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이 지난해 말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에서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으로 옮긴 것으로 파악됐다고 여권 고위 관계자가 21일 밝혔다. 또 평창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북한 예술단의 공연 사전점검단 단장으로 방한 중인 현송월이 선전선동부(부장 박광호) 부부장에 발탁됐다고 다른 여권 관계자가 전했다. 조직지도부는 당 간부들의 인사와 군(軍), 조직, 정책 등을 담당하는 ‘당 속의 당’이고 선전선동부는 노동당의 결정이나 사상을 지도하고 전파하는 노동당의 핵심 부서다. 북한 체제를 이끌어 가는 양쪽 수레바퀴인 셈이다.
정보 당국은 김정은이 두 사람의 자리 이동을 통해 핵심 권력의 세대교체를 꾀하는 동시에 조직지도부와 선전선동부를 완전히 장악하기 위한 조치로 보고 있다.
당국, 지난해 10월 노동당 전원회의 전후 노동당 양축 세대교체 #김여정, 선전선동부 부부장→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최용해 조직지도부장 견제하며 김정은에 직보" #현송월, 당 후보위원되며 선전선동부 부부장에 등용 #"김정은식 음악정치로 당 정책 전파 및 체제 선전 담당" #친여동생엔 '당속의 당', 부인 음악 선배에겐 '음악정치' 맡겨
여권 고위 관계자는 “김여정은 지난해 중순까지 선전선동부 부부장으로 활동하며 김정은이 참여하는 행사를 담당했다”며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당 주요 행사에서 주석단(헤드테이블)에 앉는 등 변동 조짐이 보였다”고 말했다. 김여정은 지난해 10월 7일 제7기 2차 전원회의에서 당 핵심 기구인 노동당 정치국의 후보위원에도 선출됐다. 정부 당국은 이 시기에 김여정이 자리를 옮긴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김일성 김정일 시대에는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조직지도부장을 맡았다”며 “김정은은 김씨 가문 이외에 김일성 주석의 빨치산 최측근 최현의 아들 최용해를 처음으로 조직지도부장에 앉힌 뒤 동생을 통해 견제하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여정은 김정은에게 주요 현안을 모아 보고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덧붙였다.
실제 김여정은 지난해 각종 행사에서 김정은이 받은 꽃다발을 챙기는 등 행사를 보좌하는 모습을 보이다 지난해 하반기엔 김정은과 걸어가면서 뭔가를 보고하는 장면이 언론에 포착됐다. 또 이전에는 행사장 청중석에 앉았지만 노동당 세포위원장대회(11월 21일), 김정숙 100회 생일 기념보고대회(12월 24일) 때는 헤드테이블에 자리했다.
또 선전선동부 부부장에 오른 현송월과 관련, 여권 관계자는 “현송월은 지난 15일 남북 실무접촉 때는 ‘관현악단 단장’ 직책으로만 소개됐지만 북한 내부적으로는 지난해 10월을 전후해 선전선동부 부부장에 임명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도 “15일 회담 북측 대표였던 권혁봉 문화성 예술공연운영국 국장도 선전선동부 부부장인데 회담장에서 현송월에게 ‘단장 동지’라는 존칭을 쓰며 깍듯하게 대했다”고 설명했다. 현송월은 지난해 10월 7일 노동당 제7기 2차 전원회의에서 당 중앙위원회 후보위원으로 깜짝 등장했다. 후보위원은 투표권은 없지만 전원회의 등에서 발언권이 있으며 230여 명의 중앙당 고위 간부 중 1명이다.
한편 현송월 단장을 대표로 하는 점검단은 1박2일 동안 서울과 강릉의 공연시설을 점검 중이다. 점검단은 이날 강릉명륜고 구내에 위치한 황영조체육관과 강릉아트센터를 둘러본 뒤 1박을 했다. 우리 측 선발대는 금강산과 마식령 스키장 시설 점검을 위해 23~25일 방북한다.
정용수·허진 기자 nkys@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