했다.

◆ 기아대책기구 한국지부(www.kfhi.or.kr)=89년 해외 원조를 목적으로 설립된 민간기구. 그동안 28개국에 146명의 봉사단원을 파견했으며 지난해 305억원을 가난한 국가에 지원했다.

카마시(에티오피아)=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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