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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실용화되면 구글·네이버 수수료 장사 사라질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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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표철민 대표는 인터뷰에서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은 별개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사진 체인파트너스]

표철민 대표는 인터뷰에서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은 별개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사진 체인파트너스]

“블록체인은 구글·네이버 같은 ‘미들맨’(middle man·중개자)들이 20년 간 틀어쥔 수수료 장사 구조를 깨뜨릴 것이다. 블록체인계의 이해진·김택진이 탄생할 기회다.”

표철민 체인파트너스 대표 #막 시작된 ‘코인 경제’ 잠재력 커 #새 시스템에서 사업 제대로 하면 #제 2의 이해진·김택진 될 수도

신중했지만 자신감이 묻어났다. 나이 서른셋에 16년 차 최고경영자(CEO)인 표철민 체인파트너스 대표 얘기다.

지난 15일 서울 중구 을지로 사무실에서 표 대표를 만났다. 그는 지난해 8월 국내 첫 블록체인 컴퍼니 빌더(Company Builder·지분 투자와 컨설팅 등을 통해 스타트업을 키우는 회사)인 체인파트너스를 창업했다. 직접 블록체인도 개발하고 있다. 목표는 ‘블록체인의 실용화’. 암호화폐 거래소 얘기만 가득한 국내에 블록체인이 가져올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킬러 앱(애플리케이션)’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는 “블록체인을 알고 나서는 이걸 안 할 수도, 안 할 이유도 없었다”고 했다. 그는 중학교 2학년 때 인터넷 도메인 등록 대행업을 시작해 ‘국내 최연소 사장’으로 유명해졌다. 연세대 2학년 때 창업한 위자드웍스에선 스마트폰 위젯(바탕화면 도구 모음)을 개발해 ‘한국의 마크 저커버그’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큰돈을 벌기는 쉽지 않았다. 그가 만든 앱 2개(메모장 앱·테마키보드 앱)를 합쳐 2000만명 이상이 다운로드했지만, 게임도 커머스도 아닌 유틸리티(생산성을 높여주는 기능성) 앱은 한계가 있었다.

표 대표가 블록체인에 주목한 이유도 바로 그런 경험 때문이었다. 표 대표는 “인터넷에서 그저 중간에 낀 중개자들이 거래 금액의 20~30%씩을 수수료로 떼어 가는 구조가 굳어졌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구글·네이버가 너무 커져 시장을 독과점해버린 상황에서 스타트업들이 이 구조를 깨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말했다.

이해진(左), 김택진(右)

이해진(左), 김택진(右)

그는 블록체인이 이런 한계를 깨뜨릴 기술이라고 믿는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중개업자 없이 직거래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표 대표는 “제가 IT 1세대 이해진(네이버 창업자)·김택진(엔씨소프트 창업자)이 될 기회는 놓쳤지만, 지금 블록체인계의 이해진·김택진이 될 기회는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학생들이 블록체인 투자로 수십, 수백억을 번 사례들을 나쁘게 볼 필요만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막 시작된 ‘코인 경제’는 아무도 겪어보지 못한 새 시스템이다. 스물세 살 청년이 거기서 번 돈으로 제대로 사업을 한다면 앞으로 10년 뒤 넥스트 강방천(에셋플러스자산운용 창업자)·장덕수 회장(DS자산운용 창업자)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들도 처음엔 인정 못 받던 주식 개미로 시작해 자산운용사 대표가 되지 않았느냐”고 덧붙였다.

오히려 똑똑한 20대들에게 암호화폐 투기용 프로그램을 개발해달라고 주문하는 기성 세대가 문제라고도 말했다. 표 대표는 블록체인 기업을 평가할 역량이 있는 대기업과 벤처캐피털(VC) 등이 참여할 수 있게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9월 이후 정부가 금지한 ICO(initial coin offerings·발행한 코인으로 기업 공개)도 되살려야 생태계가 살아난다는 입장이다.

표 대표는 지난해부터 개인 홈페이지에 글로벌 블록체인 생태계의 동향을 올려 공유하는 데 적극적이다. 하지만 그는 국내 암호화폐 시장이 정부 개입이 필요할 정도로 혼탁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미 지난해 여름 이후 과열 양상에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요구가 많았다”며 “현재는 정부가 나서는 게 정상”이라고 말했다.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은 별개라는 일부의 주장은 생태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소리라고 했다. 표 대표는 “자기 PC를 블록체인에 연결해 서버로 쓰게 제공해주는 개인들에게 보상으로 주려고 설계된 게 보상이 암호화폐”라며 “그런 보상 없이는 그 많은 컴퓨터를 블록체인에 참여시킬 수도, 보안을 강화할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박수련 기자 park.sury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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