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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 엘리베이터 호텔 속 두문불출 현송월 "강릉 사람들 따뜻"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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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진 기자의 강릉 스케치] 현송월 "강릉 사람들 따뜻하다"…묵는 호텔은 폭풍 속 고요

현송월 삼지연 관현악단 단장 등 북한 평창 동계올림픽 예술단 공연을 위한 사전점검단이 21일 오전 서울역에서 KTX를 타고 강릉으로 향하고 있다. 2018.1.21 [통일부 제공=연합뉴스]

현송월 삼지연 관현악단 단장 등 북한 평창 동계올림픽 예술단 공연을 위한 사전점검단이 21일 오전 서울역에서 KTX를 타고 강릉으로 향하고 있다. 2018.1.21 [통일부 제공=연합뉴스]

북한 현송월 삼지연 관현악단 단장의 강릉에서의 하루가 저물었다. 현 단장은 21일 오전 경의선 육로를 통해 남측 도라산역으로 이동했고, 곧바로 서울역에서 KTX를 이용해 강릉으로 이동했다. 공연 예정지로 점찍어둔 두 군데 장소인 황영조 기념 체육관과 강릉아트센터를 둘러본 뒤, 오후 6시11분 경 버스로 이동해 숙소인 스카이베이 경포 호텔로 들어와 두문불출 중이다.

1박 50만원 호텔에서 점심식사, 숙박 호텔은 철저히 통제 #호텔 측 "국가행사때문에…" 만찬 후 현 단장 일행 안 보여

#현송월 묵는 호텔 19~20층 철저한 통제
강릉을 방문한 현송월 단장 일행의 숙박장소인 스카이베이 경포 호텔은 오후 9시 현재 ‘폭풍 속의 고요’인 상황이다. 일반 투숙객도 묵고 있는 터라 로비엔 인원 출입이 자유롭다. 그러나 이 호텔의 최고급 객실인 이그제큐티브 룸이 있는 19층은 일반인 출입이 철저히 통제되고 있다.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19층에 내리니 나무 탁자가 통로를 막고 있었으며, 남성 요원 2명이 자리에 앉아 출입을 통제했다. 이들은 “행사 때문에 들어가실 수 없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두 요원 모두 양복 차림에 같은 초록색 뱃지를 착용했다. 현장 관계자는 “현송월 방한 일행 관계자들의 비표인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 현송월 삼지연 관현악단 단장이 묵는 스카이베이 경포 호텔. 현 단장이 숙식을 해결한 것으로 보이는 19층과 20층은 철저히 통제됐다. 사진은 이그제큐티브 룸이 있는 19층에 우리측 관계자들이 통로 통제를 위해 놓은 탁자. [사진 전수진]

북한 현송월 삼지연 관현악단 단장이 묵는 스카이베이 경포 호텔. 현 단장이 숙식을 해결한 것으로 보이는 19층과 20층은 철저히 통제됐다. 사진은 이그제큐티브 룸이 있는 19층에 우리측 관계자들이 통로 통제를 위해 놓은 탁자. [사진 전수진]

현 단장 일행은 이날 오후 6시11분 교동 강릉아트센터에서 나와 이 호텔로 이동한 뒤 저녁식사를 했다. 장소는 호텔 20층 스카이라운지 레스토랑 스와레(Soiree)인 것으로 보인다. 20층도 출입이 통제된 상황이었다. 이동하는 엘리베이터도 모두 3대 중 2대가 아예 작동을 중지한 상태였고, 별도의 장소에 있는 엘리베이터는 20층으로 고정된 채 ‘전용’이라는 표시가 되어 있었다. 현 단장 일행이 이용했을 것으로 추측되는 부분이다.
오후 9시 이후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20층으로 올라가봤다. 호텔 직원으로 보이는 젊은 여성 직원 1명과 중년 남성 직원 1명이 현장을 점검하고 있었다. 식당은 비어 있었다. 여성 직원에게 ”식당을 둘러보고 싶은데 안 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자 난감한 모습을 보이며 “국가 행사가 있어서”라고 말했다. 이후 “내일(22일) 낮 12시 이후엔 보여드릴 수 있다”고 전해왔다.

북한 현송월 삼지연 관현악단 단장이 묵는 스카이베이 경포 호텔의 엘리베이터. 현 단장이 식사를 해결한 것으로 보이는 20층에 '전용' 표시가 되어 있다. [사진 전수진]

북한 현송월 삼지연 관현악단 단장이 묵는 스카이베이 경포 호텔의 엘리베이터. 현 단장이 식사를 해결한 것으로 보이는 20층에 '전용' 표시가 되어 있다. [사진 전수진]

이 호텔 엘리베이터는 다른 고급 호텔처럼 투숙객 보안을 위해 방 키를 터치해야 작동하는 방식이다. 지난 17일 막 개장을 한 이 5성급 호텔의 1박 요금은 가장 저렴한 객실이 27만5000원이다. 호텔 직원은 “현재 레스토랑이나 일부 객실은 가(假)오픈 상태”라고 말했다. 개장 준비가 아직 완벽히 끝나지 않은 터라 일부 객실은 문패도 달지 않은 상황이었고, 곳곳에 마무리 공사가 진행 중인 모습이 목격됐다. 현 단장 일행을 맞이하기 위해 서둘러 이 호텔을 잡은 듯한 모습이었다.

현송월 단장이 점심식사를 한 씨마크 호텔.

현송월 단장이 점심식사를 한 씨마크 호텔.

이날 현 단장에게 제공된 숙식 일정은 초호화급이다. 그가 점심식사를 한 강릉 씨마크호텔은 5성급으로, 최저 숙박비만 45만1000원으로 검색된다. 현지 주민인 30대 여성 A씨는 “비싸도 언젠가는 꼭 가보고 싶은 호텔”이라고 했다. 현 단장이 숙박을 한 스카이베이 경포 호텔은 프랑스의 세계적 호텔 체인 골든튤립이 평창 겨울올림픽을 겨냥해 신축했다.

북한 현송월 삼지연 관현악단 단장이 묵는 스카이베이 경포 호텔. 아직 가오픈 상태라 곳곳에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일부 객실엔 문패도 달리지 않은 상황이었다. [사진 전수진]

북한 현송월 삼지연 관현악단 단장이 묵는 스카이베이 경포 호텔. 아직 가오픈 상태라 곳곳에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일부 객실엔 문패도 달리지 않은 상황이었다. [사진 전수진]

#현송월, “강릉 사람들 따뜻한 것 같다”
현 단장이 이날 일정에서 숙소를 제외하고 가장 오래 머문 곳은 교동시 강릉아트센터였다. 버스에서 내린 게 오후 3시46분인데, 오후 6시11분이 되어서야 나왔다. 점검이 길었다. 현장 관계자는 “조명부터 무대, 객석 등까지 꼼꼼히 점검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강릉에선 이곳이 공연장으로 낙점되는 분위기다.

현 단장은 아트센터 내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으로 올라간 뒤 3층 VIP실에서 환담을 했다. 테이블엔 평창수와 초콜릿 등이 제공됐다. 이후 4시6분부터 음향 체크를 했는데 엘가 ‘위풍당당 행진곡’ 등이 스피커로 들렸다. 이후 4시23분엔 998석의 사임당홀과 개인분장실, 단체분장실과 의상실등을 둘러본 뒤 다시 VIP실로 돌아갔다. 강릉시 관계자는 “아트센터에 대해 심도 있는 질문을 했다‘고 전했다. 환담 자리에 동석했던 강릉시 최성일 올림픽대회추진단장은 본지에 ”현 단장이 ‘강릉 사람들이 따뜻한 것 같다’고 말했다”며 “우리가 ‘강릉에 오신 걸 환영한다’고 하자 처음엔 가벼운 미소만 짓고 빨리 실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선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현 단장에 대해선 “스스럼 없는 듯한 태도가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주민들, “환영한다” vs “뻔뻔하다” 엇갈린 반응
현 단장은 가는 곳마다 인파를 몰고 다녔다. 경찰은 질서유지선을 치고 취재진과 현지 주민들의 접근을 통제했다. 200여명의 취재진이 몰려있는 데다 주민들도 100여명 몰려 현장은 2도의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인산인해를 이뤘다. 현 단장은 강릉 도착 직후 일부 주민들이 ”환영한다“고 인사를 건네자 손을 들어보이는 여유도 보였다. 그러나 이후엔 주민들에게도 일절 반응을 하지 않았다. 취재진의 질문에도 묵묵부답이었다.
밖에서 기다리던 일부 주민은 불만도 터뜨렸다. “평일도 아니고 주말에 우리도, 경찰도 무슨 고생이냐”라며 “우리가 다 먹여주고 재워주는데 어떤 태도로 나오는지 직접 보려고 나왔는데, 말 한 마디 않는 게 뻔뻔해보인다. 결국 체제 선전 하려고 오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북한 예술단 사전점검단을 이끌고 방남한 현송월 심지연관현악단장이 21일 강원도 강릉아트센터에 들어서고 있다.

북한 예술단 사전점검단을 이끌고 방남한 현송월 심지연관현악단장이 21일 강원도 강릉아트센터에 들어서고 있다.

일부에선 정부가 지나친 통제를 한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근접 취재권을 얻은 풀(pool)기자단의 접근까지 현장에서 통제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풀기자단이 방한 소감을 물으려 하자 우리측 경호 인원이 “불편해 하십니다”라며 접근을 막기도 했다. 강릉아트센터에서 현 단장이 나오면서는 풀기자단의 팔을 잡거나 몸을 밀쳐내면서까지 통제를 했다.

북한 예술단 사전점검단을 이끌고 방남한 현송월 심지연관현악단장이 21일 강원도 강릉아트센터에 들어서고 있다.

북한 예술단 사전점검단을 이끌고 방남한 현송월 심지연관현악단장이 21일 강원도 강릉아트센터에 들어서고 있다.

#속전속결이었던 황영조 기념 체육관 일정
현 단장 일행이 강릉에서 공연장 점검차 처음 찾은 곳은 강릉시 교동 황영조 기념체육관이다. 마라토너 황 선수가 졸업한 명륜고등학교 안에 있는 1500석 규모 공연장이다. 북한이 파견하겠다는 삼지연 관현악단은 140명 규모로, 오케스트라와 노래 및 무용 공연을 망라하는 꽤 큰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현 단장은 황영조 기념관에서 약 7분만 머물렀다. 오후 3시33분에 황영조 체육관으로 들어간 현 단장은 40분에 나왔다. 속전속결이다. 현장 관계자는 “이 곳은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신속히 움직인 것 같다”고 말했다.

현 단장은 황영조 체육관에서 나오면서도 취재진의 질문엔 침묵을 지켰다. 일부 주민들이 기다렸다가 사진을 찍는 등 관심을 보였으나 현 단장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현지 주민인 김 모씨(50대)는 “무슨 난리가 났는가 해서 나와봤다”며 “(취재진과 주민들이 몰려) 사고가 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강릉=전수진 기자, 통일부 공동취재단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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